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덕성은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
2021.05.26.
1. 어릴 적 나의 도덕성에 영향을 주었던 것들?(8-8:30)
최미나:
‘착하네’ ‘나쁘네’라는 어른들의 말, 칭찬과 훈계. 초등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있는 나에게 성실하게 청소한다는 칭찬을 한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지금까지 길에 쓰레기는 안버리고 살고 있다. 어른들의 ‘착하네’ ‘그건 나쁜거야’ 등의 말로 상황의 옳고 그름을 배우게 된 것 같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타인의 믿음인 것 같다. 부모님이 완전 FM이라 우리를 그대로 무조건 믿으셨는데 그래서 내가 양심에 찔려서 솔직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배진영:
7살. 엄마 주머니에서 1만원 훔쳤던 기억이 있다. 아마 잘못된 것을 알았을텐데 주변에 문구점, 미술학원 가서 친구들에게 맛있는 거 사 먹고, 스티커 사주겠다고 하며 즐거워했다. 나 혼자 쓰려고 한 게 아니라 공유한 것이었다 나름. 친구들과 함께 행복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 엄마에게 들켜서 손바닥을 맞았다. 처음에는 안 들켰는데(모른 척 하신 것인지) 몇 번 들켜 혼이 났고 그 뒤로 그러지 않았다.
나에게 도덕성은 ‘기본예의’인데 사람마다 도덕성 개념이 굉장히 다르겠다. 중대한 범죄를 안 저지르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매우 섬세하게 들어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도덕성에 대한 배움도 사람마다 다르게 되어야 하지 않을까.
진두찬:
어릴 때부터 많이 혼났다. 뭔가 까먹었거나 해서. 거짓말도 했던 것 같고. 나의 경우 대학원 가면서 좀 더 확실히 알게된 것 같다. 내 마음에 거슬리면 하면 안 된다는 것을.
고등학생 시절, 아버지 돈 1만원, 2만원 훔쳤다가 들켜서 아버지가 나의 명치를 몽둥이로 몇 번 찌르다가 우셨다. 머리가 굵어진 아들을 이제는 때리지 않으려 했는데 때리게 돼서 우신 듯하다. 나도 울면서 죄송하다고 했다. 진짜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했다. 돈이 필요하면 달라고 하면 되는데. 그게 고등학교 때였다. 그리고 대학 가서도 재수할 때 특강비 받아 술 마셨다. 그런데 대학원 가고 나서는 내가 뭔가 했을 떄 죄책감이 생기는 일은 나에게 남고,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깨달아서 그런 것 같다.
여승욱:
어릴 때 착한 학생은 아니었던 것 같다. 돈에도 손대고, 거짓말도 많이 하고, 고등학교 때는 담배도 피고. 두찬님처럼 그게 다 나에게 돌아온다는 생각이 언제 들었느냐면 대학생 때였다. 어릴 때는 시험칠 때 커닝 많이 하는데 커닝한 것을 자랑하기도 하고. 그런데 대학 들어가서 시험을 치는데 누군가 커닝하는 것을 보면서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난 안해야겠다 생각이 들었는데, 군 끝나고 복학 후 시험을 치는데 커닝하는 후배들을 보면서 화가 나더라. 선생 될 사람들인데. 술 마시면서 그런 이야기 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나는 되돌아보지 않으면서 그런 이야기(다른 사람에게는 돌아보라) 하나 싶고. 군 생활을 남들보다 편한 쪽인데 계속 허드렛일 하는 게 너무 싫었고, 후배도 없고, 힘들었는데. 왜 그렇게 회피하고 싫었을까. 생각해보니 그게 너무 불편했구나. 내가 정당하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그 시간 동안 발버둥 치고 다른 거 하려하고, 사기치고 그런 게 부끄럽더라. 그런 부끄러움이 사회생활 하면서 계속 생각이 나더라. 부정직한 거리낌 때문에 숨기고 싶은 게 정말 큰 것 같다. 그 순간 나를 정직하게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겠다. 마음의 힘이 굉장히 중요하겠구나. 직장 생활이 좀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박성표:
사회 문제 일으키고 그런 거는 아니었어서, 그렇게 따지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저렇게 할 수도 있는 일이라.
