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이 자금이 전부는 아닙니다
자금 때문에 창업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창업하는 데 꼭 많은 돈이 드는 건 아니다. 소액으로 창업한 CEO들을 만났다. 어떻게 보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아이템이지만,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꿈을 실현해 가는 사람들이다.
◇공짜로 저작권 들여와 2만장 그림 판매한 청년
스타트업 핀즐의 진준화 대표는 한 달 1만5000원(6개월 이상 정기구독 기준)을 내면, 매달 한 장 씩 새 그림을 보내주는 '그림 정기구독' 서비스를 한다. 계약 때 보내준 액자에 그림을 교체해 걸고, 지난 그림은 보관하면 된다. 1년이면 12장이다.
진준화 대표
주로 ‘비핸스’(behance·전세계 미술가들이 활동하는 인터넷 사이트) 사이트에서 괜찮은 작가를 물색한다. 맞는 작가가 나타나면 해당 작가의 인스타그램을 검색해 팔로워가 몇 명인지를 본다. 팔로워 수를 통해 대중적 인기가 확인되면, 해당 작가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응하면 그림을 가져온다.
현재 400여 점을 확보하고 있다. 이 가운데 좋은 그림은 정기 구독 외에 낱장 판매도 한다. 낱장 그림은 소재를 다양화했다. 유리나 아크릴 같은 고급 소재에 디지털 프린팅을 하는 식이다. 습기가 많은 욕실이나 주방 같은 곳에도 걸 수 있다. “고해상도 원본 파일이 없으면 선명한 작품으로 프린트해서 거는 게 불가능합니다. 원본 파일은 작가와 저희만 갖고 있어서, 다른 제3자가 복제할 위험은 없습니다.”
핀즐이 진행한 작품
낱장 판매와 정기구독을 합쳐서 2017년 9월 서비스 시작 후 지금까지 총 2만부 정도 그림이 나갔다. 가정 외에 사무실, 접객업소 등 고객도 많다. 작품을 프린트한 휴대폰 케이스, 타일 등 328가지 굿즈도 온라인샵 에서 판매하고 있다.
-앞으로 계획은요.
“미술계의 넷플릭스가 되고 싶습니다.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내 공간을 휴대폰 카메라로 비추면 자동으로 내 취향을 파악해서 맞는 그림과 아트 굿즈를 추천하고 보내주는 거죠. 그림이나 굿즈가 내 집에 있으면 어떻게 보일지 시뮬레이션해서 보여 줍니다. 집에서 영화를 보듯 편하게 다양한 미술 작품을 각자 원하는 방식으로 소비할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이 돼, 소비자들 일상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겠습니다.”
핀즐과 협업을 진행한 해외 작가들
◇스스로 진통 시달리다 제품 개발
톡투허의 정예슬 대표는 여성의 그날 고통을 완화하는 ‘그날밴드’를 만든다. 심각한 생리통을 겪던 정 대표가 '내가 한 번 고쳐보자'며 직접 개발했다.
'스포츠 테이핑'에서 힌트를 얻었다. "운동 선수들이 몸 여기저기 테이프를 붙이고 경기하는 것을 보신 적이 있을 텐데요. 당김 효과가 있는 테이핑이 근육을 지지해 신체의 기능을 높이고 부상을 예방하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통증을 줄이는 데 효과가 무척 좋다고 합니다." 그날 밴드 역시 통증 부위에 밴드를 붙이면, 틀어진 골발과 근육을 당겨주면서 혈류를 개선시키고 자궁수축을 막아 그날 고통을 줄여준다.
정예슬 대표(왼쪽)와 제품 개발 모습
개발 과정에 애로가 많았다. 생산 공장 찾기가 쉽지 않았고, 최적의 테이핑 효과를 위해 숱하게 몸에 대고 접착력 테스트를 하느라 온 몸이 모조리 헐 정도가 됐다.
제품 개발 후 마케팅은 소비자들에게 ‘진심’ 전하는 걸 목표로 실행했다. “저희가 어떤 마음으로 제품을 만들었는지 솔직한 인터뷰 영상을 찍어서 소셜미디어에 올렸습니다. 진심이 전해지길 바랬죠.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나면서 1차 완판을 시키고 추가 물량 제작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여성 뿐 아니라 아내나 여자친구를 위한 선물용으로 구입하는 남성도 많다고 한다.
톡투허 제품 이미지와 정예슬 대표
-앞으로 과제는 뭔가요.
“자체 판매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자체 플랫폼을 키워야 한번 유입된 고객을 내 플랫폼에 머물게 하면서 다른 소비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자체 채널을 키우는 데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잘 때 발에 붙이면 노폐물 배출되는 패치
서한 김관경 대표는 건강·미용 제품 판매회사 영업팀장 출신이다. 주로 온라인 판매 부문을 맡아 신세계몰과 롯데닷컴 등 80여개 업체를 맡았다. 온라인 부문 팀장으로 4년간 일하면서 창업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 사직서를 쓰고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김관경 서한 대표
첫 아이템은 ‘다이어트 패치’로 정했다. 배에 붙이면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당시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제품이었다. 잘할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500만원 종자돈으로 엄두내기 어려웠다. 다이어트 패치를 주문 생산하러 경기도 파주에 있는 공장에 찾아갔지만 단칼에 거절당했다. “최소 주문 금액이 3000만원은 돼야 물건을 만들어줄 수 있다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엔 기성 제품을 갖다가 팔 수 밖에 없었어요.”
창업 첫해 매출 2억원을 달성했다. 이 돈으로 OEM 생산을 시작한 게 ‘수액패치’다. 직장 생활할 때 한 전시회에서 우연히 접한 제품이었다.
-어떤 제품인가요.
“천연 목초 분말과 삼백초 분말, 오가피, 인진호 등 각종 한약재를 넣은 패치입니다. 잠자리에 들 때 발바닥에 파스처럼 붙이면 패치가 몸속 노폐물을 빨아들입니다. 발마사지나 족욕에 비해 간편하고 저렴하죠. 깨고 나면 몸이 가뿐해지고 피로가 풀리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발에 패치를 붙인 모습(좌)과 패치를 붙이기 전과 아침에 일어나 떼어낸 후 모습
출시 후 6개월 동안에만 1만5000세트를 팔았다. 수액패치 외에 샤워기 헤드, 홍삼, 탈모 방지 제품 등 다른 건강·미용 상품도 취급하고 있다.
김 대표의 꿈은 동남아 시장에 판로를 개척하는 것이다. 그는 “동남아 여행을 가보면 입국 심사 줄이 정말 긴데 그 나라에 수출을 많이 하는 기업인은 바로 통과할 수 있게 해주더라”면서 “수출을 많이 해서 입국 심사를 한 방에 통과하면 뿌듯할 것 같다. 미국과 베트남 회사와 접촉하면서 수출의 물꼬를 트고 있다”고 했다.
출처 : 머니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