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드래곤 백 트레일-2
드래곤 백 트레일은 2004년 타임지 아시아판에 ‘아시아 최고의 하이킹 트랙’으로
선정됐을 만큼 수려한 풍광을 자랑한다. 능선으로 올라서니 서쪽은 멀리 망망대해를 이룬 남중국해가 드넓고,
동쪽은 지금까지 함께해왔던 타이탐완이 아기자기하다. 소위 드래곤 백이라 불리는 아귈라반도의 능선은
200~300m 고도를 유지하며 남쪽으로 향하다가 혹추이산을 넘어 바다로 빠져든다.
오르락내리락하는 능선이 용의 등을 닮았다고 하여 이 코스를 드래곤 백(Dragon’s Back, 龍脊)이라 부른다.
드래곤 백은 해발 284m 섹오피크(Shek O Peak, 石澳)에서 절정을 이룬다.
드래곤 백은 홍콩섬 남부지역의 아름다운 풍광을 가슴에 끌어안을 수 있는 곳이다.
우리는 섹오피크에 서서 남쪽으로 바다를 향하여 고도를 낮추어가는 아귈라반도를 바라본다.
홍콩 섬 트레일의 끝자락 혹추이산이 반도 끝에 붕긋 솟아 있다.
아귈라반도 북쪽에서는 높은 산봉우리들이 홍콩시내를 가로막는다.
산자락에는 작은 골프장이 푸른 초원을 이루고, 바닷가 작은 섹오(Shek O)마을이 적요하다.
마을은 건물 색깔이 대부분 흰색을 이루어 푸른 바다와 잘 어울린다. 마을 앞 바다에는 두 개의 꼬마섬이
토끼의 두 귀처럼 쫑긋하다. 섹오마을은 운치있는 백사장까지 갖추어 해변마을 정취를 더욱 깊게 해준다.
섹오마을에서 작은 규모의 골프장을 지나 북쪽으로 해안선을 따라가면 모래사장이 수줍은 듯 숨어있고,
모래사장 안쪽에 타이롱완 마을이 자리를 잡고 있다. 내려다보이는 타이롱완은 드래곤 백 코스의 종점에 해당한다.
타이롱완 해변 남서쪽에서는 남중국해가 망망대해를 이루어 막힌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준다.
타이롱완 북서쪽에는 퉁청섬을 비롯한 크고 작은 섬들이 떠 있고
안쪽으로 홍콩의 내륙 구룡반도의 끝자락이 살짝 고개를 내민다.
섹오피크에서 용의 등을 따라 운침산 방향으로 걷는다. 능선 양쪽으로 바다가 펼쳐지지만 정면만 바라보면
멀리 높은 산봉우리들이 우뚝 서서 홍콩시내에 높이 솟은 건물들을 가로막는다. 봉
우리와 봉우리 사이로 홍콩시내의 건물들이 살짝 고개를 내밀며 존재감을 과시해보지만 금방 산줄기에 가려져버린다.
완침산 직전 고개에서 200m 쯤 내려가면 출발지점인 토테이완에서 산허리를 돌아오는 길과
종점인 타이롱완으로 가는 길이 갈린다. 이정표에는 타이탐갭(大潭峽)으로 표기되어 있다.
오른쪽 타이탐갭(大潭峽) 방향을 선택한다. 완만하게 산허리를 돌아가는 길은 울창한 숲길이다.
뜨거운 햇빛을 차단해주니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어서 좋다. 중간에 작은 계곡도 있어 잠시 손을 담그기도 한다.
타이탐갭과 타이롱완으로 가는 길이 갈리는 지점에서 우리는 자동차도로가 있는 타이탐로드로 내려선다.
갈림길에서 1시간 정도를 내려가면 타이롱완이지만 스텐리해변으로 이동하여 점심을 먹기 위해 여기에서 트레킹을 마무리한다.
타이롱완은 대중교통이 불편할 뿐만 아니라 식사할 곳도 마땅찮기 때문이다.
시내버스를 타고 스탠리(赤柱)베이로 가는데 차창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드래곤 백 트레일에서 내려다보았던
타이탐완(大潭灣) 풍경이 영화 속 화면처럼 빠르게 스쳐지나간다. 어느덧 버스는 스탠리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타이탐완 동쪽에 있는 작은 만, 스탠리베이(Stanley Bay, 赤柱灣)로 내려가니 조용한 휴양지 같은 느낌이 난다.
타원형을 이룬 스텐리베이는 아담하고 예쁘다. 에메랄드빛 바다는 청정하고 시원하다.
해변에는 깔끔한 식당이나 레스토랑 같은 상가뿐만 아니라 고급아파트 등 주택들도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관광객들도 꽤 눈에 띄지만 빨리 걷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해변 나무 아래 앉아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한가로운 행복이 느껴진다.
스탠리베이 바다 위에 설치해 놓은 커다란 정자에 앉아 있으니 조각배를 타고 있는 것 같다.
푸른 바다가 눈을 맑게 해주고, 바다향기를 품고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가슴을 씻어준다.
바다위에서 무념무상의 상태로 하염없이 앉아 있고 싶다.
스탠리베이에는 오래된 재래시장 스탠리마켓(Stanley Market)이 있다.
스탠리마켓에 들어서니 ‘홍콩의 이태원’이라고 불릴 만큼 좁은 골목에 120여 개의 다양한 상점들이 즐비하다.
주로 각종 기념품과 그림, 조각품, 의류, 액세서리 등이 진열되어 있다.
스탠리마켓은 홍콩 패키지 여행코스에 포함되어 있을 만큼 유명세를 타고 있는 시장이다.
우리는 스탠리베이의 한적함을 뒤로 한 채 홍콩 최고 번화가 침사추이로 향한다.
버스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2018. 7. 17)
*여행쪽지
-‘홍콩섬트레일’은 총 50km 거리에 8개 구간으로 나눠져 있다. 그중 ‘드래곤 백 트레일’은 홍콩섬트레일 6번과 7번 사이에 있는 8.5km 구간을 일컫는다.
-코스 : 토테이완(土地灣)→바위전망대→섹오피크(石澳)→운침산→타이탐갭(大潭峽) 갈림길→
타이롱완(大浪灣) (8.5km/3시간 소요)
*타이탐갭(大潭峽)에서 끝낼 경우 6km/2시간 소요
-난이도 : 보통
-주변 관광지 : 스탠리베이(Stanley Bay, 赤柱灣)와 스탠리마켓(Stanley Market)
<침사추이 시내픙경과 스타의 거리>
첫댓글 멋진 트래킹이었지요. 무더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비교적 좋은 날씨에 여행을 할 수 있어서 행운이었구요. 난타우와 맥리호스가 이어지겠군요..늘 고마워요.^^
홍콩에 이렇게 아름다운 트레킹 코스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어요.
흔히 홍콩하면 야경과 시내구경, 쇼핑, 먹거리 정도로 여행콘텐츠를 생각하는데, 조금만 발품을 팔면 산과 바다가 어울린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감동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