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택(Social Housing)의 진보
배문호 / 도시계획학 박사 (주거복지연대 이사, LH부장)
지난 6월 11일 서울시는 민간사업자와 공동으로 자본을 출자해 공급하는 임대주택인 ‘사회주택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사회주택은 주거와 관련된 협동조합ㆍ사회적 기업ㆍ비영리단체 등 사회적 경제주체들이 임대주택사업을 하고자 할 때 시가 공공의 자산(토지)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공급된다. 입주자는 주변 시세의 80% 이내의 임대료로, 최소 10년~최장 20년간 거주할 수 있다고 한다. 이사 걱정, 임대료 부담, 집주인과 갈등 걱정이 없는 주택(worry-free housing)인 셈이다.
사회주택(social housing)이란 개념은 우리에게 생소한 것이지만 서구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해 오고 있다. 쉽게 이해하기로는 공공임대주택을 사회주택이라 생각하면 된다. 영국은 1857년부터, 프랑스는 1867년부터, 독일은 1889년부터 정부와 비영리단체들이 도시저소득층이나 노동자계층들에게 사회주택을 공급하였다. 유럽 각국 정부는 이들 저소득층의 주택문제를 주택의 수요와 공급의 시장 논리가 아닌 인간의 기본 욕구로서의 주택, 즉 주택소요(housing needs)로 생각하였다. 그래서 도시 저소득층의 사회복지적 주거안정 정책인 사회주택을 공급하여 왔던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사회주택 정책은 어떠한가? 먼저 우리나라에 임대주택이란 개념의 주택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1971년 대한주택공사(현, LH)가 서울 개봉지구에 1년 임대 후 분양하는 13평 규모의 임대아파트를 공급한 것에서 시작된다. 1970년대는 경제가 고도성장하던 시기로 농촌인구의 도시로 이주현상 때문에 서울로의 인구 집중이 극심하던 시기였다. ‘한 지붕 세 가족’이 흔하던 시절이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생각해 낸 것이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아파트의 공급이었으며, 그 일환으로 임대아파트도 공급되기 시작하였다. 이 1년짜리 임대아파트는 1980년까지 64,947호가 공급되었지만 임대기간이 극히 짧아서 사회주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부산 금곡동 공공임대아파트
우리나라 최초의 사회주택은 1989년부터 공급하기 시작한 영구임대주택이다. 1988년 전세가격 폭등으로 사회불안이 심화됨에 따라 당시 노태우 정부는 주거안정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경제성장은 물론 사회적 안정도 어렵다는 인식하에 주택 200만호 건설계획이 수립되었다. 그 중 생활보호 대상자와 의료부조자 등 영세민들을 위한 영구임대주택 25만호 건설계획이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약 19만호가 건설되고 중지되었다. 정부재정이 너무 많이 투입되었기 때문이다. 건설자금의 85%를 정부 재정자금으로 충당하였다. 영구임대주택은 임대료가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입주대기자가 지금도 전국적으로 7만여 가구나 된다. 부산에도 북구 덕천(1,507호), 모라(5,724호), 금곡(4,496호)지구, 영도구 동삼(2,050호)지구, 해운대구 반송(1,710호)지구에 공급되었다.
이 후 한국의 사회주택은 5년마다 정부가 바뀔 때 마다 다른 이름으로 탄생한다. 문민정부에서는 50년 공공임대주택으로, ‘국민의 정부’에서는 국민임대주택이란 이름으로 100만호 공급한다는 계획으로 추진되었고 이는 참여정부에서도 계승되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기존정책이 무시되는 것이 빈번한 데 이것은 정책승계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라 할 수 있다. 국민임대주택은 현재도 공급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보금자리주택으로, 현 정부에서는 행복주택이라 이름으로 사회주택은 진보하고 있다. 한동안 중단되었던 영구임대주택도 최근에 공급을 재개하여 약 5천호의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 사회주택 프로그램은 단순히 아파트 건설임대에서 진일보하여 기존주택 매입임대주택, 전세임대주택 등 종류도 다양화되고 직주근접의 생활권도 고려되고 있다. LH는 ’12년말 현재 전국적으로 702,498호의 임대주택 재고를 가지고 있어 주거복지적 측면에서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사회주택은 그 종류에 따라 임대기간에는 차이가 있지만 시장임대료보다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다. 시장에서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도시저소득층, 노동자계층에서 갓 사회에 진출한 청년층이나 신혼부부로까지 그 수혜대상을 넓혔다. 특히 이번에 서울시에서 선보인 사회주택 프로그램은 1~2인 가구 등 시대적 변천에 따른 수요층을 포함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의 사회주택은 시대적 요구와 정부의 의지에 따라 끊임없이 진보하고 있지만 아직은 배가 고픈 실정이다. 특히, 대도시에 공급되는 임대주택은 저소득층이면 누구나 입주할 수 있고, 임대료는 자기 부담능력(affordability)범위 내에서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의 사회주택은 앞으로도 더 많이 공급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