거짓말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큰 사건이 있었다. 엄청 어렸을 때도, 성인 되어서도.
어릴 때 학습지 하나를 했었는데 일주일에 한 번 선생님이 오는데 한날은 숙제를 하나도 안해놓아서 여러 학습지 사이에 몰래 끼워 넣었었다. 어디있는지 모르겠다고. 어머니랑 선생님이 책상을 같이 뒤집어서 찾았고 혼이 났다. 안 풀은 것에 대한 것이 아니라 숨긴 것에 대해 혼났었다.
20살 때 운전이 너무 하고 싶어서 배웠고, 어느 정도 할 줄 아니까 더 (운전)하고 싶더라. 친구랑 축구 하러 가기로 했는데 아는 형의 트럭을 빌렸다. 빌리는데 친구가 이사를 해야 한다고 (거짓말) 해서 트럭을 빌려 공을 차러 갔다. 잠깐 주차하고 다시 출발하려고 하는데 가로등에 차를 박았다. 축구를 하기 전에 멘탈이 완전 깨졌다. 그러나 그리고 축구를 하러 갔고, 이동시간까지 합해서 3시간이었다. 1시간 30분 안에 돌아오기로 하고 빌렸는데, 형이 걱정 되서 형이 친구 아버지에게 연락을 했다. 친구 아버지는 우리가 축구하러 갔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말이다. 아버지가 전화 와서 어디냐길래 축구하러 갔다고 하고 차 빌렸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모를거라 생각하고) 아버지 이야기를 듣고 운영하시는 가게로 가는데 심장이 너무 뛰었고, 많이 혼났다. 차를 찌그러뜨린 것도 그렇지만 왜 거짓말을 했느냐고.
여승욱:
내가 어릴 때는 꼭 마지막 장만 숙제를 했다. 마지막 장만 보여주며 숙제 검사를 받았다. 결국 들통나서 엄청 혼나고 관계가 다 틀어지니까 그 뒷감당이 안되었다.
미나님은 어릴 적 오히려 잘 자라왔기 때문에 직장생활을 하면서 더 어려워지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직장에 와서 좀 더 성숙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정말 얻어야 하는 것이 뭔지, 잃을 게 뭔지가 분명해졌는데 그 중심은 사람과의 관계였던 것 같다. 어릴 때는 그게 크게 손해가 아니었다고 생각하는데 갈수록 아니니까. 뒷감당이 어렵거나 완전히 안되거나.
사람을 만나는 것 더하기 나보다 더 어린 사람들이니까 그게 더 중요하게 자리잡지 않았을까.
임기응변으로 이야기 한 것이 돌고돌아 오면 굉장히 이상해지더라. 공교육은 한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라 굉장히 중요하더라. 아주 큰 네트워크 안에 내가 속해 있기 때문에. 내 말, 내 행동, 내 행동의 방식. 그걸 갈무리하는 것도 쉽지 않더라. 내 맘속에 담겨있지 않은 이야기 하면 감당이 안된다.
최성용:
그렇게 착한 학생은 아니었고, 도덕성을 느꼈던 계기는,, 성표님, 승용님 했던 일 같은 것을 많이 했다. 문방구에서 필기도구, 장난감 훔치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해보고, 몰래 술도 먹고, 그렇게 해보면서 해보니 별거 없다? 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니까 안하게 되었다. 일찍 나쁜 거를 경험해보니까 성인이 돼서 안 하게 되는 상황. (나와 달리) 처음에는 착하다가 늦바람이 드는 친구들이 있다. 왜 쟤는 갑자기 저러나? 가출하고, 담배피고. 변하니까.. 나는 그게 나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어서 충고를 하지만 친구들은 안 듣고.
