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9일 일요일 날씨 안개후 맑음
아내와 둘이
용문산은 원래 산에 오르면 두루두루 지혜를 깨닫게 되는 산이라는 의미의 미지산(彌智山)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으나, 지혜를 얻고 싶었던 이성계가 이산을 자주 찾으면서, 가섭봉 아래의 바위굴에 지인들과 자주 어울렸고 세상의 이치와 지혜를 논하곤 했는데, 이 인연으로 용상(龍上)에 오르면서 조선의 문(門)으로 들어가도록 도운 산이라는 의미로, 용문산(龍門山)으로 바꿔 부르게 되었다.
용문사 입구- 은행나무- 용문사- 마당바위- 용문산(가섭봉) - 장군봉- 함왕봉- 암봉- 구름재- 백운봉- 백년약수- 새수골- 용문산 자연휴양림까지 13.5 km 산행
용문산의 높이는 1,157m인데, 화악산(1,468m) 명지산(1,267m) 국망봉(1,168m) 다음 경기 제 4봉으로, 생각보다 산세가 험하다. 때마침 마당바위에서 정상까지는 산행로를 고치는 작업을 하는 중이라, 데크의 마루를 몽땅 뜯어내 철재 골조만 남기어, 골조를 밟고 지나가는 통에 아내가 애를 먹었다.
산에 갈때 제일 큰 애로사항은 접근하는 방법인데, 필자는 차를 가급적 가지고 가고 싶지 않다. 차를 가지고 가면 원점산행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기회가 있어 내친 김에 원점산행이 아닌 백운분맥(白雲分脈)까지를 섭렵할 수 있어서 즐겁다. 백운분맥은 세수골(휴양림)에서 682.5m - 백운봉 (941.2m) - 구름재(753m)- 802m(여우봉 암봉) -814m- 868m -858m - 901m - 함왕봉(967m) - 장군봉(1055.5m) - 한강기맥 분기봉(벽봉 822m)- 용문산 가섭봉 (1,157m)까지인데 필자는 역순으로 산행을 했다.
용문역에서 내려 이동하는데 약 20여 분이 걸린다. 용문산 입구도 예외 없이 입장료를 징수한다. 산에 가려는 사람에게 가장 접근하기 쉬운 입구에 산사가 자리잡아 입장료를 내라는데, 마치 자리세를 뜯어내는 조폭같아 항상 심기가 불편하다.
하지만 1000년 묵은 은행나무를 돈내고 봤다고 생각하기로 한다. 내가 화를 낸들 달라질 것이 무엇이랴?
대웅전을 뒤로하고 골짜기로 접어들면서 산행을 시작한다.
숲에서 뱉어 낸 공기를 마시는 것은 무언가 다른 세계로 인도하는 마법과 같은 능력이 있다. 초입 산행 내내 왼쪽으로 시내가 흐르면서 토해 내는 물소리와 어울리며 더욱 마음을 아릅답게 한다. 시내를 따라 내꽃도 있고 크고 작은 내바위도 함께한다. 한발 한발 묵묵히 앞으로 나갈 뿐인데 어느덧 마당바위가 눈앞에 있다.
마당바위를 끼고 골짜기를 건너 뫼마루로 오르는 길이 있다. 상원사를 거쳐 장군봉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험하기가 덜하지만 조금 멀다. 붉은색은 상원사방면, 파란색은 지름길.
우리는 마당바위를 그대로 지나쳐 지름길로 오르는데 빡센 오름으로 한고생 해야 한다.
고생 뿐 아니라 연말까지 등산길을 정비 하느라, 때때로 나타나는 데크로 만든 등산 길이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 철판 간격이 멀어 오르기가 만만치 않다. 마치 유격훈련을 받는 기분이다. 익숙치 못한 여인들이 엄청 힘들어 한다. 당분간 상원사 길로 돌아가는 것이 훨씬 나아 보인다.
악전고투 끝에 뫼마루가 생채기를 보인다. 드디어 올라 왔다.
그런데 산 마루가 흉측하게 되었다. 무선회사들의 중계탑이 마루 한켠을 차지하고 딸린 집들이 또 있다. 또 석가봉과 아난봉 부근엔 공군 8145부대가 있어 40여년간 출입이 통제되어, 그 결과 달랑 열평도 안되어 보이는 공간 만이 허용된다. 그 나마 사방이 막혀 있다. 올라 왔던 길로 도로 내려가야 한다. 100대 명산으로 지정되었지만 명색을 허물만큼 대접이 엉망이다.
용문산의 별칭은 가섭봉(迦葉峰)인데 가섭은 부처님에게 염화시중(拈華示衆)의 미소를 보낸 마하가섭(摩訶迦葉)의 줄임말이다
이곳 정상 산군(山群)은 세개의 봉우리가 있다. 산 위에서 용문사를 내려다 볼 때, 우측에 1,135봉(아난봉). 가운데가 1,155봉.(석가봉) 그리고 좌측이 1,157봉(가섭봉)이 나란히 있다,
불가의 유명한 석가삼존도(釋迦三尊圖)에 의하면, 가운데의 부처와 그 왼쪽에 가섭존자(보현보살), 오른쪽에 아난존자(문수보살)를 그린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불교에서 세 분이 차지하는 위치는 각별하다. 불자의 입장에서 보자. 이 불교의 삼존을 연상하는 봉우리 세개가 이 곳에 있는데, 세 봉우리를 삼존과 연상하면 금방 그림이 떠오른다.
