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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레이션: 지구 갚은 곳의 뜨거운 불은 심해의 지각을 뚫고 나와 태평양 한 가운데 섬이 되었습니다. 처음 이 섬을 본 사람들은 지상의 지옥이라고 불렀죠. 거칠고 황량한 이곳에서 생물들은 자연의 도전에 그들만의 전략으로 응해야 했습니다. 때로는 생존을 위해 변신과 선택을 해야만 했죠. 오직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세계 유일의 바다 이구아나처럼 말이죠. 차가운 해류는 잿빛 용암 섬에 마법처럼 푸른 밀림을 만들기도 합니다. (바다 속 밀림광경), 인간의 눈엔 지옥과 같은 데서 저주받은 생명으로 보였지만 이들은 고립된 지옥에서 그들만의 천국을 만들어 왔습니다. (푸른발 부비새가 떼를 지어 물 속으로 급속히 잠수), 이것은 세상 끝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작은 불모의 바위 섬에서 펼쳐진 창조적 힘에 놀라게 된다—찰스 다윈--------
내레이션: 180여년 전 찰스 다윈이 찾았던 불모의 바위섬, 이곳은 13개의 큰 섬을 중심으로 100여개의 암초와 돌섬으로 이루어진 곳입니다. 사람들은 이 섬들을 갈라파고스라고 부르죠. 갈라파고스는 에콰도르 해안에서 서쪽으로 거의 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적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바다에서 용암분출 동영상), 모두 지구 중심의 뜨거운 용암이 만들어진 화산섬들이죠. 갈라파고스는 지구에서 가장 활발한 화산섬지대입니다 (이사벨라섬 울프 화산폭발) (이사벨라섬 시에라 네그라 화산폭발), 서쪽에 있는 이사벨라 섬과 페르난디나 섬에선 최근에도 화산폭발이 이어졌죠 (페르난디나 섬 라쿰브레 화산폭발), 시뻘건 용암은 섬을 뒤덮으면서 생명을 위협합니다. 불바다가 지나간 뒤 용암이 굳은 섬은 그저 거칠고 황량하기만 합니다. 살아있는 것은 모두 다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야 하죠. 용암 사이로 가장 먼저 뿌리를 내리는 것은 선인장입니다. 용암이 흘러내려 바다와 만나는 곳은 시시 때때로 풍경이 바뀝니다 (갈라파고스의 수많은 바다 섬 동영상), 위협적인 화산에도 강한 생명력으로 응답한 결과물이죠. 이곳의 생명들은 저 마다의 생존전략으로 살아 남았죠. 덕분에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이곳만의 고유종이 됐습니다. 갈라파고스 바다 사자도 그중 하나입니다 (갈라파고스 바다 사자 유영 동영상), 작은 물고기 떼들이 해수면에 올라올 때면 바다에는 진기한 광경이 펼쳐집니다 (새들이 떼를 지어 바다 속으로 물고기 사냥 잠수 동영상), 날개를 접고 화살처럼 바다에 내리꽂히는 새, 집단 잠수로 사냥을 하는 푸른발 부비 (Blue-footed Booby) 입니다. 지구상에 서식하는 푸른발 부비의 4분의 3이 이곳 갈라파고스에 살고 있습니다. 푸른발 부비는 먹이가 풍부할 때를 틈타 짝짓기를 합니다. 보통 5월에서 12월 사이인데요. 번식기가 되면 천적을 피해 멀리 외딴 섬으로 몰려들죠. 수컷은 날개 끝과 꼬리로 하늘을 가리키는 춤을 춥니다. 암컷을 유혹하는 구애의 춤이죠. 상황이 좋을 때는 두 세개의 알을 낳으며 부모가 번갈아가면서 알을 품습니다. 더운 계절이라 알 품기에는 최악의 환경이죠. 그보다 앞서 갈라파고스의 봄인 4~5월에는 군함새 (Frigate Great bird)의 독특한 구애장면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군암새 수컷의 구애장면 동영상), 수컷 군함새는 볽은 목주머니를 부풀리며 독특한 소리를 이용해 암컷을 유혹하죠. 바다와 육지를 오가는 바다새에겐 천국 같은 곳입니다. 육지 아구아나 (Land Iguana), 반면에 섬에 갇혀 있는 녀석들에겐 용암 투성이 섬은 그리 멋진 신세계는 아닙니다. 늘 먹이를 찾아 헤매야 하죠. 대부분이 용암지대인 이곳에서 초식동물인 이구아나가 먹을 만한 식물은 흔치 않습니다. 이 섬에서 살아남기 위해 육지 이구아나가 선택한 먹이는 가시투성이 선인장입니다. 염분기 없는 물을 섭취하는 방법 또한 선인장에 응축된 수분을 섭취하는 거죠 (먹이 활동하는 이구아나 동영상), 선인장을 공략하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나마 이 녀석은 운이 좋습니다. 누군가 먹다만 선인장을 발견했어요. 굳이 높이 올라갈 필요도 성가신 가시를 씹을 일도 없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섬의 선인장도 점점 변해 왔습니다. 동물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가시는 더 길어지고 키도 커졌죠. 일반적인 이구아나의 수명은 30년 정도입니다. 포식자가 없는 이곳 갈라파고스 이구아나는 60년 정도를 사는데요. 이들을 위협하는 최고의 적은 배고픔입니다. 이 녀석들은 어떻게 이런 열악한 곳에서 살게 된 걸까요. 처음부터 이곳이 고향은 아니었겠죠.
