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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시리즈]12강. 우리나라 역사-신동기
https://www.youtube.com/watch?v=CVBsTGu7GJU
* 보수와 진보는 무엇이 가르는가? *
사람은 현상유지와 변화에 대한 욕구를 함께 갖는다. 현상유지 속에서 편안함과 안정을 느끼고 변화 속에서 새로움과 흥미를 느낀다. 친구, 고향과 같은 것들에서는 사람들은 편안함과 안정을 기대하고, 여행, 일과 같은 것에서는 새로움과 흥미를 갖기를 원한다. 그러나 이 두 가지, 현상유지와 변화에 대한 욕구가 한 사람에게 있어 균형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대체로 어느 한 방향으로 기운다. 편안함의 현상유지나 새로움의 변화 그 어느 한쪽으로다. 사람들의 정치적 입장 마찬가지다. 보수적인 부분과 진보적인 부분 둘 다 가지고 있으나, 현상유지·변화 욕구와 마찬가지로 누구나 어느 한쪽으로 기운다. 보수적 입장 또는 진보적 입장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정치적 입장에서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요소는 무엇일까?
첫째는 소유 재산의 크기다. 라인홀드 니버(1892-1971)는 ‘정치적 견해는 불가피하게 경제적 이해관계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이해관계를 떠나서 사회 정책의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시민은 비교적 소수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정치적 신조와 사회적 태도들은 각기 다양한 계급들이 지닌 사회적 권력과 경제적 특권의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이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구별은 당연하게도 유산자와 무산자를 기준으로 나누는 것이다 -중략- 각 계급들이 지닌 자기의식의 수준이 어느 정도이건 관계없이, 일단 성립된 계급 구성원들의 사회적·도덕적 세계관은 각 계급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고유한 경제적 생활 상태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라고 말하고 있다.
사람들이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자신의 상대적 경제상태에 따라 정치적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재산이 많은 사람, 즉 ‘잃을 것이 많은’ 사람은 보수적인 입장이 되기 쉽고, 재산이 없는 사람, 즉 ‘잃을 것이 별로 없는’ 사람은 진보적인 입장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진보주의의 아버지인 페인 역시 ‘잃을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모험심은 줄어든다’라고 말해, 많이 가진 자는 변화를 꺼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하긴 페인 자신의 정치적 입장도 일부 이 관점으로 설명된다.
페인의 삶은 38살의 도미渡美에 이은 39살 때의 『상식』 출간 전까지 빈곤, 좌절 그리고 실패로 점철되었고, 그 이후의 혁명가로서의 삶도 여전히 가난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 저자로 명성은 높았지만 페인은 자신의 저술을 사람들에게 널리 읽히기 위해 인세를 전혀 받지 않았다. 물론 페인의 경우 삶 전반기의 가난과 후반기의 가난은 그 의미가 전혀 다르다. 전반기는 불가피한 가난이었고 후반기는 주체적·의지적 가난이었다. 소유 재산 크기에 따른 보수·진보 결정 관점은 바로 페인의 전반기 삶에 적용된다.
보수주의의 원조 버크는 미국과 프랑스 혁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계몽주의 사상가들이 왕과 귀족들에게 불리한 주장을 펴게 된 것이 바로 루이 14세(재위1643-1715) 이후 사라진 그들에 대한 왕의 후견과 보수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에 대한 궁정의 보호막이 사라지자 변화를 택해 기득권을 공격하고 나선 것이 바로 오늘날의 근대 시민사상이라는 주장이다. 혁명을 반대했던 버크 입장에선 나름대로 논리적이다.
소유 재산의 크기에 따른 보수·진보 결정 관점은 버크 자신의 진보에서 보수로의 갑작스런 전향도 설명할 수 있다. 오늘날 보수주의의 원조로서 인류 역사에 확고한 위치를 누리고 있지만, 사실 버크는 주변부 출신이자 프랑스 혁명 직후 1790년 보수주의의 바이블인 『프랑스 혁명에 관한 성찰』을 쓰기 전까지 25년 이상 진보인 휘그파 소속의 하원의원이었다. 영국에 저항하는 식민지들의 자유정신을 옹호했고 왕의 왕권 확장 시도에 대해 정당의 자유를 옹호했던 자유주의자였다. 한마디로 진보주의적 입장이었다. 그런 그가 갑작스럽게 보수의 원조로 전향했다.