환경적 부분이 좋지는 않았다. 시장에서 어른들 욕도 하고 싸움도 하고 담배 피우는 것도 보면서 저건 하지 말자 등 나만의 규율이 생겼다. 술을 많이 마시지 말자. 중독, 의존되는 것들을 하지 말자. 게임, 술, 커피 등에 의존하지 않으려 스스로 쪼아왔다. 커피가 제일 힘든 것 같다. 카톡함에 커피쿠폰이 가득한데 의무감으로 먹어야 하나.. 도덕성이라는 게 내가 어떻게 인지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 질문. 원숭이이가 있고, 항아리 안에 바나나가 있다. 항아리에서 바나나를 한 개만 뺄 수 있는데 5개 묶음을 한꺼번에 빼려고 하니까 안 빠진다고, 어떻게 할거냐 물었다. 다들 그래도 다섯 개를 한꺼번에 다 뺄 것이라고 하는데 나는 하나씩 다섯 번을 뺄거라고 했다. 불량식품도 되도록 안 먹고. 그러면서도 해볼 건 다 해봤고.
2. 도덕성에 대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최소한의 범위를 비교해보자.
최미나:
정의에 가깝다. 옳고 그름으로 갈라지는 것. 옳지 않음을 행하지 않는 것.
배진영:
계속해서 자유로부터 억압당하는 것 같다.
돈을 훔치는 것, 사실 어떻게 보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데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그럴 수도 있는 것이다. 좀 더 어릴 때 경험해보면, 재미없어서라든지 죄책감 느껴서 성장한 아이는 다르게 살아갈 것 같다. 그러나 그걸 잘못되었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옆에 없으면 굉장히 나쁘게 혹은 또 다른 억압을 통해 성장할 것 같다.
보통의 사람들은 도덕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도덕적인 모습은 뉴스에만 나오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 하얀 거짓말도 살면서 많이 하는데 그게 잘못되었다고 볼 수 없지만 잘못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개인이 가다듬으면서 가야 하지 않을까.
여승욱:
도덕성 자체가 뭐냐에 대해 크게 고민해보지 않은 것 같다. 첫 번째는 사실을 사실대로 보여주는 것이 도덕적인가? 사실을 사실대로 보여줄 때도 의도가 있고, 그 의도를 진실이라고 말한다면 도덕성이라고 하는 것을 옳고 그름. 그것도 어디까지가 옳고, 어디까지가 옳지 않다고 수학적으로, 표로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런 도덕적인 이야기 할 때 항상 고민되었던 것은 다른 사람 속에 있다. 만약 나 혼자 산다면 발가벗고 있는 것 자체가 비난받을 일이 아닌데 지금 도로를 발가벗고 가는 것은 비난받을 일. 함께 살아가고 있어 문제가 되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하면 굉장히 상대적이다. 그럼 그게 도덕이 맞나? 사람들 사이 관계에서 갈등이 생기는 것을 조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도덕이 아닌가. 그것을 넘어선 것을 법으로 제재하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속에서 이게 좋겠어. 이렇게 할꺼야. 마음을 가지는 것이 도덕성을 기르는 것이 되지 않을까. 나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잘살고 있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 도덕성이 주는 가장 강력한 것이 아닐까. 그렇게 되야 계속 도덕적으로 옳은 일을 하게 되지 않을까. 도덕 선생님도 괸장히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덕 교육의 현원과 과제.
박성표:
도덕성. 무의식 중에 우리는 도덕적이고 싶어할 것이라 생각한다. 많은 이들이. 그런데 깊이 생각해보지는 않는 것 같다. ‘그 친구 착해?’ 라고는 물어도 ‘그 친구 도덕적이야?’라고 묻지는 않고.
방에 쓰레기를 버리면 누가 욕하지 않는데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면 욕먹을 수 있고, 남의 재산을 취하는 것이 잘못된 행동이라 알고 있고 문제가 있는 건데 내가 내 돈을 주식을 해서 잃었다고 내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최성용:
도덕 시간에 도덕을 배웠는데 도덕이 뭘까. 도덕이라는 것을 갑자기 생각해보니까 검색을 해보았는데, 도리, 덕목, 윤리, 습속(문화 같은) 등으로 보기도. 우리가 도덕을 왜 만들었을까. 태초에 언어를 만들고, 무리를 시작하면서 하나의 규율이 도덕이 되지 않았을까. 도덕이라는 것이 같이 있기때문에 만들어지는 것. 회사, 먹을 것 등은 모두 사회가 구축한 것. 사회라는 공동체가 만들어졌고. 사회에서 분란을 일으키지 말자 해서 생긴 것이 도덕인 것 같다.