용문사에서 본 용문산. 맨 왼편에 운무가 있는 것이 백운봉(白雲峰). 그리고 오른쪽 한참지나 장군봉(將軍峰). 그리고 바로 연하여 우측에 계란같이 솟은 3개의 봉우리가 나란히 있는데, 그 중 왼쪽이 아난봉(阿難峰) 가운데가 석가봉(釋迦峰) 맨 우측이 가섭봉(迦葉峰 지금의 龍門山)이다.
세 봉우리 중 지금은 군사시설로 갈 수 없는 중앙의 1,155봉을 석가봉(釋迦峰). 석가봉 좌측이 1,157봉인 가섭봉(迦葉峰). 석가봉 오른쪽이 1,135봉인 아난봉(阿難峰)이라 칭한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그런데 측량기술이 발전되지 않은 옛날에는 석가봉과 가섭봉의 높이가 2m밖에 차이가 안 나 구분이 어렸웠을 터, 그래서 안타깝게도 석가봉이 아닌 가섭봉이 최고의 봉우리로 밝혀지면서 가섭봉이 최고봉이 되었다.
태백산과 함백산도 비숫한 운명을 맞았다. 태백산(1,567m)이 함백산(1,573m)보다 조금 낮지만 옛사람에게는 태백산이 함백산보다 높아 보였으리라. 그래서 함백산보다 태백산이 더 대우를 받는다.
10여분 만에 다시 내려 와 등산객을 위해 꾸민 마루에서 식사를 하고, 좌측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간다. 장군봉 경유 상원사쪽으로 가는 길은 안내판도 없어 사전에 잘 숙지하지 않으면 가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참고로 이 용문산은 한강기맥에 속하며 기맥을 따라 산행하는 사람들에게는 안내판이 전혀 없어 조금 불편한 듯하다.
장군봉 방향 가는 길.
장군봉 쪽으로 가는 길은 평범한 육산으로 비교적 쉽다. 1,155봉(석가봉)은 군사보호시설도 있고 우측으로 비켜 있고 갈수 없다. 다시 1,135봉(아난봉)도 우회하고 .
분기점인 벽봉(822 m).
이정표에 옥천면 용천리(7.7km)라고 써있고 그곳 방면은 급하게 우틀하여 배너미 고개와 유명산으로 갈 수 있다. 한강기맥 서진방면이다.
우리는 좌틀하여 장군봉으로 간다.
문필암터 상원사 절고개 경유 마당바위로 가는 갈림길. 원점산행을 하려면 이곳에서 하산한다. 백운봉은 직진.
장군봉(將軍峰1,064m). 좌틀하면 장군약수를 통해 상원사와 연수초등학교를 통해 하산할 수 있다
장군봉(將軍峯)은 군대의 장수(將帥)를 말한다.
함왕봉(咸王峰 947m) 능선의 서쪽분지에는 원삼국시대 강력한 호족세력인 함(咸)왕국이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현재는 무너진 성터만 남아 있다. 백운봉쪽 능선과 함왕성에서 함왕골로 내려가는 능선 위에는 지금도 성벽을 쌓았던 돌들이 흩어져 있다.
이정표만 있고 이정표 밑에 작은 글씨로 함왕봉이라 써 놓았다. 함왕봉을 알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여기에 있는 삼각점을 확인하면 된다. 함왕(咸王) 사당(祠堂)이 아래에 있다.
887m 삼거리. 우측에 사나사(舍那寺)로 탈출한다.
856봉을 거쳐 865 여우봉 전망대. 암봉으로 되어 있다.
여기서는 알바주의.
무심코 잘닦인 우측길로 가면 사나사(舍那寺)로 바로 직행한다. 전방에 백운봉이 보인다 .
좌측에 희미한 길로 잘 찾아 가야한다.
암봉(巖峰) 혹은 여우봉이라고도 하는이 바위 뒤로 돌아간다.
구름재
좌측으로 난 형제우물 갈림길. 백운봉 꼭대기를 가지 않으려면 이곳에서 형제약수방면으로 가면 산허리를 통해 가며 백운봉을 건너뛴다.
헉헉거리는 길고 센 오름을 경험한 후,
비로소 속살을 보여주는 숨은 비경 백운봉 (白雲峰 940m)
개인적으로 용문산보다 훨씬 좋은 듯하다.
전혀 예상치 못한 때에 만난 행운의 로또처럼 횡재를 만난 듯 의외의 산이다.
사방의 전망과 풍광이 예사롭지 않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실속있는 산이다. 이런 산이 이곳에 있었던가.
잠시 시상(詩想)이 떠오른다.
"이 산에 오르기 전에 힌구름이라는 고상한 이름을 차지 했느냐고 산을 탓했지만
산을 오르고서야 흰구름이 아쉬어 꼭 머물러가야만 하는 이유를 발견했노라.
너 역시 이곳에 터를 잡고 용문의 기세에 눌려 약자의 비아냥을 견디고 있지만
너를 알아주는 내가 와서 오늘 잠시나마 행복했노라 대답하네."
백년약수 경유
자연휴양림 입구 하산 산행종료.
산행시간: 7시간 27분 6초
38,017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