그 이유는 그리 어렵지 않게 추정해 볼 수 있다. 미국과 프랑스 혁명의 파도가 영국을 덮쳐 영국헌정제도가 무너지면 귀족은 아니지만 아일랜드 출신의 출세자로서 그 동안 애써 쌓아올린 자신의 기득권이 모두 무위로 돌아갈 위험이 있었다. 중심부 출신, 일반 보수주의 정치인들 이상으로 영국헌정제도를 열렬히 찬양하고 또 거기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버크였다. 영국 정치제도의 우수성이나 왕과 귀족을 위해서가 아닌, 바로 자신을 위해서. 자신이 힘들게 쌓아올린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소유 재산의 크기에 따른 보수·진보 결정 프레임이 적용되지 않을 때도 있다. 마르크스가 공상적 사회주의자라고 불렀던 생시몽(1760-1825), 로버트 오언(1771-1858), 푸리에(1772- 1837) 그리고 마르크스의 영원한 동지인 엥겔스(1820-95), 레닌을 지원했던 모로조프와 같은 이들이 바로 그런 경우다. 생시몽은 귀족인 백작 집안이었고, 로버트 오언은 면공업에서 크게 성공을 이룬 사람이었고, 푸리에는 20대에 상속재산을 다 잃기는 하지만 부유한 상인 집안 출신이었다. 마르크스의 사상적 동지이자 물질적 후원자인 엥겔스는 널리 알려진 대로 방적업 기업가의 아들로 태어나 20대 때부터 기업경영을 했었고, 모로조프는 섬유업을 운영하는 사업가였다. 모두 귀족 또는 자본가였다. 한마디로 ‘잃을 것이 많은’ 기득권자들이었다. 그런 기득권 세력이 자기 개인의 이익에 반해 사회주의의 선구자가 되거나 조력자가 된 것이다. 소유재산의 크기에 따른 보수·진보 결정 프레임이 작동되지 않은 경우다. 두 번째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성악설적으로 보느냐 성선설적으로 보느냐에 따라 보수와 진보 성향이 갈라진다. 보수주의자들은 ‘인간의 불완전한 본성, 즉 문명화된 인간 행동의 장막 뒤에 항상 숨어 있는 근절할 수 없는 비이성과 사악함을 강조’하면서, ‘인간의 본성과 이성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진보주의자들은 ‘타인, 특히 약자에 대한 공감을 기본’으로 한다. 인간을 성악설적으로 본다면 인간의 행동을 신뢰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인간의 새로운 변화 시도에 대해 당연히 불안해 할 수밖에 없다. 결론은 보수주의적 입장이다. 반대로, 인간을 성선설적으로 본다는 것은 인간의 행동을 신뢰하고 인간의 새로운 변화 시도에 대해서도 기대를 한다는 것이다. 결과는 진보주의적 입장이다.
보수주의의 원조 버크는 ‘우리는 개인이 지닌 이성의 양만에 의지하여 생활하고 거래하는 처지를 불안해한다’라고 말하고, ‘우리 선조들은 인간이 무지하고 과오를 저지르기 쉽다는 생각을 강하게 지닌 채 행동했다. 그리고 그들을 그렇게 과오를 저지르기 쉬운 존재로 만든 신은 그들이 행동할 때 본성에 따랐다는 점에 상을 내렸다. 만일 우리가 조상들의 재산을 이어받을 자격을 갖추고자 한다면, 조상들의 유산을 간직하고자 한다면 조상들의 조심성을 본받자. 우리가 원한다면 덧붙이기로 하자. 그러나 조상들이 남긴 것을 지키자. 그리고 영국 헌정이라는 견고한 기반을 딛고 서서 프랑스 공중 모험가들의 무모한 공중제비를 따르려고 애쓰는 대신에 감탄하는 것으로 만족하자’라고 말한다.
반면에 진보주의의 원조인 페인은 ‘사람이란 국가에 의해 타락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서로 친구이고, 인간 본성은 그 자체가 사악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말하면서, ‘이성은 스스로의 의지로 복종하고 무지는 지시된 대로 무엇에나 굴복한다. 이 세상에 널리 퍼진 국가의 두 가지 형태 중 첫째 형태는 선거와 대표에 의한 국가이고, 둘째 형태는 세습적 계승에 의한 국가다. 전자는 보통 공화국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고, 후자는 군주국과 귀족국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게 서로 반대되는 두 형태는 이성과 무지라고 하는 서로 반대되는 기반 위에 서있다’라고 말한다.
버크는 인간의 이성을 신뢰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신은 인간이 이성과 대비되는 본성을 따르는 것을 좋아한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성악설적으로 인간을 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인간을 다른 동물과 동격으로까지 인식한다. 반면에 페인은 인간은 근본 자체가 사악하지 않다고 본다. 인간의 근본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입장에서는 인간의 새로운 변화시도가 불안할 수밖에 없으니 기존 체제를 고수하려 하게 되고, 인간의 근본을 긍정적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인간의 새로운 변화시도에 희망과 기대를 갖게 된다.