에두아르도 에스피노사/갈라파고스 국립공원 관리원: 갈라파고스 이구아나는 과야킬과 같은 남미 대륙에서 왔을 겁니다. 당시에는 같은 종이었지만 수백만년 동안에 진화과정을 거치며 새로운 종이 된 것입니다(과야킬 세미다리오 공원),
내레이션: 에콰도르 본토에서 갈라파고스 이구아나의 친척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에콰도르 육지 이구아나 활동 동영상), 이들은 울창한 숲에서 깨끗한 물을 마시며 살고 있죠. 갈라파고스 이구아나와는 달리 공룡을 닮은 칼날 모양의 장식 비늘과 목 아래의 주머니가 선명합니다. 이들은 어떻게 그 먼 갈라파고스로 가게 된 걸까요. 육지동물들은 오랜 옛날 폭풍이나 홍수에 떠내려온 표류자들이었습니다. 천 킬로미터의 바다를 건너는 위험한 여행에서 살아 남은 자들이죠. 그들이 도착한 곳은 고향과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숲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그나마 먹을 만한 것은 가시달린 선인장들뿐이었습니다. 그조차 잎이 아래로 떨어질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합니다, 햇빛이 뜨거울 때는 부채선인장(Opuntia)의 넓은 잎이 그늘이 되어 주기도 합니다. 덕분에 갈라파고스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적응한 동물이 파충류입니다. 파충류는 염분에 대한 저항력을 가졌고 음식이나 물이 없어도 장시간 살아남을 수 있었죠. 소식가지만 부족한 음식 앞에서 서로 싸우고 이겨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새로운 살길을 찾은 개척자들이 등장했습니다. 그들이 눈을 돌린 곳은 바다입니다. 오직 갈라파고스에서만 볼 수 있는 바다 이구아나(Marine Iguana)입니다. 바다에서 생활하는 세계 유일의 도마뱀이죠. 육지동물이 바다에 적응하는 건 정녕 쉽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살아남기 위한 생존본능은 이들을 변하게 했습니다. 납작한 꼬리는 물 속에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고 강력한 네 다리와 발톱은 미끄러운 용암 바위를 잡을 수 있게 변했습니다. 피부는 거친 파도로 견딜 수 있게 단단해 졌죠. 차가운 바다에 들어가기 전이면 이들이 하는 의식이 있습니다. 스스로 체온 조절을 하지 못하는 이구아나는 햇빛을 받아 몸을 따뜻하게 하는 데요. 체온을 높여 몸의 에너지가 싸이면 개중엔 먹이 보다 기싸움이 먼저인 녀석들도 있습니다. 머리를 아래 위로 움직이는 건 침입자에게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겁니다. 한 녀석이 물러서는 고로 싸움은 싱겁게 끝나는 데요.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 건 모든 동물의 본능이겠죠. 이제 얼른 바다로 들어가 배를 채워야 할텐데요. 잔잔한 해안가와는 달리 파도는 거칠기만 합니다. 바다도 쉽게 녀석을 허락해 주지 않아요. 겨우 바위에 오른 녀석은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바다로 뛰어듭니다. 파도가 센 날은 바다 속도 다르지 않습니다. 육지로 치면 태풍급의 물살이 지나갈 정도인데요. 바다 이구아나는 차가운 물 속에서 자라는 홍조류나 녹조류를 주로 먹습니다. 납작한 주둥이와 촘촘한 이빨로 해조류를 뜯어 먹는데도 하루에 100그램 정도의 적은 양으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죠. 바다는 온통 초록 밭입니다. 이것이 이구아나가 육지를 떠나 바다를 선택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먹이가 지천으로 깔려있다고 욕심을 낼 수는 없습니다. 바다 이구아나는 보통 수심 10미터 까지 잠수할 수 있는데요. 10분 이상 잠수하는 건 위험한 일입니다. 체온이 떨어지면 근육이 마비될 수 있죠. 해류를 따라 남미 대륙에서 떠내려온 생물 중에는 250킬로그램이 넘는 거구도 있습니다. 