도덕 교육에서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착한 아이 코스프레를 강요하는 것 같다는 것.
“--해야 착해.”
정말 착한 것인지, 순수한 것인지. 너무 착하고 순수하니까 이용당하기 쉽다는 의미로도 쓰이는 것 같다. 나의 경우 도덕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는 탈무드, 이솝우화 등을 통해 보면서 간접경험 한 것 같다. 동화에는 항상 교훈을 남기는 것 같다.
아이들도 혼자 살수 없기 때문에 양보를 조금씩 배우는데, 요즘 청년들이나 성장하는 친구들은 외동이 많아 혼자 커왔던 경우가 있어 사회를 배울 수 있었던 것이 유일하게 학교인 듯. 사촌 동생이 학교 적응을 못 해서 검정고시를 통해 넘어갔다. 지식을 제외하고 사회성이 많이 결여가 되더라.
도덕성. 어떤 환경에서 크느냐도 중요하고, 똑같은 환경에서 크더라도 ‘따라해야지’ 하는 아이들이 있고, ‘따라하지 않아야지’하는 아이들도 있다. 나쁜 길로 빠지지 않게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는데 굉장히 중요하지 않을까.
3. 이럴 때 어떻게 해야할까?
최미나:
두가지 상황을 제시하려 한다.
하나는 초등학교 동아리 수업 중 이야기다. 여러팀이 단어 맞추기 게임을 하고 있었고, 다른 팀이 한팀이 게임을 잘하는지 보는 역할을 맡았는데, 한 아이가 뒤를 돌아 정답을 봤다는 의견들이 있어 무효처리를 했다. 그 이후 다른 팀이 문제풀이를 하고 있는데 지목당했던 팀의 아이가 손을 계속 들었고, 게임 후 이야기하자는 나의 말에 지목당한 아이와 속닥이던 아이를 봤다. 게임을 마치고 그 아이 둘은 방금 게임한 팀이 뒤를 돌아보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그 아이가 거짓말을 하고, 그걸 다른 아이와 함께 입을 맞추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아이들은 그런 장면을 본 적이 없다고, 이 두명이 거짓말 하는 거라고 소리쳤다. 다는 이 팀에 무효처리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수업을 마쳤는데 다음 수업 전이다. 다음 수업에 가서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말과 행동을 해야할까?
나는 두팀 모두 뒤돌아보는 것을 보지 않았다. 아이들 말을 믿어 한팀은 무효를 주었는데 다른 한팀은 그 아이들이 주장한다는 이유로 무효표를 주지 않았다. 공정하지 못했다.
다른 하나는 대학생 때 이야기이다. 교수님 중 학생들 성추행을 하는 교수가 있었다. 여학생들에게 술을 따르라 한다던지, 부루스를 추자고 한다던지 말이다. 그런데 그 당시 동교교수님들도 알고 있었을텐데 아무 말 하지 않았고, 직접 목격, 함께한 선배들도, 동기들도, 나도 그 교수에게 아무 말 하지 못했다. 지금도 그 교수는 일을 하고 있고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허구지만 한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이 교수님을 나무란다. 그러자 갑자기 학교 선배들이 이 주인공을 찾아와 화를 낸다. 우리는 몰라서 굽신대냐고, 너가 우리 취업시켜줄거냐고. 그렇다. 우리는 결국 우리의 이익과 불이익을 위해 입을 다물었다. 다시 또 이런 일이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 건가? 이야기 나눠보면 좋겠다.
