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마을, 어담? 아니요.
풍천면, 어담? 글쎄요, 뭔가 부족하네요.
이젠 안동복숭아를 대표하는 특급 복숭아 마을, 어담 입니다.
어담복숭아마을의 시작이 된 전병윤씨의 복숭아밭, 올해도 백도가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어담 복숭아 작목반장 전병윤씨의 진심복숭아
오늘의 어담 복숭아마을을 있게 한 디딤돌, 어담 복숭아 작목반장 전병윤씨의 20년 된 작은 복숭아밭에선 아직도 튼실하고 달콤한 백도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미 노화된 복숭아나무는 수확이 예전만 못하지만 전병윤씨는 차마 나무를 베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무는 전병윤씨와 함께 나이를 먹어가고 한칠레 FTA의 파고를 함께 넘은 오래된 동료니까요.
전병윤씨가 할 수 있는 일이란 퇴비를 듬뿍 줘 기운을 북돋우고 제때 방제를 하고 늘 배수는 잘 되는 지 벌레의 공격은 없는 지, 햇빛은 잘 드는 지 살피는 일입니다. 어찌 보면 평범하죠. 그러나 복숭아나무에겐 가장 필요한 일입니다. 그게 전병윤씨의 방식이기도 하구요.
무성한 가지를 그냥 두면 복숭아에 햇빛이 잘 닿지 않습니다. 가지치기 하는 어담 복숭아 작목반장 전병윤씨
꼼수를 부리고 이런 저런 기술을 앞세우기보다는 이젠 아무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기본에 충실한 농사꾼이 전병윤씨입니다. 자식에게 무조건 고봉밥 얹은 밥상부터 들이미는 촌스런, 그러나 꾸밈없이 따뜻한 우리네 어머니 같습니다. 사실 복숭아에게 전병윤씨는 속 깊은 어머니나 다름없지요.
첨단 지식으로 무장한 세련된 농부라기 보다는 마음을 다해 안동복숭아를 재배하는 천상농부, 전병윤씨
여름의 복숭아밭은 일이 많습니다. 풀깎기, 가지치기, 봉지씌우기... 작업은 삼십도가 넘는 오후까지 계속됩니다
전병윤씨의 진심을 먹고 자란 안동복숭아는 튼튼한 아이처럼 건강합니다. 건강한 복숭아가 몸에도 좋고 맛도 좋다고 굳게 믿고 있는 전병윤씨. 실제로 전병윤씨의 복숭아는 솜털이 보송보송하니 한 손에 가득 잡혀오는 느낌이 단단합니다. 생각보다 맨손에 닿는 복숭아 솜털도 나쁘지 않구요. 따끔거려 귀찮기만 하던 솜털은 너무 강한 햇살과 해충의 공격을 막는 역할을 톡톡히 할 것 같습니다. 햇살과 바람과 산골의 새 소리는 의외로 묵직하네요.
햇살과 바람과 산골의 새소리가 이 작은 복숭아 하나에 모두 담겨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아직 이름이 없다면 이름을 붙여주고 싶습니다. 진심이라고 말이죠.
건강한 나무는 당연히 건강하고 달콤한 복숭아를 맺습니다
전병윤씨의 진심을 먹고 자란 복숭아. 진심복숭아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수확은 가장 기쁜 순간입니다만, 현장의 사정은 낭만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지난 일 년을 잘 기다려 온 복숭아가 마지막 며칠을 못 참고 뚝뚝 떨어져 내리는 통에 일 년의 공이 허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안동복숭아 시즌인 8월 중순이면 농부들은 인부를 동원, 밤낮없이 안동복숭아 수확에 들어갑니다. 수확의 낭만 따윈 느낄 새도 없이 말이죠. 눈썹을 휘날리며 복숭아를 따는 농부에게 복숭아는 꼭 말썽 많은 둘째아들 같습니다. 에휴-
“복숭아는 비신사적이라고 할까요. 익으면 꼭지부분이 약해져서 작은 충격에도 떨어져요.
사과처럼 딸 때까지 진득이 기다려 주면 좋을 텐데...
나무를 키우기는 쉽지만 관리로 들어가면 엄청 까다로운 게 복숭아지요.”
결국 예의도, 눈치도 없는 과일이 복숭아란 말씀.
다행히 홍도가 익을 무렵은 아직 몸도 마음도 여유가 있습니다. 하나, 하나 복숭아를 공들여 따며 첫 수확의 기쁨을 맘껏 누려도 좋습니다. 올해 첫 안동복숭아의 맛은 어떨지 자못 기대가 됩니다. 홍도는 과육이 단단한 복숭아(딱딱한 복숭아). 과즙이 많고 살이 무른 백도와는 달리 달콤하고 아삭한 게 특징이죠.
