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클라마칸 배달사고룰 읽고.....
20411유재환
저번 토요인문학캠프 프로그램에서 타클라마칸 배달사고라는 소설을 읽고 가벼운 줄거리 설명과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간의 갈등, 인물들의 가치관, 공간적 배경 등의 여러 가지 소재를 바탕으로 친구들과 다양한 논평을 했다.
소설의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도시화가 100%된 도시 빈스토크를 배경으로 그곳에 있는 회사에 취직하고자 하는 은수와, 그런 은수와 함께하기 위해 빈스토크 해군 용병 업체에 지원했다가 불운의 사고를 당하게 되는 민소, 그리고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빈스토크 타워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병수, 민소와의 연락이 끊긴 5년 후 현재 은수의 약혼자인 진수까지, 이 4명의 인물이 이 소설의 주된 등장인물이고, 그 4명의 인물들의 이야기가 얽히고 얽혀 타클라마칸 사막 한가운데서 실종된 민소를 찾는 것이 이 소설의 주된 내용이다.
우선 내가 이 소설 속에서 인상 깊었던, 미처 찾지 못했지만 다른 친구들이 발표한 내용 중 감명 깊었던 부분을 순서대로 찾아보려고 한다.
1.가고 싶어서 갔냐? 나는 가고 싶어서 가는 것 같아?
엄밀히 따지자면 은수는 가고 싶어서 가는 게 맞는 것 같다. 본인의 꿈을 위해서, 더 나은 경험을 쌓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친구인 민소와 헤어지는 것에 대해서 은수 본인도 힘들어하는 모습이 충분이 느껴지기 때문에 결코 한 쪽이 이기적이라고는 하지 못하는 상황이 서로를 답답하게 만드는 이유인 것 같았다. 이런 상황은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에게 충분히 일어날 만한 상황일 것이다. 어느 한 쪽을 쉽게 정하지 못하는, 둘 다 소중하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매기기 어려운 그런 상황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결국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남은 한 쪽과 사람이든 사물이든 갈등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이는 내가 그 입장이 되어보면 정말 공감이 가면서도 누락된다면 쉽게 서운해 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나는 실재로 이런 상황 속에서 크게 갈등을 겪어봤기 때문에 당연한 사실이지만 절대로 내 입장만을 앞세워 상대방이 이해해 주기만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양쪽이 서로 공감해 주는 능력이 정말 중요한 것이라고 더욱 확신할 수 있다.
2.너가 닳아 없어질 것 같아, 예상대로 은수가 닳아 없어졌다.
이 부분은 내가 스스로 찾아냈다기보다는 다른 조의 친구가 “민소는 아마 은수가 빈스토크에서 실리만 따지는 너무 합리적인 사람이 될까봐, 즉 인간성이 닳아 없어질까봐 두려웠을 것이다. “ 라고 한 말이 인상 깊었다. 작중 빈스토크 타워의 평가로는 그곳에 사는 병수 같은 사람들을 제외한 주변국 사람들은 바벨탑에 비유하는 등 비인간적이고 무분별하게 상업화된 부분, 인간미 없고 각박하다는 식의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멀리서 바라보는 민소의 입장에서도 빈스토크 타워에 대한 인식은 주변국 사람과 크게 다를 것 없었을 것이기 때문에 민소 나름대로 걱정되는 마음을 담은 말이었을 것이다. 이 외에도 또 다른 해석이 충분히 나타날 수 있지만 나는 저 의견이 내가 해석한 기준에는 가장 근접한 답이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마음에 와 닿았다.
3.자신의 이익에만 관심 있는 사람, 자본주의 사회는 악마의 소굴이라고 일반화할 수 있는가?
다른 조에서 나온 흥미로운 질문이다. 어쩌면 빈스토크 타워를 바라보는 주변국에게, 또는 그런 단체나 사람을 바라보는 우리에게 해볼 만 한 질문인 것 같다.
우선 질문에 답을 한다면 그렇지 않다! 이다. 우리 사회는 그렇게 발전해왔고, 자기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 하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의 본능이자 원칙일 것이다. 모순적이지만 자기 자신의 이익을 살펴야지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생길 것이고 그렇게 우리가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실과는 별개로 그런 사회나 사람은 내 곁에 두고 싶지 않다. 그런 사회는 재화를 비롯한 이익은 챙길 수 있을지 몰라도 남을 배려할 확률이 낮아 갈등이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며, 남에게 싫은 소리를 하게할 상황 또한 불가피할 것이다. 사람이 가지는 자본주의는 애써 남을 챙길 수 있는 과정이라고 말했지만, 자본주의 의식에 깊게 사로잡힌 사람이라면 남을 배려할 빈도도 적고, 분명 더 큰 이익만을 좆게 되어 남을 돌볼 여력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더불어 남에게 싫은 소리를 하더라도 자기 합리화를 해서 양심의 가책을 피해가는 성향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 또한 크기 떄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사회, 사람을 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하다. 그럼에도 주변에서 훈훈한 소식을 자주 접하고 사회가 따뜻하게 돌아갈 수 있는 이유는 자본주의 사회를 지향하면서도 그런 사회에 일방적으로 굴복하지 않는 사람들이 다수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4.왜는 무슨 왜요? 그냥 찾는 거지.
이 소설에서는 아무 연관이 없는 사람들의 인간성을 보여주는 감동적인 장면으로 나오는데 반해 나는 이 말이 현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시각에 적용해 본다면 참 무서운 상황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령 예를 들자면 본인에게 어떤 피해를 주지 않은 연예인의 기사에 악플을 다는 사람들, 아무 생각 없이 괴롭히는 학교폭력의 가해자들 같은 의식의 흐름대로 남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대게 공통적으로 비슷한 답변을 하는 것을 한 번 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냥 했어요, 별다른 이유 없어요,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같은 말들 말이다. 한 가지 문장을 소설 속에서는 배려가 몸에 배어 있는 인간성이 넘치는 사람들을, 내가 적용한 상황 속에서는 아무 생각 없이 돌을 던지는 한없이 잔인한 사람들을 만들어냈다. 참 따뜻해지기 좋은 말들도 쉽게 무서운 말로 가정해 낼 수 있는 현실이 조금은 안타깝게 느껴졌다.
이번 토요인문학 캠프에서 친구들이 보여 준 모습들은 정말 성숙해 보였다. 내가 바라던 논의의 모습이 어느 정도 보였고, 이렇게 점점 생각을 키워나가는구나 같은 긍정적인 생각도 할 수 있었고, 고등학교2학년이 되면 저 정도는 생각할 수 있어야 되는구나 같은 반성의 태도도 가질 수 있었다. 가치관과 생각의 폭이 넓혀지는 것을 느낄 수 있던 시간이였기에 참 보람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