바로 코끼리 거북이, 자이언트 거북(Giant Tortoise), 갈라파고스 땅거북, 이름도 다양합니다. 처음 이 섬에 발 디뎠던 사람들은 거북의 등짝지 모양이 말 안장 닮았다 하여 스페인어로 안장을 뜻하는 갈라파고 라고 불렀습니다. 그것이 갈라파고스가 된 것이죠. 이들은 자연 환경에 따라 섬 마다 다른 독자적인 형태로 진화되어 왔는데요. 건조한 저지대에 사는 거북은 긴 목을 뻗을 수가 있습니다. 덕분에 높은 곳에 있는 선인장도 먹을 수 있는 거죠. 320만년 전 이곳 갈라파고스로 들어왔던 거북은 오늘날 16종으로 분화되었습니다. 이 섬에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제 각각 환경에 맞게 그들의 생김새를 바꿔왔죠. 선인장도 동물들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 가시는 더 길어지고 억세졌습니다. 부채 선인장 또한 큰 것은 12미터까지 그 종류도 다양합니다. 자연의 진화 실험장이라는 말을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할 수 있는 곳이죠. 이처럼 갈라파고스가 변화와 적응의 섬이 된 데는 변덕스러운 기후의 영향도 있습니다. 갈라파고스의 기후는 크게 우기와 건기로 나누는 데요. 7월 부터 12월 사이의 건기는 황량한 저지대와 달리 고지대는 초록이 무성합니다. 같은 시기 같은 섬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풍경인데요.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걸까요? 그 열쇠는 해류에 있습니다. 7월 이면 따뜻한 파나마 해류가 거치고 남극 주변에서 차가운 훔볼트 해류가 올라오는데 이로 인해 반년 동안 갈라파고스는 서늘한 기후가 됩니다. 훔볼트 해류에 의해 차가워진 공기는 따뜻한 공기를 위로 밀어올리는 데요. 그러면 안개비와 바람이 고지대를 뒤덮습니다. 이 시기를 가루아라고 부릅니다. (가루아(Garua)-가랑비 라는 스페인어로 남아메리카 서해안 지역에 7월부터 12월 사이 따뜻한 공기가 찬 조류 위를 지날 때 형성되는 짙은 안개), 갈라파고스에서 두번째로 큰 산타크루즈섬, 해발 300미터 고지대에는 수풀이 우거집니다. 피트 크레이터(Pit-Crater)- 용암 터널 지반이 무너져 함몰된 지역 볼캐닉 싱크(Volcanic Sink) 라고도 한다. 그 사이로 움푹파진 구멍이 보이는데요. 이것은 분화구가 아니라 거대한 용암터널 지반이 무너져 내린 구멍입니다. 그 주변에 있는 작은 용암동굴들이 과거 이곳이 화산이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짙은 안개가 거치고 해가 나면 이곳은 믿을 수 없는 풍경이 펼쳐집니다. 가루아 시기의 안개비는 초록으로 빽빽한 습한 숲을 만들었습니다. 이 지역 특산 해바라기 나무인 스칼레시아 숲 (Scalesia)입니다. 고지대에 사는 거북에겐 먹을 것이 넘쳐나는 데요. 이곳 거북은 무성한 수풀 사이를 헤집고 다니기 좋게 등딱지가 돔형으로 진화되었습니다. 인간 세계로 치자면 상위 1%의 호화생활이라고 할까요. 선인장 투성이의 저지대와는 여러 모로 대조적입니다. 식사를 끝낸 후엔 호수의 따뜻한 물에 반신욕을 하는데요. 고지대의 차가운 공기로부터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평화로운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해가 지면 추위가 몰려옵니다. 차가운 해류가 흐르는 건기에는 낮과 밤의 온도가 20도 이상이나 차이가 납니다. 냉혈동물인 바다 이구아나는 떼로 모여 밤을 보내죠. 그나마 주변에 웅덩이나 호수가 있으면 이 보다는 낫습니다. 적도의 태양에 데워진 물은 바다 이구아나가 밤을 보내기에 아주 좋은 장소죠. 아침이면 일제히 약속이나 한 듯 이구아나는 호수에서 빠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부지런한 녀석들이 늘 좋은 자리를 차지합니다. 이구아나들은 줄줄이 엎드려 태양을 숭배하는 의식을 치르기 시작합니다. 몸의 측면을 태양 쪽으로 향하며 온기에 최대한 노출시키죠.
