# 7. 파미르고원 종주기
* 옛 호밀국(胡蜜國), 이스카심((Iskashim, ИШКОШИМ) 다리에서…
‘마침내’ 필자는 현장법사를 비롯하여 수 많은 구법승들의 체취가 진하게 배어있는 와칸주랑의 입구인 이스카심에 입성하였다. 여기서 ‘마침내’라는 어조사를 강조함은 물론 그간의 몸과 마음의 고달픔을 내비치는 것이리라…
그 다음 제일 먼저 달려가고 싶었던 곳은 그들이 건너 다녔을 그 강가였다. 그리고는 그 강물을 떠서 세수를 하고 싶었다. 아니 파미르천, 즉 판지강(Panji,噴赤河)을 직접 바짓가랑이를 걷어 부치고 정강이 바람으로 건녀 편의 아프간 땅으로 건너가고 싶었지만, 그러나 강가에 가까이 갈수록 강 건너의 국경참호 속에서 차가운 총구들이 나를 겨냥하는 것 같아서 뒤돌아 설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마을을 가로 질러, 본류인 판지강과 합류하는 작은 지류위에 놓여 있는 다리 위에 퍼질러 앉아서 강 건너 아프간령 이스카심 마을을 한 없이 건너다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정신이 들어 우선 중잉아시아의 유일한 가이드북인 론리풀레닛(L.P)에서 미리 검색해둔 하니게스트하우스(Hani G.T)라라는 곳에다 숙소를 정하고 숙소에서 준비해주는 이른 저녁을 해결하고 다시 마을구경을 나섰다. 타지크령 이스카심은 명색은 와칸주랑 최대의 마을이라고 하지만, 내가 오랫동안 상상했던 호밀국은 정말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 커다란 가로수가 늘어서 있는 이스카심 마을을 가로 지르며 올라가는
와칸주랑의 주 도로
▼ 마을입구의 하니스 게스트하우스 표지판
▼ 이스카심 중심가의 다리.
/ 알파벳을 뒤빕어 놓은 것 같은 글씨가 바로 '키릴문자'인데, 러시아를 비롯하여 중앙아시아 전체에서 쓰이고 있다. 말하자면 이것만 익하고 가면 까막눈은 면할 수 있으니....
나도 전에는 아주 답답했었는데, 이번에는 미리 외우고 그리고 수첩에 적어가서 만나는 간판과 대조하면서 공부하면서 다녔더니, 훨....
참, 지금찾아보니, 내 컴의 한글2007에서도 <Iskashim= ИШКОШИМ> 이라는 자판이 있네요. 이 글자 재미있죠?
혹 중앙아시아 갈분들은 꼭 외워 가시기를..... 우리 '비단길님' 도요 ㅎㅎㅎ
▼ 하나뿐인 주유소인데, 운전수가 기름저장고에서 기름을 통으로 사서 깔데기를 꼽고서 직접 차에 붓는다. 주유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는 동네사람들이 모여서 담배도 피우고....
▼ 타지크 이스카심 중심 바자르 거리에서 강쪽으로 뻗은 도로애서 바라본 판지강 남안 둔치위에 위치한 아프간 이스카심의 원경
▼ 이스카심의 중심되는 지점의 다리
이스카심은 생각하던 것 이상으로 작은 마을이었다. 강가를 따라 형성된 둔치에 형성된 마을은 동서로 뻗어 있는 큰 길을 따라 길 양편에는 커다란 가로수가 줄지어 서 있고 그 사이로 삼색깃발의 타지크 국기가 게양되어 있는 관공서 같은 건물들과 작은 일용품 가게들이 몇 개 띄엄띄엄 늘어서 있을 뿐이다. 더구나 지정된 터미널이 없는 탓인지, 그나마 대낮에는 길 양편으로 크고 작은 각종 차량들이 주차해 있다가 손님을 태우려고 흥정을 하느라고 인파가 제법 있었지만, 오후기 되자 강변 쪽으로 나있는 골목길에 있다는 바자르까지 문을 닫은 탓인지, 거리에는 인적마저 뜸했고 대신 큰 개들만이 활보를 하고 다닐 뿐이었다.
* 통한의 아무다리아
그런 썰렁한 거리를 할 일없이 어슬렁거리던 해동의 나그네는 다시 거리의 중심쯤에 있는 다리위에 섰다. 그리고는 강 건너로 눈길을 돌려 바라다보니 어스름한 어둠이 밀려오는 넓은 들판에 삼삼오오 자리 잡은 집집마디 피어오르는 저녁연기가 평화롭다.
“아! 저 그리 넓지도 않은 저 강을 왜 건너지 못하는 것일까? 현장법사도, 송오공도, 저팔게도, 사오정도 그리고 우리의 혜초사문도 건너다녔을 저 곳을 왜 나만 건너지 못하는 것일까. 아! 저 개울만 건너면 아프간 땅인데…“
아! 아프간…2002년 초봄 오랫동안 잠겼던 대문의 빗장이 잠시 풀렸던 당시, 필자는 오랫동안 몇 번의 시도 끝에 파키스탄과 아프간의 경계인 카이버(Kyber)고개를 넘어 ‘드디어’ 아프간의 수도 카불에 입성할 수 있었다. 아프간은 특히 혜초의 궤적을 따라다니던 필자에게는 더욱 의미가 깊은 곳이다. 동서양의 분수령역할을 하면서 헬레니즘을 받아들여 간다라문화를 이룩한 옛 아프간은 쿠샨왕조를 정점으로 대승불교문화를 만개시켰다. 그러나 그 후 이슬람의 본거지가 되면서 동아시아권문화와는 점차로 멀어져 갔다. 더구나 근대에는 영국의 식민지에 이어 구 러시아와의 전쟁 그리고 극우파 탈레반의 정권수립 등 혼돈의 역사속에 휩싸여 완전한 금단의 땅이 되어 버렸었다. 그러다가 뉴욕 무역센타폭파에 이은 탈레반의 몰락으로 극적으로 대문이 잠시 열렸었다.
