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에는 실습기간 내내 고대하던 아이들과의 첫 회의시간이 있었습니다.
당사자 면접 이후로 몇주만에 다시 아이들과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유리쌤과 함께 모임장소인 오피스텔 문 앞에 도착하자, 먼저 와있던 준아와 우진이가 있었습니다.
당사자 면접때 만나지 못했던 나은이와 엘레베이터를 같이 타고 도착했는데,
준아와 우진이가 인사하는 것을 보고 나은이도 함께 여행가는 친구라는 것을 알고 그제서야 인사를 했습니다.
미리 알아봐주지 못하고 인사하지 않은게 마음에 조금 걸렸습니다.
그냥 이 오피스텔 사는 주민이었어도 결국 오피스텔 건물을 함께 사용하는 둘레사람이니 인사를 먼저 건넸어야 하는건데...
앞으로는 오피스텔 엘리베이터를 탈 때 모르는 사람이어도 인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준아와 우진이는 오랜만에 만난 저희를 어색해하지도 않고
"쌤~! 안녕하세요~"
하면서 밝게 인사해주었습니다.
얼굴도 까먹지 않고 친근하게 대해주는게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괜히 고마웠습니다.
맨 처음으로는 아이들과 함께 앞으로 언제 만나면 좋을지를 정했습니다.
아이들의 학원시간을 피해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2시에 만나기로 하고,
화요일만 오전에 학원이 있는 채린이를 위해서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만나기로 했습니다.
서로 장난도 치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아이들이 일정을 정하긴 했지만,
필요할 때에는 다들 집중해주어 생각보다 금방 정해졌습니다.
일정을 정하는 사이 늦게 도착한 인서도 모임에 합류했습니다.
모임 일정을 다 정하자,
"저희 첫사랑 얘기 들려주세요!"
우진이가 갑작스레 제안합니다.
아이들이 다들 키득대며 좋아하는 모습이 소녀다워서 정말 귀여웠습니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순서를 정하고 차례대로 얘기하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첫사랑 얘기를 부끄러워하면서도 풀어놓습니다.
"같은 반이야? 00이아니야? 성이라도 알려줘!"
자기들끼리 아는 학교 아이들 이름을 대며 누군지 맞추려고 하기도하고 은근히 캐내려고도 하며 서로 즐거워합니다.
이런 모습을 보며 만약에 시간이 남으면 뭘하고 놀지?
도착하기 전에 고민했던 것이 무색하게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만으로도 정말 즐거워하는 아이들이었습니다.
한바탕 첫사랑 얘기가 끝나고, 다시 여행 얘기로 돌아와서 여행날짜와 후보지를 정하기로 했습니다.
여행 날짜는 다들 학원을 뺄 수 있는 10일로 정해졌습니다.
여행 후보지로는 바다를 볼 수 있는 양양이나 속초, 경복궁, 놀이공원이나 실내놀이터, 눈썰매장, 실내수영장, 캠핑 혹은 글램핑장이 후보에 올랐습니다.
아이들이 당사자 면접때부터 놀이공원에 가고싶다고 했던 것 때문에,
함께 할 활동도 마땅치 않고 비싼 입장료라는 문제도 있는 놀이공원을 강하게 주장하면,
'어떻게 아이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했었는데
서로 다른 재미있는 대안들을 제안하니 금방에서 다른 장소들에도 흥미를 가졌습니다.
"양양가면 바다 볼 수 있는데... 근데 사실 전 물회는 싫어해요."
"한복빌려 입고 사진찍고 싶어요! 유리쌤은 어떤 한복 입을거예요?"
최종적으로는 오전에 한복을 입고 경복궁을 갔다가, 오후에 캠핑장에 가서 고기를 구워먹으면 좋겠다고 얘기가 됐습니다.
4시 반이 되어 우진이는 먼저 학원 때문에 가게되었고, 다른아이들과는 그림을 그리고 잡담을 하며 5시까지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들 그림그리는걸 좋아한다고 했던만큼 그림실력도 좋았습니다.
저는 그림에 자신이 없어서 유리쌤의 노트북에 붙어있던 햄스터 캐릭터를 따라그렸는데,
제가봐도 잘 그리진 못해서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완전 망했다 ㅠㅠ" 하고 한탄했더니
"아니예요~ 그래도 귀여워요"하고 입을 모아 칭찬해주었습니다. (객관적으로 별로 그렇지 않았습니다..)
또 준아와 인서는 저와 유리쌤의 캐리커쳐를 그려주었는데 너무 귀엽고 잘그리기도 해서 사진을 찍어 저장해두었습니다.
예상치 않게 작은 선물을 받은 느낌이라 기뻤습니다!
저도 그림을 잘 그렸다면 아이들을 그려주었을텐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정말 즐거운 첫 회의였습니다.
앞으로 아이들과 매일 만나면서 더 친해지고 싶고,
아직 한번도 만나지 못한 진주, 오늘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지율이와 채린이도 빨리 만나서 더 친해지고 싶습니다.
일주일도 더 남은 여행이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앞으로 예상하지 못한 어떤 일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과 함께 사회사업 잘 해나갈 수 있을것같은 기분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