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김 시천의 <논어,학자들의 수다:사람을 읽다>를 읽고
논어는 경전, 공자는 성인?
논어라는 텍스트를 우리는 안다. 한 두 권 이상의 관련 책을 읽은 이도 있다. 한문 공부와 경전 강독을 통해 원전을 접한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빛나는 한 두 문장을 삶의 좌표로 삼거나, 인간관계를 풀어나가는 지혜로 삼는 이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 가지 고정된 프레임을 논어에 가지고 있다. 논어는 경전이고 공자는 성인이라는 것. 우리는 그것을 배우고 실천하는 존재이지, 그 곳에 우리네 삶과 별반 다름없는 세상이 있을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는다. 저자는 여기에 의문을 던진다. 진짜 그럴까?
안회와 자로가 저벅 저벅~
저자는 논어를 ‘소중하게 간직해 온 옛날 옷’이라 비유하고 오늘날에 맞게 수선을 해서 입어야 한다고 한다. 어려운 철학책이 아니라 그 냥 한 권의 책이라 생각 하자고 한다. 또한 주연 공자가 아니라 다른 등장인물에 주목해 보자고 한다. 저자는 원전의 문장을 인용하고 그 때나 지금을 관통하는 우리의 삶과 상식을 동원하여 해석을 한다. 단절된 말의 맥락과 상황은 학자의 상상력으로 메꾼다. 그 상상력은 날로 나온 것이 아니다. 저자는 오상현교수와 함께 2014년 9월부터 매 주마다 전문가를 초청해서 논어의 한 문장을 읽는, 팟캐스트 <학자들의 수다>를 진행해 왔다. 그 경험을 토대로 내공 있는 책이 나온 것이다. 내용상 전문 학술서로도 손색이 없는데 글이 살아 있다. 영화 <박물관이 살아 있다>에서 훈족이 살아 나는 것처럼, 안회와 자로, 자공이 각 자 특유의 냄새를 풍기며 저벅저벅 나에게로 다가오는 느낌이랄까.
공자는 성인일까?
아니다. 공자는 생과 졸이 있는 역사 속의 인물일 뿐이다. 비천하고 가난한 출신에 안 해 본 것 없이 살아 낸 사람이었다. 예악의 전문가가 되어 30세 넘어 제자들을 받아 들였고, 자신의 문(文)과 인(仁)을 실현하기 위해 제자들과 죽을 고비를 넘기며 14년간 천하를 주유했던 분이다. 결국은 ‘상가집의 개’라는 소리를 들으며 노나라 고국으로 돌아와 5년 더 살다가 73세의 나이로 죽었다.
그가 성인이 된 것은 후대의 작업일 뿐이다. 유(儒)가 학(學)과 술(術)이 되고, 나아가 나라의 통치 기반이 되는 경전(經傳)이 되면서 공자는 성인이 된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공자를 존경하고 좋아할 수 밖에 없다. 왜냐면, 그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길을 걸어간 분이기 때문일 것이다.
각 자의 길(道)을 찾아간 제자들
논어에는 29명의 제자가 등장한다. 그 중 공자는 윤리도덕에는 안연, 민자건, 염백우, 중궁. 정치외교에는 재아, 자공. 행정감찰에는 염구와 자로. 문학에는 자유와 자하를 뽑았다. 이들을 십철(十哲)이라 부른다. 그들은 십인십색의 길을 걸어갔다. 그들을 통해 공자와 맺은 사제공동체는 맹자와 순자로, 장자로, 묵자로 분화된 것이다.
안연은 하나를 알려 주면 열을 아는 공자의 수제자다. 그러나 10대 때 큰 아버지 뻘 되는 스승 밑에 들어온 그의 처지는 어땠을까? 가난하고 비천한 출신의 그는 자신의 처지를 숙명으로 받아 들이고, 있는 힘을 다해 스승을 따랐을 것이다. 그를 바라보는 공자의 맘은 애잔했을 것이다. 공자는 안회를 머리 큰 제자들의 틈바구니에서 따돌림 당하지 않도록 배려했을 것이다.
재아는 가롯 유다처럼 비판받는 인물이지만 오히려 토론의 태도에서는 공자가 비겁했다. 재아가 주장한 1년 상은 이후 중국의 역사에서 관행이 되었고, 공자가 주장한 3년 상은 조선에서만 실천되었다. 저자는 재아는 실제로 ‘논리적이고 합리적인’사람이었을 것이고, 그의 실리주의 면모는 묵자와 순자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2016년 03월 26일 중앙도서관에서
책 곳곳에서 우리가 상식으로 알고 있는 내용들이 뒤집어 지고 있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반전의 재미를 느끼는 동시에 진짜 맞어?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묻고 싶은 곳이 한 두군데가 아니다. 그럼 어찌 할까? 아참! 기회가 있다. 저자가 보령에 온다. 이 책을 가지고 토론을 해 보고자 책 익는 마을에서 저자를 초청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 물론 책을 읽고 오면 재미가 두 배! 공부 효과가 네 배!
일시는 2016년 03월 26일 토요일 오후 3시. 장소는 중앙도서관 1층 대회의실. 회비는 무료다. 따듯한 봄 날 인문학의 꽃 향기를 듬뿍 들여 마셔 보시길~
책 익는 마을 원 진호
첫댓글 이제 읽기시작했는데 언제 끝날진 미지수군요!
하지만 강연을 먼저 듣고 읽는맛도 괜찮네요!
아주 잼있게 음미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