나무에서 갓 수확한 안동복숭아. 홍도는 빨간 껍질과는 달리 속살이 하얗습니다
잘 익은 안동복숭아는 그저 깨끗하게 씻는 것으로 족합니다.
껍질마저 맛있을 것 같습니다.
한 입 깨물면 산골의 황금빛 태양이 고스란히 혀끝에 느껴집니다. 신선합니다. 신선하다, 는 달콤하다, 맛있다, 감동적이다, 판타스틱하다, 이 모두를 아우르는 무지하게 크고 포용력이 넓고 맛이 풍부한 단어라는 걸 처음으로 압니다.
어담의 안동복숭아는 신선, 그 자체입니다.
한 입 가득 와삭와삭 베어먹여야 제 맛인 안동복숭아
산골 복숭아 농장에 놀러오세요
홍도를 시작으로 어담의 안동복숭아 농장은 8월이면 백도가, 9월이면 황도가 생산됩니다. 전병윤씨의 복숭아농장에서도 홍도를 수확하는 한편 황도에 봉지 씌우는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복숭아가 익기도 전에 과육이 무르는 걸 막고 벌레도 예방하는 차원이지요. 곧 물이 팔목을 타고 뚝뚝 흐르는 달콤한 물복숭아를 만날 생각을 하니 설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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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도 잊은 채 봉지씌우기 작업 중인 전병윤씨 |
9월 수확 예정으로 하루가 다르게 굵어가는 황도 |
지금은 일 년 중 가장 뜨거운 때. 앞도, 뒤도 깊은 산으로 둘러싸인 산골 농장에서 안동복숭아가 하루가 다르게 몸집을 키우고 몸 안에 달콤한 꿀을 저장합니다. 그런 복숭아 옆에서는 뻐꾸기가 울고 비둘기가 집을 짓고 알을 낳습니다. 때론 비행이 익숙치 않은 새끼 올빼미가 놀러왔다 어리버리 길을 잃기도 합니다.
산골 복숭아 농장은 종일토록 라디오 외엔 사람 목소리를 들을 일이 없지만 가끔은 소문을 들은 도시 사람들이 반가운 걸음을 하기도 합니다. 전병윤씨는 작년에 농장을 방문했던 그녀를 아직도 기억합니다. 지나가던 길에 복숭아농장을 둘러보고는 끝내 빈손으로 돌아가야만 했던 그녀. 작년의 복숭아 가격이 금값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높았기 때문이죠.
마음 한구석 짠했던 전병윤씨는 올해도 그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복숭아 그늘 아래서 지하수에 갓 씻어낸 차가운 안동복숭아를 맛보며 그간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하고 있습니다.
"지나는 길에 부담없이 들르세요" 라던 전병윤씨
사람 좋아하는 그는 오늘도 라디오를 들으며, 황도에 봉지를 씌우며, 혹시나 멀리서 올지 모르는 손님을 기다립니다. 라디오도 위안이 되지 않을 만큼 외로울 때면 핸드폰 카메라로 복숭아도 찍고 비둘기 둥지도 찍고 길 잃은 올빼미도 찍으면서 말이죠.
그는 천천히 기다릴 겁니다.
아직 안동복숭아는 익어가는 중이고 여름은 길고 기니까요.
내 마음의 안동복숭아 농장
이제 우리에게도 복숭아농장이 생겼습니다. 지나가는 길이 있으면 일부러 들르고 싶은, 복숭아나무 아래서 지하수로 씻은 차가운 안동복숭아를 먹으며 잠시 거닐고 싶은 복숭아밭입니다. 그곳의 하늘은 눈부시게 파랗고 복숭아는 달콤하고 복숭아 잎을 스치는 바람은 시원합니다.
잘 있나요, 안동복숭아?
잘 있나요, 반장님??
확인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다시 안부를 묻고 싶은 복숭아밭이, 안동시 풍천면 어담리에 있습니다.
총각의 Tip
안동복숭아는 7월 하순에서 10월 중순까지 생산됩니다
백도는 8월 중순 황도는 9월 중순이 일반적인 수확시기입니다만, 올해는 모든 과일의 수확시기가 조금씩 빠르므로 미리 확인을 하시면 좋을 거예요
어담복숭아작목반장 전병윤 010-3522-7487
어담 가는 길은 두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1. 대구방면으로 914번 지방도로를 직진, 남안동톨게 이트 옆길로 빠져 꼬부랑길을 10여분 달리면 풍천면 어담리에 도착 2.하회마을 부용대가 있는 풍천면 광덕리에서 광덕교 를 지나 지방도로를 따라 재를 넘으면 어담리에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