하이메 도밍게스 로다스/갈라파고스 국립공원 가이드: 해가 움직이면 이구아나의 몸도 해를 따라 움직입니다. 이구아나들은 햇뱉을 쬐며 온도조절을 해야 하죠. 만약 온도 조절을 하지 못해 너무 춥거나 더우면 그들은 죽습니다.
내레이션: 바다 이구아나들은 따뜻한 태양 빛을 의존하지만 이구아나의 움직임을 유발하는 요인은 달의 주기입니다. 달의 인력은 바다를 잡아 당겨 하루 두 차례씩의 밀물과 썰물을 만들죠. 썰물 때 바다물이 빠져 나가면 곳곳에 해초가 드러나고 바다는 얕아 집니다. 이것이 바다 이구아나에게 보내는 신호죠. 어디서 나타났는지 보이지 않던 녀석들도 속속 바다로 향하기 시작합니다. 어찌 보면 자연의 이치는 단순하면서도 신기합니다. 보름과 그믐에는 달의 인력이 최고조에 달해 물이 가장 많이 빠지는데요. 이때는 굳이 바다 속까지 들어가지 않아도 됩니다. 물이 빠진 바위는 그 자체로 잘 차려진 밥상입니다. 바다 속에 잠수할 때 와는 달리 아주 여유로운 식사시간이죠. 해조류는 바다 이구아나의 생존과 직결됩니다. 적도의 강한 햇빛은 해조류를 빠르게 성장시켜 2주면 원상복귀되는데요. 덕분에 평소에는 먹이를 걱정한 필요가 없습니다. 썰물 때를 기다리는 건 바다 이구아나만이 아닙니다. 썰물은 곳곳에 숨어 있던 작은 동물들을 불러내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게입니다. 갈라파고스와 그 주위 바다에는 백여 종의 게들이 서식하는 데요. 사는 지역도 다양합니다. 해변의 모래 사장을 유유히 가로지르는 이 녀석은 유령게(Ghost Crab)입니다. 유령 게는 평소에는 집게 다리로 모래를 입에 넣고 먹이만 걸러 먹은 후 남은 모래는 둥굴게 뭉쳐 뱉어내는데요. 지금은 뭐가 좀 다릅니다. 자신의 굴에서 가지고 나온 흙을 집게 발로 꼭꼭 누르는 데요. 연구자들에 의하면 이것은 짝짓기를 위한 수컷 유령 게의 구애활동이라는 겁니다. 이 흙더미들이 암컷에게 보내는 일종의 신호인 거죠. 어느 새 6시간이 지나 해안에는 물이 차오르기 시작합니다. 길이 끊어지기 전에 서둘러 육지로 돌아가야 합니다. 제일 먼저 돌아가는 채비를 하는 것은 갈라파고스 붉은 게 (Sally Light-foot Crab)입니다. 수영을 할 수 없는데 바닷물은 생각보다 꽤 많이 차 올랐습니다. 과연 어떻게 이동할까요. 마치 물 위를 걸어다니는 소금쟁이 처럼 가볍게 뛰는 데요. 그래서 이들의 영어 이름도 light foot crab 가벼운 발입니다. 뒤늦게 출발한 녀석마다 이구아나는 뛰어난 수영 실력을 믿기에 여유가 있습니다. 잠수도 곧잘 하는데 이 정도 쯤이야. 물놀이 수준이죠. 바다 물은 순식간에 차오르고 거센 파도까지 몰려오기 시작합니다. 언제나 욕심 부리다가 돌아갈 때를 놓치는 길은 쉽지가 않습니다. 이들의 선조도 그 옛날 이 섬에 오기까지 무수한 죽음의 순간들을 견뎌야 했겠죠. 다행히 용암 바위에 도착했습니다. 전쟁터에서 돌아온 병사는 바위에 부딪쳐 온 몸이 상처 투성이입니다. 햇빛이 잘 닿는 안전한 곳에 도착하자 그만 탈진해 버렸습니다. 바위에 부딪쳐 피부가 뜯겨나갈 정도로 아주 거친 싸움이었습니다. 육지에는 바다 이구아나를 위협하는 천적이 없습니다. 지친 녀석을 제일 괴롭히는 건 다름 아닌 파리인데요. 이구아나는 파리를 쫓아낼 힘도 없습니다. 몸에 싸인 염분은 소금샘을 이용해 배출하는 것도 바다 이구아나만의 특징이죠. 최근 바다 이구아나와 육지 이구아나의 공존의 관계가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에두아르도: 이곳 플라자 섬에는 바다 이구아나와 육지 이구아나가 좁은 공간에서 살고 있는데 그들까지 번식을 하게 된 것입니다. 갈라파고스에 있는 잡종 이구아나는 그렇게 서로 다른 바다 이구아나와 육지 이구아나 사이에서 태어난 종입니다.