배진영: 초등학교 수업 이야기에서는 아이들이 비슷한 상황을 겪어 보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 싶었다. 직접적이지 않아도 빙빙 돌려서라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좀 더 어렸을 때 경험하면 좋다고 생각해서.. 그 사건(입장을 바꾼 유사한 상황)이 일어난 다음에 해결하면 좋을 것 같다.
최근 영남대 성폭행 사건이 이슈가 되었다. 우리나라가 굉장히 성문제에 대해 소극적인 듯하다. 나도 예전에 성 관련 영상은 몰래 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잘못된 것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지금까지도 좀 민감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성폭행 사건에서 남녀 가리지 않고, “그래서 그 사람이 누군데”, “학교가 어딘데”, 등으로 이야기가 먼저 나가는 것 같다. 피해자가 끝까지 가해자를 물고 늘어지고 많은 것을 포기하고 갈 수 있다면 잘 정리해서 딱 치고 가는 게 좋지 않을까. 나의 바람인 것 같기도 하다. 교수라는 직위와 학생의 갭이 크기도 하고. 끝까지 물고 가는 게 나의 바람이지 않을까.
최성용:
사례를 추가하고 싶다. 나의 경우 교수님의 비리를 알게 되었다. 대학교 때 잘 보이려고 교수님께 돈을 많이 주거나 입학하면서 돈을 준, 백으로 들어온 이들을 봤다. ‘쟤가 여기 들어올 정도인가’ 생각하다 알고보니 부모님 백으로 들어온 것이다. 교수들이 학교 비품 살 때 자기네들끼리 장난을 쳐서 썼는데 들켰고, 한 명(교수)이 총 때를 매었고, 그는 자살했다. 그리고 묵인했다. 학생들에게도 묵인이 강요되었다. 교수들이 와서 3, 4학년에게 후배들 지도 잘하라고 하고, 선배들은 우리를 때렸다. 이게 대학교가 맞나 생각이 들었다. 교육자로서의 역할이 맞을까.
또 다른 이야기는 이것이다. 농부로서 ‘고품질로 비싸게 팔아라’ 제안을 받는데 나는 ‘저렴하게 팔아야 사는데. 꼭 비싸게 팔 필요가 있을까.’ 생각한다. 비싸게 팔아야 팔린다고 하는 마케터들이 많다. 내가 농산물을 살 때 이렇게 키우면 이 가격에 사 먹을 거냐? 책임지지도 못할 말을 하느냐. 하니, 직거래니까 좀 더 비싸게 팔아도 된다고 한다.
여승욱:
사회부조리에 대한 침묵은 해결하기 되게 어려운 것 같다. 내 이익과 직결되니까. 내가 아는 옳은 일 쪽으로 가려니 용기가 안나고, 학교에서 1이 2를 괴롭히는데 집단 전체가 묵인하는 경우가 비슷한 상황이지 않을까. 역사적으로도 전쟁을 독일 국민이 다 동조했을까. 눈앞의 불이익, 폭력에 대한 위험이 두려웠을 것이다. 나의 인격이나 양심에 따르면 이게 맞는 것 같은데 다양한 압력을 받게 된다. 우리는 부조리 속에서 살고 있다.
우리가 왜 촛불을 들었을까. 그 생각이 들었고. 임계점이 있는 것 같다. 그 전까지는 계속 마음속에서 갈등하고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사람마다 같은 부분도 있고 다른 부분도 있겠지만. 내가 침묵하고 있지만 침묵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현수막 붙이고 면전에 대고 말하지는 않지만 마음 속에서 계속 질문하고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싸우고 있지 않을까? 수많은 해결되지 않은 부조리 속에 살고 있는데 나에게 닥칠 불이익, 불편함 이런 것들을 사람 저마다 계산하고 생각하고 망설이고 그러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어떤 00인가 아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태일 노동자가 자기 몸을 불살랐던 용기대로 우리 모두가 할 수 있을까? 그게 도덕적인 걸까? “노동자도 한 인간이다”라고 이야기하는 그 말에 반응하지 않는 것은 타당할까? 뭐 저런 일로 자기 목숨을 끊느냐 하는 이도 있었을 것이고, 어떤 이는 정말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대신해줬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 사람이 그렇게 하고자 했던 동기에 대해 관심 가져야 하지 않을까. 나는 왜 침묵하는 내가 불편한지. 왜 침묵을 유지하는지. 등을 살펴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아이들도 옳고 그름으로. 내가 공정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은 타당하지만 이 아이에게 필요한 건 이 아이에게 주고, 저 아이에게 필요한 건 저 아이에게 주는 게 맞을 수도 있다. 한 아이는 목이 마르고, 한 아이는 배가 고프면 고르게 물, 음식을 주는 것보다 목마른 아이에게는 물을 더 주고, 배고픈 아이에게는 음식을 더 주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우리가 도덕성에 낙인을 찍는 순간, 현실에서의 요구를 못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도덕성에는 이게 옳아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맥락이나 상황에 따라 옳음은 다를 수 있으니까.
