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죄를 진 여자들 싹싹 빌다
김 병 기
33인의 순사대표
3.1 민족대표 33인이 조선의 자주 독립을 위해 서울에서 모였던 3월달, 순사대표 33인은 졸업50주년을 맞아 서울에서 회동했다. 13회 뿐이지만 순천 광주 대표가 참석하고, 순사의 정체성이 선명하며 사범의 정통성을 지닌 엄선된 사람들의 집회이기에 그 의미가 깊었다.
솔
직히 말하면 졸업 50주년이나 입학 50주년 기념행사를 치르는 학교는 흔치 않다. 속칭 초일류 학교만 이런 행사가 관례화 되어있다. 순사 13회가 입학 50주년 기념집회를 갖고서도 또 졸업 50주년 행사를 치뤘던 것은 순천사범이 초일류 학교여서가 아니라 졸업생에게 미치는 교육력이 초일류적이었기 때문이다.
없어진 모교에 대해 가슴 아퍼하면서도 변변찮은 졸업행사 하나 없는 순사 동문들에게, 봉화산이 호통치는 것 같아 13회는 선후배를 대신해서 폐교된 모교에 대한 진혼곡을 불렀던 것이다.
여드름 난 것조차 부끄러워 했던 철딱서니 없던 우리들이, 날마다 700여 명씩 죽어가는 한국에서 50년을 버티다 보니 모두가 푸석푸석한 노인이 되었다.
입학 자체가 대답이 나와버리는 평준화된 객관식 인생을 살았고, 교사든 교수든 교육계라는 좁은 골목에서 삶의 좌판을 벌였다고, 시야가 좁고 시점이 미지근하다고 폄하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허지만 그것이 13회의 전부는 아니다.
“환희가 너무 깊어 고통스러웠던” 시절에 순천에서 배웠던 이상과 제도를 가지고 전국으로 흩어졌던 우리들은 외딴 섬 거문도부터 밤이면 불을 켜지 못하는 적접지역까지 문명의 횃불을 밝혔다. 특히 몇 사람은 인간으로서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비통과 불운의 바다에서 運命까지 건져올린 인간 力士들이었다.
5,000Km의 대장정 끝에 귀향하는 연어보다 더 먼길을 돌아 인생 70, 從心의 부두에 닿은우리들은 “신성포 바다처럼 많은 옛꿈”과 곡절을 안고 졸업 50주년을 맞은 것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모든 영광, 발전, 꿈, 그리고 실패와 좌절, 피묻은 분노까지도 우리들에게 흡수되었다가 우리를 통해 다시 제자와 후손들에게 전승되고 있다.
2010년 3월 23일, 아직도 들끓은 젊음의 진앙지 순사의 호수가에 모여 영원히 꺼지지 않는불, 無盡燈에 불을 밝힌 33인의 이름은 아래와 같다.
고규석(광주) 김병기 김소중 김용래 김용직
김인규 김태진(순천) 송융근(광주) 양회안 위광우
유중훈 유현수 이병래 이장로 이 춘
임성수 정순기 정 진 최원섭 허 주
강춘지 강희순 김문자 김수옥 김순옥
김정희(광주) 박달순 박영자 박우자 송춘강
이춘자 이화자 정민자
청춘 청문회를 열었다.
가까운 과거라고 할 수 있지만 50년 전 여고생이란 말은 가슴 설레는 어휘였다. 더구나 사범학교 여학생은 보통 여고생들과 품계가 다른 양질의 여성들이었다.
남자 두반에 여자 한반인 순사에서 여학생은 존재 그 자체로서 남학생들의 젊음을 착취하는 체제였다. 그래서 별 것(?) 아닌 여자들까지도 상종가를 치는 시스템이었다. 그래서 예쁘기로 삼남 일대에 소문나고 영리하다는 순사 여학생들은 남학생들에게 특히 도도했다. 그래서 좌절을 많이 겪었던 13회 남학생들은 13회 여학생들과 연애를 못걸어 봤다. 그래서 대부분 첫사랑이 짝사랑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우리들은 첫사랑의 기억을 감기약 먹듯 꺼내 먹으면서도 가슴에 뚫린 구멍을 메우지는 못했다. 그래서, 그래도 우리들에게 첫사랑의 추억은 힘이되고 긍지가 되었다.
그래서 졸업 50주년을 맞은 순사13회 남학생들은 여학생들을 냉혹히 단죄하기로 했다. 죄상은 많지만 대강 다섯 가지로 정리되었다.
① 연애편지를 받고 답장을 안했던 죄. 특히 뜯어보지도 않고 쓰레기통에 버렸다는 악질(?)
여학생은 남자의 순정을 능멸한 죄.