내레이션: 두 시간이면 더 돌아볼 수 있을 정도의 작은 플라자 섬에서 머리는 이구아나이고 몸은 육지 이구아나인 잡종이 발견되었습니다. 450만년 전에 분리되어 다른 방식으로 살아온 두 종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잡종 이구아나의 등장-각자의 서식지에서 영역 침범을 하지 않다가 엘리노 시기에 먹이가 부족한 바다 이구아나가 육지 이구아나의 서식지로 들어가면서 발생), 먹을 것이 없어진 바다 이구아나가 육지 이구아나의 서식지로 들어가 생긴 결과인데요. 그렇다면 잡종 이구아나는 바다나 육지 모두에서 살 수 있을까요
에두아르도: 대부분의 잡종 이구아나는 육지 쪽에 있습니다. 수영할 수는 있지만 잘 하지는 못하죠. 그들은 주로 식물이나 씨앗 종류를 먹지만 해조류는 많이 먹지 못합니다.
내레이션: 잡종 이구아나는 바다 이구아나처럼 날카로운 발톱을 가졌지만 육지 이구아나의 습성이 더 강합니다. 날카로운 발톱으로 선인장 가시를 빼고 높은 선인장 나무에도 쉽게 올라갈 수 있죠. 격리와 멸종 사이에서 생물의 진화는 지금 이 시간에도 현재 진행형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우리가 미쳐 발견하지 못한 생명의 수수께끼들이 더 남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바로 이 분홍 이구아나 (Pink Iguana) 처럼 말이죠. 2009년 갈라파고스 이사벨라 섬에서 신종 생명체를 발견했는데요. 분홍 이구아나였습니다. 지금까지도 그 존재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습니다. 1월이면 갈라파고스에는 비가 내리는 날이 늘기 시작합니다. 더운 날씨가 시작되는 우기의 신호죠. 바싹 말라있던 대지는 따뜻한 수분을 머금고 점차 초록으로 변해갑니다. 육지동물들이 기다렸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갈라파고스의 봄인 4월이 되면 곤충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바빠집니다. 개중에 가장 분주한 것은 어리호 호박벌 (Carpenter Bee)입니다. 부채 선인장 꿀에서 먹이를 공급받고 그들의 꽃가루를 이동시키죠. 노란색은 어리호 호박벌이 가장 좋아하는 색입니다. 꽃들은 저마다의 색으로 새와 곤충을 부르고 새와 곤충은 식물의 결실을 돕습니다. 소금기 있는 물에서 자라는 민사니오 (Manzanillo) 열매는 일명 독사과라 불립니다. 열매나 수액에 독이 있어 사람도 동물도 거들떠보지 않는데요. 신기하게도 갈라파고스 코끼리 거북은 이 독사과를 먹어도 중독되지 않습니다. 혼자 독차지 할 수 있는 먹이인 거죠. 하늘은 참 공평하죠. 거친 선인장으로 건기를 보내는 것과는 달리 다행히 우기 6개월 동안은 먹이 걱정은 하지 않해도 됩니다. 물이 풍부해지는 우기에는 새들도 풍요의 시간을 보냅니다. 화산에서 내려오는 민물과 바다가 만나는 호수는 다양한 새들의 보금자리입니다. 이 호수에는 갈라파고스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녀석들이 사는데요.
하이메: 이곳 홍학들은 원래는 카리브 해에서 온 홍학들입니다. 오래 전에 카리브 해에서 왔지만 언제 그들이 이곳에 오게 됐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내레이션: 홍학(Greater Flammingo)은 하루에 최고 12시간 동안 먹이활동을 하는 데요. 부리로 퍼올린 침전물 속에서 작은 새우나 물벌레를 걸러내 먹습니다. 카리브 해에서 갈라파고스까지 오기는 어려워겠지만 바람과 해를 따라 정착한 것은 충분한 먹이가 있고 포식자들도 많지 않았죠. 덕분에 이들은 이곳에서 완벽하게 정착했습니다. 유별나게 사람들을 경계하지 않는 다른 갈라파고스 동물들과 달리 비교적 최근에 갈라파고스로 온 홍학은 여전히 사람을 두려워하죠. 정착하고 적응하고 또 살아남기 위해 선택하고 변해온 이들의 삶의 궤적은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흰빰 고방 오리(White-Cheeked Pintail), 지금도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매일 생존하고 번식하는 중이죠. 쇠물닭 (Common Moorhen), 한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 끊임없이 변하는 것, 진화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끝. (EBS 타큐프라임 1427회 진화와 공존의 섬, 갈라파고스 1부 살아남은 자들에서 정리).