내가 고등학생 시절에는 비행기, 버스에서도 담배를 피웠는데 요즘은 길에서 피워도 비도덕적으로 판단받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담배를 피우는 게 건강을 해치는 걸까, 차를 몰면서 매연을 뿜는 것이 건강을 더 해치는 걸까? 쉽사리 판단하기 어려운 상대적인 문제이다. 중요한 건 점점 도덕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은 많아질 것 같다는 것이다.
부조리함을 봤을 때 말을 하는 것, 혹은 질문하는 것, 혹은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중요하다.
박성표:
진영님이 초등학교 이야기에 대해 입장을 바꿔 보는 것을 제안했는데 같은 상황을 겪게 하는 것에서 역효과가 날 수도 있을 것 같다. 트라우마로 남을 수도 있고. 시간이 지나서 그때 그 상황에 대해서 다시 물어보는 것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 만나면 잦게 일어나는 일 같다. 다수의 아이들을 만나면. 프로그램 진행하거나, 승부가 걸리면 더욱 더. 그럴 때마다 당황스러운 것 같다.
엊그제 들은 이야기. 팀장님 아이들이 초등학생인데 아파트에서 놀다가 서로 ‘너 몇 동 살아’ 묻는다더라. 그러면 평수가 나와서 묻는 것이다. 그러면서 애들이 서로를 나누기도 하고. 휴먼시아 살면 소득이 낮다고 말하고. 단어도 따로 있더라. 그러면 안된다는 생각을 누구나 하는데 아이들이 그렇게 말한다면? 우리 애들이 그러면? 그건 가해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그건 딱 잘라 말하면 도덕적이지 못한 것 같다.
최미나:
성용님 이야기에서 판매가격 측정에 대한 이야기에 내 상황이 떠올랐다. 돈을 아끼려고 싼 인쇄소에 맡겼는데 인쇄질이 좋지 않고, 그런데 다시 돈을 들일 수가 없어 판매를 시작했는데 영 마음이 찝찝하고 불편하다. 좋은 사업가가 아닌 것 같아서. 값어치를 받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 생각하는데 그 가격에 판매자가 떳떳하고 편하다면 정답인 것 같다. 그래서 성용님은 잘하고 계시는 것 같다.
교수 이야기는 안타깝다. 나의 경우 아직도 그 임계점을 넘어보지 못했다. 유사한 상황에서 또 입을 다물었고, 주변 사람에게 돌려 표현하긴 했지만 그래도 직접적으로 나서지 못한 것 같다. 나와 타인의 이익이 걸린 문제 앞에서 나는 다음에 유사한 상황이 생기면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까? 알 수 없다. 더 있어봐야 알일이다.
여승욱:
정리되지 않은 채로 그냥 두는 것보다 이렇게 소통하면 정리되거나 위로라도 되지 않을까? “그럴 수 있지”라는 이야기를 들어도 살아가는 힘이 되지 않을까. 그러다 보면 넘어설 방법도 나오지 않을까. 도덕적이지 않은데 마음속에 담아두면 짐덩어리로 남아있는 것 같다. 많이들. 가격책정.
