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4월 한국형 원자로인 한울 4호기에서 증기발생기 전열관 파단 사고가 발생했다. 세관 1개 파단으로 45t의 방사능 오염수(1차 냉각수)가 누출됐고 한국형 원전이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처음으로 제기됐다. 일반적인 냉각수 누설이 아닌 냉각수가 한 번에 다량 빠져나감으로써 핵비등이탈, 노심용융 등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다.
추후 1개 세관 파열이 아닌 다중으로 파열되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일반적인 냉각수 누설 사고와는 다르게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그동안 문제가 발생했던 발전소들은 노후화나 경험 미숙에서 비롯됐지만, 가동을 시작한 지 3년도 되지 않아 발생했다는 점에서 크게 논란이 됐다.
당시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것은 세관 재질이었다. 인코넬(Inconel)-600MA 재질은 70년대부터 미국에서 취약함 등의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이후 원전을 보유한 국가들은 80년대 말부터 일부 문제가 발생한 증기발생기를 대상으로 인코넬-600TT(Thermal Treated), 인코넬-690 등 개선된 재질로 교체해왔다. 1980~1999년 미국의 가압경수로형 발전소에서 교체된 증기발생기 수는 총 68개로 집계됐고 이중 특정 문제가 확인된 증기발생기는 인코넬-600MA 재질로 교체됐다.
당시 규제 당국은 세관이 파단 됐지만, 방사능 외부 유출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시민사회에서는 세관이 파단될 경우 물에 섞이지 않는 기체 방사능은 1차 냉각계통의 고온, 고압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증기발생기의 주증기 안전밸브와 복수기 공기추출펌프, 기체방출벤트, 보조건물배기통 등을 통해 일부 방출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양이 적다고 하더라고 외부 방출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세관 파열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지 않은 채 한울 4호기는 가동됐고 사후 대책조차 미흡하다는 점에서 사업자와 정부가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유사한 사고가 한국형 원전에서 발생하지 않는다는 확정적인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해당 사고를 계기로 한국 표준형 원자로의 안전성에 대한 검증과 사업자만 참가하는 기존의 구조가 아닌 시민단체, 지역주민,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검증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지속 제기됐다.
이 사건에 대해 문 기술사는 “해당 증기발생기는 제작 완료 후 수압시험을 하던 도중에 갑자기 압력이 급감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라며 “해외공급자가 튜브 다발(Tube bundle) 박스 포장을 하던 중 튜브에 타카못이 스치면서 스크래치가 발생했는데 이를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증기발생기를 제작 완료했다. 2002년 사고의 경우 가동 후 얼마 되지 않아서 발생한 점으로 볼 때 못이 스친 부위에서 파열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한울 4호기 증기발생기 문제는 2011년에도 반복됐다. 내부 전열관에 3800여 개의 축 균열이 발견된 것이다. 세관 파열로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2002년 사고와 맞물리면서 진상 조사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2012년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인 규명을 위해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이은철 교수를 위원장으로 임명해 진상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위에서 전체 전열관을 재평가한 결과 4034개 결함이 추가로 발견됐다. 확인된 총 7881개 결함을 기술 기준에 따라 정비하는 경우 관막음률이 허용기준(18%)을 초과할 것이 예상돼 원안위는 증기발생기 교체를 요구했다.
이미 2009년 2월 계획예방정비 때 98개의 세관에서 균열이 발견됐고 2010년 5월에는 280개, 2011년 9월에는 3847개로 균열이 늘어 보수작업을 포기하고 결국 교체로 결정했다는 것. 조사위는 “주 결함은 관지지판 위치에서의 응력부식균열(Stress Corrosion Cracking, SCC)로 재료특성과 응력, 환경요인의 3요소가 복합 작용해서 발생했다”는 답변을 내놨다.
2013년 한울 4호기 증기발생기 교체 공사를 담당했던 문 기술사는 “전열관 마모 집중 발생 구역은 유체유발진동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증기발생기 지지구조가 변형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2012년 10월부터 한울 4호기 증기발생기는 400일 넘게 가동 중지된 바 있다. 증기발생기 결함뿐만 아니라 10년 전 제작이 중단된 증기발생기에 대해 건전성 평가를 완료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계약을 맺었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해당 증기발생기는 KEDO의 대북 경수 용도로 만든 것으로 2003년 11월 10일 제작이 중단됐다.
김제남 의원실에 따르면 2011년 한수원은 문제가 된 3‧4호기의 증기발생기 교체 시점을 각각 2013년 6월과 12월로 잡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한수원은 자체 건전성 평가가 나오기 전인 2011년 12월 1일 구매계획을 수립해 같은 달 22일 한전과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건전성 평가는 2011년 9월 26일 시작해 2012년 2월 25일 완료됐다. 10년 전 제작이 중단된 기기를 건전성 검토로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계약부터 체결하는 것은 안전을 담보했다고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당시 한울 4호기 10차 계획예방정비는 2011년 9월 9일부터 10월 15일까지 실시하기로 했지만 두 차례나 연장된 바 있다. 한수원이 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세관 결함으로 정비 기간이 연장되면서 가동정지에 따른 한수원의 전기 판매 손실액은 6792억원으로 추정됐다. 이 과정에서 하자보증 기간도 다시 문제로 주목받았다. 한수원은 계약서상 보증기간이 2001년 6월 30일까지였다는 이유로 제작사에 대한 소송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국형 원전의 효시인 한빛 4호기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견됐다. 2005년 9월 발간된 <원전 증기발생기 2차측 건전성 확보> 논문에 따르면 CE형 증기발생기의 공통 현안으로 전열관 재질과 폭발확관, 고온의 가동온도 등이 있으며 한국 표준형 원전의 선행 모델인 팔로버디 원전의 증기발생기에서 1‧2차측 TTS 축 방향 균열 및 원주균열, 마모 등이 발생했다.
논문은 “한국형 원전 증기발생기 전열관에서도 유사한 손상이 예견되고 있었는데 CE 모델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손상 가운데 TTS 2차측 원주균열이 가장 위협적이다”면서 “한빛 4호기 5차 계획예방정비(2001년 5월 3일부터 6월 22일까지) 및 울진 3호기 3차 계획예방정비(2001년 6월 30일부터 8월 2일까지) 당시 수행한 와전류탐상시험 결과 각각 35개와 6개의 전열관에서 2차측 원주균열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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