① 지구 깊은 곳의 뜨거운 불은 심해의 지각을 뚫고 나와 태평양 한 가운데 섬이 되었다. 처음 이 섬을 본 사람들은 지상의 지옥이라고 불렀다. 거칠고 황량한 이곳에서 생물들은 자연의 도전에 그들만의 전략으로 응해야 했다. 때로는 생존을 위해 변신과 선택을 했다. 오직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세계 유일의 바다 이구아나처럼 말이다. 차가운 해류는 잿빛 용암 섬에 마법처럼 푸른 밀림을 만들었다. 인간의 눈엔 지옥과 같은 데서 저주받은 생명으로 보였지만 이들은 고립된 지옥에서 그들만의 천국을 만들어 왔다. 이것은 세상 끝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다. 이 작은 불모의 바위 섬에서 펼쳐진 창조적 힘에 놀라게 된다.
② 180여년 前 찰스 다윈이 찾았던 섬, 이곳은 13개의 큰 섬을 중심으로 100여개의 암초와 돌섬으로 이루어졌다. 사람들은 이 섬들을 갈라파고스라고 부른다. 갈라파고스는 에콰도르 해안에서 서쪽으로 약 1000킬로미터나 떨어진 적도에 있는데 뜨거운 용암이 만들어낸 화산섬들이다. 갈라파고스는 지구에서 가장 활발한 화산섬 지대다. 불바다가 지나간 뒤 용암이 굳은 섬은 그저 거칠고 황량하다. 살아있는 것은 모두 다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야 한다. 용암 사이로 가장 먼저 뿌리를 내리는 것은 선인장이다. 위협적인 화산에도 강한 생명력으로 응답한 결과물이다. 이곳의 생명들은 저 마다의 생존전략으로 살아 남았다. 덕분에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이곳만의 고유종이 됐다. 갈라파고스 바다 사자도 그 중 하나다.
③ 이곳의 진기한 광경은 집단 잠수로 사냥을 하는 푸른발 부비 (Blue-footed Booby) 새다. 전 세계 4분의 3이 갈라파고스에서 살고 있다. 푸른발 부비는 보통 5월에서 12월 사이에 짝짓기를 한다. 두 세개의 알을 낳으며 부모가 번갈아가면서 알을 품는다. 더운 계절이라 알 품기에는 최악의 환경이다. 그보다 앞서 갈라파고스의 봄인 4~5월에는 군함새 (Frigate Great bird)가 짝짓기를 한다. 바다와 육지를 오가는 바다새에겐 천국 같은 곳이다. 반면에 섬에 갇혀 있는 육지 이구아나 (Land Iguana)들에겐 그리 멋진 신세계는 아니다. 늘 먹이를 찾아 헤매야 한다. 이 섬에서 육지 이구아나가 선택한 먹이는 가시투성이 선인장이다.
④ 섬의 선인장도 점점 변해 왔다. 동물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가시는 더 길어지고 키도 커졌다. 일반적인 이구아나의 수명은 30년 정도다. 갈라파고스 이구아나는 60년 정도를 산다. 이들의 최고의 적은 배고픔이다. 이들은 처음부터 이곳이 고향은 아니었다. 갈라파고스 이구아나는 남미 대륙에서 왔다. 당시에는 같은 종이었지만 수백만년 진화과정을 거치며 새로운 종이 되었다. 에콰도르 본토에서 갈라파고스 이구아나의 친척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울창한 숲에서 깨끗한 물을 마시며 살고 있다. 갈라파고스 이구아나와는 달리 공룡을 닮은 칼날 모양의 장식 비늘과 목 아래의 주머니가 선명하다.
⑤ 이들은 어떻게 그 먼 갈라파고스로 가게 된 걸까. 육지동물들은 오랜 옛날 폭풍이나 홍수에 떠내려온 표류자들이었다. 1000킬로미터의 바다를 건너는 위험한 여행에서 살아 남았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고향과는 너무나 달랐다. 숲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그나마 먹을 만한 것은 가시달린 선인장들뿐이었다. 햇빛이 뜨거울 때는 부채선인장(Opuntia)의 넓은 잎이 그늘이 되었다. 덕분에 갈라파고스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적응한 동물이 파충류다. 파충류는 염분에 대한 저항력을 가졌고 음식이나 물이 없어도 장시간 살아남을 수 있었다. 부족한 음식 앞에서 서로 싸우고 이겨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새로운 살길을 찾은 개척자들이 등장했다.
