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김별선생님과 물품에 대해 의논을 하고 헤어졌는데 다시 전화를 하셨습니다. 동네 어르신께 윷놀이배우기 시간을 가지러 어제 몇분의 어르신들께 연락을 드렸었는데 오늘 마침 한 어르신께서 아이들에게 윷을 가르쳐주신다고 회답을 해주셨다고 합니다. 얼마나 감사한지요..전화를 끊고 소원선생님과 회의하는 도중 김별선생님께서 다시 전화를 주셨습니다. 박은희 사회복지사선생님과 이정희과장님과 잠깐 행사관련 미팅을 하자고 하시는 연락이었습니다. 복지관의 다른 선생님들과 하는 회의라 긴장이 되었지만 소원선생님과 김별선생님과 함께하니 다소 안심이 되었습니다.
회의는 소원선생님과 내가 작성한 분장표를 토대로 진행되었습니다. 분장표를 보시며 과장님께서 거침없이 하나하나를 짚어가십니다. 특히 팽이치기가 막연히 어렵다고만 생각하고 말았는데 과장님께서 말씀하시는대로 상상해보니 '아! 왜 그 생각을 못했지?'싶으며 그대로 행사를 진행했다가 큰 낭패를 할뻔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팽이치기는 자유부스로 넣고 대회 종목에서는 제외하기로 하였습니다. 다행히 어제 큰 비중의 먹거리를 담당하시는 분들과 재료준비 등이 정해져서 먹거리쪽은 복지관선생님들께서 전적으로 도와주시기로 하고 우리는 놀이부스쪽을 책임지기로 하였습니다. 과장님께서 '신림동은 아이들이 가장 없는 마을, 아이들 소리보다 오토바이소리가 더 많이 나는 이 곳에 이번 행사는 강감찬복지관에서 매해 놀이터에서 어린이날이나 설 등에 사람사는 느낌나는 행사를 통한 이미지화를 하는 시발점이다'라는 말씀을 시작으로 복지관에서 하는 행사에 우리의 노력이 들어가 예산을 아낄 수 있는 건 최대한 노력해서 아끼되 아이들을 위해, 귀한 아이들의 이미지를 망치지 않는 예산은 아낌없이 지원하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사회서비스 중 발달장애를 전공하고 있어서 첫1학기 내내 발달장애인복지론에서 정상화이론에 대해서 발제를 하였는데 오늘 과장님께서 하신 말씀과 일맥상통한 수업이었습니다. 우리 학교 김용득 교수님의 강의와 과장님의 말씀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겨넣습니다. 그리고 복지관 이정희과장님과 박은희 선생님께서 도와주신다고 하니 완전히 마음이 놓입니다.또한 마을 사람들과 함께 하는 큰 행사이고 복지관 신림동팀의 중요한 행사임을 마음에 각인시키고 무거운 책임감을 다시 한번 갖게 됩니다.
오늘은 희서와 현서조차 영화를 보러 가서 못 온다고 하고 정아만 오겠구나 싶었는데 김별선생님께서 원래 신림동팀에서 활동하던 어린 두 친구가 새로 올 것이라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소원선생님과 공유공간에 걸어가고 있는데 멀리 현서와 희서가 걸어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우리는 눈이 마주치자 서로 뛰어가서 얼싸 안았습니다. 못 볼 뻔 하였는데 길에서 우연히 만나니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정아까지 우리 다섯명은 어제도 만났는데도 팔짝팔짝 뛰며 반가움을 표현했습니다. 희서와 현서가 여기 오고 싶어서 끝나자마자 학원도 뒤로 미루고 뛰어왔다고 합니다. 아이들과 만난지 두주..우리의 마음속에 같은 팀의 동지애와 우정이 자라고 있다는 것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공유공간에서 행사물품의 거의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는데 새로 김건이라는 4학년 친구가 도착했습니다. 이야기를 너무 잘 하고 귀여운 이 친구는 쉼없이 재잘대며 오늘 처음 만난 아이답지 않게 금방 합류할 수 있었고 유승이는 내일부터 오기로 하였습니다.
김별선생님이 오시고 오늘 윷놀이를 가르쳐주신다고 하신 마을 어르신댁으로 출발했습니다. 혼자 사시는 할머니신데 오랜만에 만나신 친구분과 일찍 헤어지시고 우리에게 윷놀이를 알려주시러 일부러 일찍 돌아오셨다고 하시며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셨습니다.
아이들만 2대2로 편을 먹고 윷놀이를 하였습니다. 잠깐의 만남이었는데도 어르신과 아이들, 그리고 우리들도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진팀은 노래를 불러야한다는 어르신 말씀에 강우가 부끄러움도 없이 노래를 부릅니다. 그리고 게임은 안 했지만 판소리 전공인 소원선생님이 어르신을 위해서 트로트 한곡을 멋지게 불러드렸습니다.
즐거운 가운데 할머니께 새배를 드리고 귤도 먹었습니다. 저는 혼자 사시는 독거 노인댁을 방문한 것이 처음입니다. 아이들과 잠깐 찾아가 드렸을 뿐인데도 얼마나 즐거워하시는지 왠지 큰 일을 한 것 같은 기분입니다. 아이들과 돌아오며 오늘 우리가 지낸 것처럼 신림동이 시끌시끌 아이들 소리와 함께 마을 주민 모두가 서로를 위해 자신의 시간을 내어주고 도와 주며 정겨운 사람냄새가 나게 되는 날을 그리며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