사실 ‘국가구성원 전체의 행복 증진’이라는 국가 존재 목적 실현에 공화정이 왕정에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탁월한 수단이라는 것은 조금만 ‘이성’적으로 따져보면 누구나 수긍할 수밖에 없다. 버크의 공화정 부정은 왕정시대에 길들여진 인간으로서의 한계든 자신의 기득권에만 집착하는 가짜 지식인으로서의 곡학아세든, 어쨌든 정치적 입장(보수주의)과 인간을 보는 관점(성악설) 사이에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자기사업을 하거나 직장에서 자기 나름대로 성공을 거두었다고 자부하는 이들은 대체로 보수주의적 성향을 보인다. 그 주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사람에 대한 관점 차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기울여 성취를 해 오는 과정에서, 그렇지 못하거나 않은 이들은 자연스럽게 ‘노력을 하지 않는’, ‘게으른’ 또는 ‘핑계거리만 찾는’ 사람으로 인식된다. 한마디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속성 중 ‘성악설’적인 부정적인 측면이 강하게 각인된다.
18c 말 보수와 진보가 왕정과 공화정이라는 ‘정치체제의 대립’이었다면, 20c 보수와 진보는 자유를 높이 사는 자본주의와 평등을 높이 사는 사회주의 두 ‘경제체제의 대립’이다. ‘지위와 명예 그리고 재산을 의심의 눈으로 보는 것은 자수성가한 사람에 대한 시기와 악의의 산물이다’는 버크의 입장 그대로, 오늘날 보수주의는 빈곤문제를 흔히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돌린다. 반면, 진보주의는 빈곤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더불어 사는’ 복지국가로의 이동을 주장한다. 18c 말과 마찬가지로 보수주의는 성악설, 진보주의는 성선설적인 입장이다.
세 번째는 제도에 대한 신뢰 여부가 보수와 진보를 가른다. 로마시대 호민관을 지냈던 티베리우스(BC169-BC133)는 ‘이 나라에는 들짐승도 자기 굴이 있어서 쉴 수도 있고 몸을 감출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싸움터에 나가 생명을 던지는 사람들은 바람과 햇빛 말고는 가진 것이 없습니다. 그들은 집도 없고 몸을 의지할 곳도 없어 처자를 데리고 이리저리 헤매고 있는 것입니다. 지휘관들은 조상들의 무덤과 제단을 지키기 위해 적과 싸워야 한다고 부하들에게 요구하지만 그것은 모두 헛된 거짓말에 지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많은 로마 사람들 중에 조상의 무덤과 제단을 갖추어 놓고 자신의 집과 가정을 보호할 수 있을만한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남들의 재산과 호강을 지켜주기 위해 싸웠고 또 죽음을 맞아야 했습니다. 그들은 세계의 주인이라는 이름은 얻었지만, 내 것이라고 부를만한 손바닥만한 땅도 없이 죽어야 했던 것입니다’라고 시민들에게 호소한다.
사람들의 국가 설립 이유가 자신의 재산과 생명 그리고 자유를 더 잘 지키기 위해서인데, 자신과 가족의 몸뚱이 말고는 따로 지켜야 할 재산이 없는 이들이 나라를 지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지켜야 할 것이 있는 사람들은 그 지키는 의무(병역)에서 빠져 나가고, 몸뚱이 말고는 따로 지키고 말 것도 없는 사람들이 목숨 걸고 나라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티베리우스의 입장은 그래서 개혁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로마인이면 누구나 유산자가 될 수 있도록 하든지, 아니면 귀족들만 나가서 국가를 지키든지 둘 중 어느 한쪽으로의 개혁이다. 티베리우스의 주장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제도 자체 또는 제도의 시행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되면 사람들은 당연히 개혁의 필요성을 느낀다. 티베리우스처럼. 진보주의다. 그리고 지금의 제도를 신뢰한다면 그 사람은 당연히 현상유지를 원한다. 보수주의다. 제도를 신뢰하느냐 신뢰하지 못하느냐가 보수와 진보를 가른다.