⑥ 갈라파고스에만 있는 바다 이구아나(Marine Iguana)다. 바다에서 생활하는 세계 유일의 도마뱀이다. 육지동물이 바다에 적응하는 건 정녕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생존본능은 이들을 변하게 했다. 납작한 꼬리는 물 속에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고 강력한 네 다리와 발톱은 미끄러운 용암 바위를 잡을 수 있게 변했다. 피부는 거친 파도로 견딜 수 있게 단단해 졌다. 차가운 바다에 들어가기 전이면 이들이 하는 의식이 있다. 스스로 체온 조절을 하지 못하는 이구아나는 햇빛을 받아 몸을 따뜻하게 한다. 잔잔한 해안가와는 달리 파도는 거칠기만 하다.
⑦ 바다 이구아나는 차가운 물 속에서 자라는 홍조류나 녹조류를 주로 먹는다. 납작한 주둥이와 촘촘한 이빨로 해조류를 하루에 100그램 정도 뜯어 먹어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 바다는 온통 초록 밭이다. 이것이 이구아나가 육지를 떠나 바다를 선택한 이유다. 바다 이구아나는 보통 수심 10미터 까지 잠수할 수 있다. 10분 이상 잠수하는 건 위험한 일이다. 해류를 따라 남미 대륙에서 떠내려온 생물 중에는 250킬로그램이 넘는 코끼리 거북이 있다. 처음 이 섬에 발을 디뎠던 사람들은 거북의 등짝지 모양이 말 안장 닮았다 하여 스페인어로 안장을 뜻하는 갈라파고 라고 불렀다. 그것이 갈라파고스가 된 것이다. 이들은 자연 환경에 따라 섬 마다 다른 독자적인 형태로 진화되어 왔다.
⑧ 320만년 前 갈라파고스로 들어왔던 거북은 오늘날 16종으로 분화되었다. 이 섬에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환경에 맞게 그들의 생김새를 바꿔왔다. 선인장도 동물들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 가시는 더 길어지고 억세졌다. 자연의 진화 실험장이다. 갈라파고스가 변화와 적응의 섬이 된 데는 기후 영향이다. 기후는 우기와 건기로 나눈다. 7월~12월 사이의 건기는 황량한 저지대와 달리 고지대는 초록이 무성하다. 같은 시기 같은 섬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풍경이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걸까. 그 열쇠는 해류에 있다. 7월 이면 따뜻한 파나마 해류가 거치고 남극 주변에서 차가운 훔볼트 해류가 올라오는데 이로 인해 반년 동안 갈라파고스는 서늘한 기후가 된다. 훔볼트 해류에 의해 차가워진 공기는 따뜻한 공기를 위로 밀어올린다. 그러면 안개비와 바람이 고지대를 뒤덮는다. 이 시기를 가루아라고 부른다. 갈라파고스에서 두번째로 큰 산타크루즈섬, 해발 300미터 고지대에는 수풀이 우거졌다.
⑨ 피트 크레이터(Pit-Crater)는 분화구가 아니라 거대한 용암터널 지반이 무너져 내린 구멍이다. 그 주변에 있는 작은 용암동굴들이 과거 이곳이 화산이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짙은 안개가 거치고 해가 나면 이곳은 믿을 수 없는 풍경이 펼쳐진다. 가루아 시기의 안개비는 초록으로 빽빽한 습한 숲을 만들었다. 이 지역 특산 해바라기 나무인 스칼레시아 숲 (Scalesia)이다. 고지대에 사는 거북에겐 먹을 것이 넘쳐난다. 이곳 거북은 무성한 수풀 사이를 헤집고 다니기 좋게 등딱지가 돔형으로 진화되었다. 인간 세계로 치자면 상위 1%의 호화생활이다. 선인장 투성이의 저지대와는 여러 모로 대조적이다. 식사를 끝낸 후엔 호수의 따뜻한 물에서 단신욕을 하는데 고지대의 차가운 공기로부터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평화로운 천국이 따로 없다.
⑩ 해가 지면 추위가 몰려온다. 차가운 해류가 흐르는 건기에는 낮과 밤의 온도가 20도 이상이나 차이가 난다. 냉혈동물인 바다 이구아나는 떼로 모여 밤을 보낸다. 그나마 주변에 웅덩이나 호수가 있으면 이 보다는 낫다. 적도의 태양에 데워진 물은 바다 이구아나가 밤을 보내기에 아주 좋은 장소다. 아침이면 일제히 약속이나 한 듯 이구아나는 호수에서 빠져 나온다. 이구아나들은 줄줄이 엎드려 태양을 숭배하는 의식을 치르기 시작한다. 몸의 측면을 태양 쪽으로 향하며 온기에 최대한 노출시킨다. 해가 움직이면 이구아나의 몸도 해를 따라 움직인다. 그들은 햇뱉을 쬐며 온도조절을 한다. 만약 온도 조절을 하지 못해 너무 춥거나 더우면 그들은 죽는다.
