宿寶德窟(숙보덕굴) - 보덕굴에 묵다
絶望懸蒼壁 절망현창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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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득하게 매달린 푸른 절벽 쳐다보니
銅幢掛梵宮 동당괘범궁 宮-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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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기둥 위에 절이 걸렸네
金爐香馥郁 금로향복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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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향로에는 향냄새 짙고
玉磬響玲瓏 옥경향영롱 瓏-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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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돌 경쇠의 울림은 영롱하네
洞白天峯月 동백천봉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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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천봉 달빛은 골짜기를 밝히고
山號萬瀑風 산호만폭풍 風-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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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폭동에 부는 바람 산의 유혹 이로다
熟知觀自在 숙지관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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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알것인가 관세음보살이
當處現神通 당처현신통 通-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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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지금 여기서 신통을 드러내고 있음을
梵宮(범궁) ; 절, 법당,
香馥(향복) ; 향기.
郁(욱) ; 짙다. 성하다.
磬(경) ; 경쇠.
山號(산호) ; 산에 붙여진 이름이라 생각할 수 있으나 산이 누군가를 불러 들인다는 뜻도 되고 산이 외치는 어떤 외침일 수도 있다. 頸聯 후구에 쓰인점으로 보아 洞白에 對로 썼음이니 밝은 골짜기에
올라오는 향기로운 유혹 쯤으로 풀어도 나무랄 수 없다.
觀自在(관자재) ; 고유명사다. 관세음보살의 이명. 관자재보살이다. 보덕굴을 에워싼 절경이 관세음보살이 조화를 부린 것이라 하였다.
보덕굴은 금강산 법기봉(法起峰) 만폭동(萬瀑洞)에 있다. 고구려 승려 보덕이 자연굴을 이용하여 창건하였는데 깎아지른 절벽의 돌출 부분 위에서 쇠사슬을 내려서 그 밑을 쇠기둥으로 버티게 하였다. 쇠기둥 위로는 판자를 얹고 판자의 다른 부분은 쇠사슬로 엮어 바위에 기대게 한 구조이다.
보덕굴은 창건 당시부터 기도의 많은 이적(異蹟)이 나타나면서 많은 사람이 이곳을 관음기도 도량으로 삼았다. 보우대사는 보덕굴에 묵으면서 찬찬히 천연굴에 건축한 암자와 암자밖에 펼쳐진 금강산의 봉우리와 계곡을 감상했을 것이다. 또한 보덕굴이 많은 신통을 경험하는 곳이라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 그러기에 관세음보살의 신통이 다른 것이 아니라 일천봉의 달빛이자 만폭동의 바람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노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