상품 등이 정말 가치가 있으면 비싸게 팔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자연스러운 수준으로 맞춰질수도 있고 망할 수도 있다. 그것을 도덕적으로 옳다 그르다 할 순 없고 그 일에 대한 나의 가치, 나의 마음에 적당한 가격을 매기면. / 엄청 비싸게 매길 수도 있다. 원가 20원인데 5만원에 파는 건 정말 아닌 것 같다 판단하면 나눌 수 있는 통로가 있으면 좋겠고.
순간 좀 전 부조리 속에 살고 있다는 나의 말이 부조리를 받아들이라는 뜻으로 들렸으려나 싶기도 하다. 옳은 것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굉장한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소중한 사람들에게서 얻는 것 같다. 스스럼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 그게 도덕적인 실천에 되게 중요하지 않을까. 좋은 친구.
최성용:
도덕이라는 것에 답은 바로 없지만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대안을 찾는 게 이 자리의 목표인 것 같다. 초등학생일 때와 아닐 때로 보면 아닐 때(비도덕적이라 생각하는 일을 하는 것)는 정말 큰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 비슷한 경우의 사건들이 많다. 초등학생 이야기에서 이 친구들이 커서 정말 잘못된 길을 갈 수도 있지 않을까? 이 문제를 해결하게 하려면 그 친구 2명을 쪼갤 것 같다. 신고한 친구들을 쪼개서 한팀으로 만들 것 같다. 새로운 게임을 해본다던가, 새로운 활동을 해보면서 알아갈 수 있게 하는. 습관처럼 거짓말을 하게 되면 같은 팀 친구들은 쟤가 거짓말하는 것을 알게 된다. 거짓말은 자기 위주의 생각을 많이 한다는 것 같다. 자기 위주가 아니라 팀 위주로 생각하게 만드는 활동을 많이 만들어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자기랑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과 모여 변화할 수 있게끔 다양한 교육을 통해 시도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나쁜 친구들끼리 (함께하는) 활동을 좀 끊어줄 수 있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이라 하면 똑같은 친구들끼리 모이게 되니까. 새로운 사람 모이면 좀 깨우칠 것 같다.
대학문제는 되게 큰 문제인 것 같다. 잘못 이야기했다가는 질타를 받을 수 있는.. 나도 (대학생 시절) 그 용기가 없었고, 남들의 눈초리가 무서워서 이야기 못했다. 교수가 무섭다기보다는 선배, 동기들의 눈초리. 용기있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좀 필요한 것 같다. 역량과 대처법을 강구 해놓고 한다면 후폭풍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거를 안 해봐서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교육받은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는 것 같다.
전태일 이야기처럼 영화 홀리데이 보면서 유전무죄, 무전유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고, 성표님 말씀처럼 계급 나누는 것도 사회에서 계속 대두되고 있지만 부모 세대부터 (그렇게 행동)하고 있어서 따라하게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아이들을 교육시킨다기보다는 부모님을 교육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시민교육을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부분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지혜, 철학 같은 것들 배울 수 있는 것이 많이 나와야지 이런 문제들에 대응할 수 있지 않을까. 지식 습득하는 것은 많은 데 지혜, 감성을 컨트롤 하는 것은 왜 적을까? 내적인 부분은 왜 안할까? 성인교육, 부모 관련 도덕 교육도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부모도 부모가 처음인데 부모학교는 없다. 아이를 어떻게 낳아서 어떻게 키우는지는 안 배우니까. 영화나 작품을 보면서도 배우게 되는 게 많은 것 같다. 영화 ‘목소리의 형태’. 어린시절에 청각장애인 아이를 괴롭힌 아이가 성인이 되어 피해받은 아이와 만나면서 변화해가는 스토리. 첫 번째 초등학생 친구들에 대한 해결점도 나오지 않을까.
판매가격 부분을 항상 고민하고 있다. 주 고객은 누구일까. 이런 거는 많이 생각해보고 다양한 분들과 소통해보면서 나만의 대안을 찾아가는 것이 맞다고 결론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