⑪ 바다 이구아나의 움직임을 유발하는 요인은 달의 주기다. 달의 인력은 바다를 잡아 당겨 하루 두 차례씩의 밀물과 썰물을 만든다. 썰물 때 바다물이 빠져 나가면 곳곳에 해초가 드러나고 바다는 얕아진다. 자연의 이치는 단순하면서도 신기하다. 보름과 그믐에는 달의 인력이 최고조에 달해 물이 가장 많이 빠지는데 이때는 굳이 바다 속까지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물이 빠진 바위는 잘 차려진 밥상이다. 바다 속에 잠수할 때 와는 달리 여유로운 식사시간이다. 해조류는 바다 이구아나의 생존과 직결된다. 적도의 강한 햇빛은 해조류를 빠르게 성장시켜 2주면 원상복귀되는데 평소에는 먹이를 걱정한 필요가 없다.
⑫ 최근 바다 이구아나와 육지 이구아나의 공존의 관계가 무너졌다. 그들은 좁은 공간에서 살고 있었는데 번식을 하였다. 작은 플라자 섬에서 머리는 바다 이구아나고 몸은 육지 이구아나인 잡종이 발견되었다. 450만년 전에 분리되어 다른 방식으로 살아온 두 종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먹을 것이 없어진 바다 이구아나가 육지 이구아나의 서식지로 들어가 생긴 결과다. 그렇다면 잡종 이구아나는 바다나 육지 모두에서 살 수 있을까. 대부분의 잡종 이구아나는 육지에 있다. 수영할 수는 있지만 잘 하지는 못한다. 그들은 주로 식물이나 씨앗 종류를 먹지만 해조류는 많이 먹지 못한다.
⑬ 잡종 이구아나는 바다 이구아나처럼 날카로운 발톱을 가졌지만 육지 이구아나의 습성이 더 강하다. 날카로운 발톱으로 선인장 가시를 빼고 높은 선인장 나무에도 쉽게 올라갈 수 있다. 격리와 멸종 사이에서 생물의 진화는 지금 이 시간에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곳에는 우리가 미쳐 발견하지 못한 생명의 수수께끼들이 있다. 바로 분홍 이구아나 (Pink Iguana)다. 2009년 신종 생명체를 발견했다. 지금까지도 그 존재는 수수께끼다. 1월이면 갈라파고스에는 비가 내리는 우기다. 바싹 말라있던 대지는 따뜻한 수분을 머금고 점차 초록으로 변해간다. 육지동물들이 기다렸던 계절이다.
⑭ 갈라파고스의 봄인 4월이 되면 곤충수가 늘고 바빠진다. 분주한 것은 어리호 호박벌 (Carpenter Bee)이다. 부채 선인장 꿀에서 먹이를 공급받고 그들의 꽃가루를 이동시킨다. 꽃들은 저마다의 색으로 새와 곤충을 부르고 새와 곤충은 식물의 결실을 돕는다. 소금기 있는 물에서 자라는 민사니오 (Manzanillo) 열매는 일명 독사과라 불린다. 열매나 수액에 독이 있어 사람도 동물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신기하게도 갈라파고스 코끼리 거북은 이 독사과를 먹어도 중독되지 않는다. 혼자 독차지 할 수 있는 먹이다. 하늘은 참 공평하다. 거친 선인장으로 건기를 보내는 것과는 달리 다행히 우기 6개월 동안은 먹이 걱정은 하지 않해도 된다.
⑮ 물이 풍부해지는 우기에는 새들도 풍요의 시간을 보낸다. 화산에서 내려오는 민물과 바다가 만나는 호수는 다양한 새들의 보금자리다. 이 호수에는 갈라파고스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녀석들이 산다. 이곳 홍학(Greater Flammingo)들은 원래는 카리브 해에서 온 홍학들이다. 오래 전에 카리브 해에서 왔지만 언제 그들이 이곳에 오게 됐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홍학은 하루에 최고 12시간 동안 먹이활동을 한다. 이들은 이곳에서 완벽하게 정착했다. 정착하고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선택하고 변해온 이들의 삶의 궤적은 지금도 살아남기 위해 매일 생존하고 번식하는 중이다. 한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 끊임없이 변하는 것, 진화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