그 때 필자는 카불시내에 도착하자마자 바미얀 대석불이 있던 곳으로 달려가 텅빈 석굴을 향해 삼배를 올린 뒤, 다시 유서 깊은 엣 토화라 땅인 발흐(Balkh)와 이슬람 시아파의 성지인 아름다운 모스크가 있는 마자리샤리프(Mazar-I-Sharif)를 거처 아프간령 바닥샨주의 쿤두즈(Kunduz)까지는 접근했지만, 당시 빈라덴이 숨어 있다고 알려진 와칸에는 도저히 접근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처음 계획된 루트인, 교통의 요지인 마자라에서 20㎞거리에 있는 국경마을 하이다탈에서 우정의 다리를 건너 우즈베키스탄으로 넘어가려고 아프간 출국도장까지 받고서 다리를 건넜지만, 입국비자도 있었지만, 우즈벡 입국을 거절당해 다시 카불로 돌아가 비행기로 몇 만리를 돌아 타슈켄트공항에 내려 다시 육로로 다시 테르메즈의 ‘우정의 다리’까지 내려왔던 적이 있었다.
말하자면 다리 하나 때문에 몇 만리를 돌아야만 했던 것이다. 그 통한의 강이 바로 필자가 눈앞에서 흐르고 있는 판지강의 하류인, 아무다리아(Amu Darya)강이다. 옛 박트리아 시대에는 옥수스(Oxus)라고 불렀고, 중국에서는 위수(僞水) 또는 오허수(烏滸水)라고 불렸던 강이다,
▼ 마자리샤리프의 유명한 알리모스크의 비둘기 떼들
알리는 예언자 마호메트의 사위이자 제4대 칼리프로 시아파의 종조로 여겨지는데, 그 알리의 유체가 이곳에 안치되어 있다고 해서.... .. 전 세계 시아파들의 성지가 되었다.
▼ 시아파의 성지 알리 모스크
▼ 아무다리아의 우정의 다리
강건너가 우즈벡의 테르무즈이다.
▼ 아프간의 엣 대상들의 전통적인 숙소인 '차이하나'에서의 필자
▼ 카이버패스 아래의 아프간 톨루캄 국경 체크포인트
▼ 우정의 다리의 아프간 경비병들
첫댓글 판지강 그리고 아무다리아
출국도장, 입국도장을 찍었는데도 못 들어간다는.....어이 없는 일이.....그런데, 어떤 언어를 얼매큼 해야 타직령 이스카심에서 시작해볼 수 있을까요?
국제언어인 손짓발짓이면 다 통하지요
거기에 러시아어의 자모인 키릴어 자모를 좀 익혀두면 그곳에서도 간판 읽는데 큰 도움이 되지요
아, 그, 영어알파벳 뒤집어놓은 것 같은 글자요?.....네.....
네, 그 글자가 키릴문자인데, 러시아를 비롯하여 중앙아시아 여러나라들이 공통적으로 문자로 사용하고 있기에, 회화는 못해도 키질문자만 외우고 있어도 간판이나 버스행선지 등을 구별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한글2007에서도 <이스코심= ИШКОШИМ> 이라는 좌판이 있네요.
언제나 가볼 수 있을까~~~~
선생님 덕에 입맛이라도 다셔보네요^^
대단하심!!
우리도 한번 깃발들고 가야할탠대....
정말 우리도 한번 깃발 들고 가얄텐데요.......
판지강 그까이꺼 시냇물 하나로 국경을 삼아 못 지나가게 한다니.....720년대 혜초스님이 지나갈 때도 그 아랍족들 땜에 막혀서 길 뚫르라고 이리 저리 올라갔다 내려갔다 했는데......다정님도 거의 혜초님이시네요......아랍애덜 때문에 길 막혀서 올라갔다 내려왔다 되돌아왔다......그기는 예나 지금이나 충돌지역.......아프카니스탄 못 들어가고 파키스탄쪽에서 카이버패스를 쳐다만 봄시롱 왕오천축국전이 아주 실남났더랬습니다.
나도 카이버에서 두번이나 올라갔다가 아프간 땅을 내려다만 보고 뒤 돌아와서 ...그날 저녁 페샤와르에서 비싼 돈주고 양주한병사서 병나발 불었었지요. 이슬람! 샘물교회! 미워~~
여기서 샘물교회가 다...... 나옵니다. ㅋ ㅋ ㅋ ......... (()) .........
아. 그 샘물교회 사건이요?
그 해 제가 아프카니스탄 가려던 해였는데, 그 사건때문에 못가게 되고 말았기 때문에....아직까지도 못 가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아직 못가나보죠?
네 그 사건이후 아프간은 여행금지국가가 되었고, 우리 정부의 요청에 의해 아프간영사관에서는 한국인에게는 비자를 내줄 수 없답니다. 특수한 경우 이외에는....
손발을 묶으라면 그 샘물교회 인간들을 묶어놔야지... 왜 애매한 한국 사람 전체가 피해를 보아야하는지....참...
마자리샤리프의 회교 절집도 우아하게 지었군요. ......... (()) .........
ㅎㅎ ㅎ 그 '회교절집' 정말 우아하고 멋집디다.
멋진 사진에 자세한 설명까지..... 공부가 저절로 되는 느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