②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다 해도 남학생들을 잠못들게 했던 죄.
③ 선물시장에 나와 있는 남학생들의 미래 가치를 못 알아보고 개인적으로 만났을때도 모른척 했고 누가보지 않은 으슥한 곳에서 부딪쳐도 손목도 못잡게 한 죄
④ 지금은 전철 속이나 큰길가에서도 배꼽을 내놓고 다니는 처녀들이 많은데 순사 여학생들은 장딴지만 보여주었고 남학생들의 심장을 멎게했던 허벅다리는 바람이 치마를 걷어올릴 때나 계단을 올라갈 때 잠깐씩만 보여준 죄(그나마도 꼭 보고 싶었던 사람은 몇 번밖에 볼 수 없었다.)
⑤ 이것도 본인의 뜻이 아니고 경미하지만 S여고생이나 Y여고생은 물론 전남의 K사범이나 M사범 여학생보다 확실히 예쁜 죄.
이런 것들이지만 죄질은 상당히 나쁘다고 할 수 있다. 사도 바울은, 사람은 하느님에게 빚진 자들이라고 말했지만 13회 여학생은 하느님에 앞서 13회 남학생들에게 엄청난 빚을 진 사람들이고 죽을 죄를 진 죄인인 것이 틀림 없었다.
그래서그랬는가 ‥‥ 13회 여학생들은 대왕대비 같은 여자는 물론 개그우먼 같은 여자도 처음부터 고개를 들지 못했다. 모두 사범시절에 진 죄를 참회하면서 물끼 서린 눈으로 싹싹 빌고 있었다. 이런 여학생들을 보고 인자한 남학생들은 통크게 용서해 주며 입이 귀밑까지 찢어졌다. 이것이, 아브라함은 100살에 아들을 낳았는데 우리들은 70밖에 안되었으니 지금도 쌍둥이를 낳을 수 있다고 정력을 과시하는 13회 남학생들의 건강한 순진함이었다.
특히 죄를 많이 진 어떤 여학생은 잘못을 고해성사하면서 그 보속으로 상당한 금액을 남학생들에게 바쳤다. 남자들은 단호히 거절했다. 회개의 마음이 아직도 부족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순사 13회 남학생들의 노회함이었다.
아, 그러나 청춘을 자급자족했던 우리들의 첫사랑 관리가 어찌 야박함 뿐이겠는가.
사실 순사 여학생들은 용모나 자질로 따지면 측천무후나 크레오파트라보다 무엇이 부족하겠으며, 대한민국 역대 영부인들보다 무엇이 부족하겠는가.
또 품질로 평가하면 순사 여학생들과 상대도 안된 여인들이 시집 한번 잘가서 떵떵거리며 잘살고 폼잡는 것을 볼 때 마다, 우리 여학생들이 저 자리에 있다면 얼마나 기품있게 처신할 것인가를 상상할 때가 얼마나 많았던가. 이것이 순사 13회 남학생들의 동창애인 것이다.
花香千里 情香萬里라고 반백년 세월의 벽을 넘어서 전국에서 모여든 남녀 친구들은 진달래보다 더 붉은 추억을 배구 공처럼 주고 받았다. 우리는 덧없는 시간과 공간을 버무르며 50년을 茶毘하였다. 과거, 현재, 미래를 오르내리면서 젊은 시절을 내시경으로 드려다보는 靑春청문회를 열었다.
이것은 우리 인생의 후반에 맞은 우․생․순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이었다.
聖 순사동창회
장수하는 사람과 단명한 사람이 있듯이 사회적 구성체도 마찬가지다.
서구적 교육제도가 한국에 도입된 지 100년이 넘자 여러 학교가 개교 100주년을 기념하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 순사도 16회로 폐교되지 않았다면 올해 63회가 나왔을 것이다. 애석하고 안타깝다.
그렇지만 순천사범학교가 소멸해 버린 것은 아니다. 인터넷 카페에 ‘재경순천사범총동창회’라는 간판을 달고 디지털로 부활했다.
지금 당장 주소창에 ‘club.cyworld.com/scns’ 이나 ‘재경순천사범총동창회’를 쳐
보라 웅장한 순천사범의 새로운 모습이 나타날 것이다.
역사의 일기 예보관으로 현대문명사에 명성을 떨치고 있는 Alvin Toffler는 인간이 인터넷을 발명한 것은 갈릴레오가 망원경으로 새로운 우주를 발견한 것보다 더 큰 인류사의 혁명이라고 했다. 800만부 이상 팔린 Megatrends라는 책을 써서 현대사회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John Naisbitt는 현재 도달한 IT 기술은 그 잠재성의 10분의 1밖에 안되며 한국의 IT기술이 세계의 IT수준을 대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세기적 석학이 인정해 주는 IT강국인 한국에서 순천사범 동창회의 인터넷 카페가 한국 최고의 인터넷 카페로 선정되었다.
사실대로 말하면 우리가 아무리 허풍을 친다해도 순사가 전국 제일의 고등학교였다고 강변할 수는 없다. 헌데 재경순천사범총동창회 카페가 45,649개의 전국 고교 카페 중에서 당당히 1위가 된 것이다. 게재된 글의 양과 질적수준, 콘텐츠의 다양함과 창조성을 총체적으로 평가하여 내린 결정인 것이다. (2009년 12월 29일 www.nate.com 시멘틱 검색창)
약간 당황스럽기도 한 이런 황홀한 결과가 나온 것은 이에 상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첫째 회원의 출신성분이 교육계 출신들이라 인터넷에 친숙할 것이고 교사의 특성상 집단적 의사구조의 창출보다는 독불장군식 개성이 체질화 되어 있어서 컴퓨터를 가지고 노는 것이 기호에 맞을 것이다.
다음 요인은 회원의 거의가 토종닭처럼 맨발로 산업화 시대를 뛰어다녔던 사람들이라 회고적 정서에 몰입하기 쉽고, 없어진 모교에 대한 측은한 향수가 비아그라 먹은 난봉꾼처럼 격정적으로 분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순사카페가 번창한 가장 결정적 요체는 실력있고 능력있는 여자 동창들이 열정적으로 카페를 선도해 준 점이다. 거기다가 죽었던 예수를 제자들이 엠마오에서 다시 만난 것처럼 카페가 동창들의 순사엠마오가 되어 순천사범의 새로운 교정이 되어주기 때문일 것이다.
재경순천사범총동창회 인터넷 카페는 2006년 11월 14일 13회 이장로군이 개설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3년 반도 되지 않은 기간에 방문자 수가 9만2천명이 넘었고 게재된 글이 6450개이고 올려진 사진이 181
6장이다(2010년 4월 22일 현재)
이렇기 때문에 대한민국 제일의 카페가 된 것이다. 이 동창회 카페에는 13회에서 김순옥 이경자 송춘강 유현수 강희순 위광우 유금자 등과 광주의 김진영 순천의 박성언 김정래 등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올려진 총자료의 3분의2정도를 13회 회원들이 제공했다. 13회에 의한 13회를 위한 13회의 순사카페라 해도 결코 지나친 과장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이런 특정기 회원의 과점 현상은 꼭 개선되어야 할 사항이다)
우리나라 금융계에서 새로운 총아로 각광받는 미래에셋의 성장사가 미국 하버드대학 경영대학원의 교재로 채택되었다. 그렇다면 새로운 공공매체의 총아로 각광받는 인터넷 카페에서, 해가 지지 않은 나라라는 19세기의 영국처럼 사이버제국을 형성하고 있는 순사동창회의 눈부신 성장사도 미국 하버드대학 공공정책대학원(케네디스쿨)의 교재로 선택될 개연성은 충분히 있는 것이다. 또 채택되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 혜성처럼 빛나고 있는 순사동창회의 책무 아닌가.
아, 聖 베드로의 묘지위에 우뚝 서 있는 聖 베드로 성당처럼,
16회로 요절해버린 순사의 과거위에 우뚝 서 있는 聖 순사동창회.
장엄하고 聖스럽구나.
김진영:
김병기씨의 멋진 글 인터넷에서 접하게 되니 더욱 화려하고 돋보입니다.
개인 사정으로 졸업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참석했더라면 50년 전 그 때의 그 순천사범 학생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을 텐데.
50년 전 그 때의 그 순천사범 학생들 언제까지나 그 모습 그대로 이기를 바라고
재경순천사범총동창회 클럽이 더욱 더 힘차고 보람 있게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이홍기:
선배님들의 졸업 5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재학시절 먼 눈빛으로만 대하던 남여 동기분들이
한 자리에 오손도손 모여 즐거운 시간을 가졌으니
얼마나 흐뭇하셨겠어요.
더구나 가까이 접근(?)하지 못했던 마음속 연인(?)들을
청문회에까지 세우셨으니...여한이 없었겠습니다.
김순옥:
김병기 대단한 필력에 다시 놀라며 무거운 짐을 더 받아 휘청거린다.
'아, 聖 베드로의 묘지위에 우뚝 서 있는 聖 베드로 성당처럼,
16회로 요절해버린 순사의 과거위에 우뚝 서 있는 聖 순사동창회.
장엄하고 聖스럽구나.'라고 끝을 맺는 글은 엄숙하기까지 했다.
카페에 큰 힘을 보태주는 친구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보내며...!
이희옥:
허허허허, 허허허허.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