네 번째로는 나이가 보수와 진보를 가른다. 일반적으로 청년세대는 변화를 꿈꾸고 실버세대는 안정을 바란다. 그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는 신진대사 차이에 따른 에너지의 양 차이 때문이다. 청년은 신진대사가 활발하기 때문에 실버세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분출한다. 따라서 실버세대보다 더 의욕적이고 적극적이다. 의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는 변화를 바라는 진보적 태도로 연결된다. 신진대사가 활발하지 못해 에너지를 많이 만들어내지 못하는 실버세대는 자연스럽게 소극적이고 안정적 성향을 지니게 된다. 자연스럽게 현상유지의 보수적 태도를 지니기 쉽다. 두 번째는 남아있는 시간의 크기 차이 때문이다. 청년은 산 날보다 살 날이 많고, 실버세대는 앞으로 살 날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따라서 청년에게는 시행착오를 하더라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많고, 실버세대는 단 한 번의 시행착오로도 삶이 구렁텅이로 빠질 수 있다. 자연스럽게 청년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무엇인가를 만들어 나가고, 실버 세대는 지금까지 해 왔던 것을 마무리하고 지켜나가는데 관심을 둔다. 청년은 진보적, 실버세대는 보수적 입장을 취하기 쉽다.
마지막 다섯번째로는 종교적 성향이냐 또는 과학적 성향이냐가 보수와 진보를 가른다. 종교는 한 사회의 전통과 질서 및 사회관습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보수주의자 버크가 종교와 국가를 거의 동일시하면서 종교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바로 이런 종교의 특성에 근거해서다. 따라서 ‘전통과 묵은 질서의 사회관습과 무변동 따위를 옹호하는 사람들, 새로운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보수주의자라 할 때, 종교적 성향은 이런 보수주의로 연결되기 쉽다. 종교적 성향이라 할 때 그 대상이 반드시 신일 필요는 없다. ‘논리와 사실’이 아닌 ‘믿음’만으로 사람이나 개념 또는 다른 무엇인가를 절대시한다면 그런 태도 역시 종교적 성향이다. A. 토크빌은 ‘애국심은 때로는 종교적 열정의 자극을 받으며 그럼으로써 놀라운 노력을 이끌어낼 수 있기도 하다. 그것은 그 자체로서 일종의 종교이다. 그것은 이성적으로 사유하지 않으며 신념과 감정의 충동으로 행동한다. 어떤 나라들에서는 군주를 그 나라의 현신顯神으로 간주한다-중략-모든 본능적 감정들과 마찬가지로 이런 종류의 애국심은 일시적으로는 굉장한 노력을 불러일으키지만 계속적인 노력을 이끌어내지는 못한다. 이런 애국심은 위기에 국가를 구할지는 모르지만 평화 시에는 국가를 쇠망하게 하는 일도 흔하다’라고 말한다. 맹목적인 애국심이 바로 종교라는 이야기다. 배타적 민족주의(Nationalism)가 보수주의와 친연성을 갖게 되는 이유다. 그 극단이 극우로 표현되는 파시즘(Fascism)이다. 맹목적·배타적 민족주의에 현실의 물리력이 더해질 때 팽창적·공격적인 민족주의로 나타나는, 바로 그 파시즘이다.
에릭 홉스봄(1917-2012)은 ‘진보라는 세속적 이데올로기의 핵심이 된 것은 과학’이며, ‘진보, 즉 전통으로부터의 해방은 옛 신앙과 결별하고 이와 투쟁함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진보의 핵심이 과학이며 진보가 종교적 성향과는 대척점에 있다는 이야기다. 진보주의의 원조인 페인도 같은 입장이다. 페인은 ‘어떤 특정한 국가형태나 국가체제에 대해 갖는 편견은 이성과 반성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중략-편견을 갖는 것은 그것이 옳다는 신념에 입각한 것이다. 그 신념이 틀리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편견은 사라진다-중략-사람이 자신을 위해서만 생각하는 동안은 모든 게 편견이지 의견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성과 반성의 결과만이 의견이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든 그것을 논증하여 어떤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그 전에 그것을 논증할만한 어떤 사실, 원리, 자료가 확립되거나 인정되거나 부정돼야 한다’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첫 저서인 『상식』 서문에서 책 내용이 ‘이성과 원칙의 영향’ 아래에 있다는 것을 못 박아 강조하고 있다. 한마디로 페인의 태도는 ‘논리와 사실’을 중시하는 과학적 또는 이성적 태도이다. 그러고 보
면 진보주의에 영향을 미친 페인 이전 새로운 사상의 출발 자체가 과학적 사고다. 몽테스키외를 비롯한 백과전서파인 볼테르, 디드로의 계몽주의가 미국독립혁명과, 프랑스혁명이라는 사건에 영향을 미쳤고, 이 사건들을 역사의 발전, 인류의 발전으로 보는 데서 진보주의가 출발하기 때문이다. 마르크스가 자신의 『자본론 제2권』을 ‘과학’의 역사에 진화론이라는 신기원을 연 다윈에게 헌정하려 했던 것이나, 자신의 사회주의를 ‘과학적 사회주의’로 명명한 것도 어쩌면 우연이 아니다. 종교적 성향이 보수주의와 친연성을 갖듯이, 과학적 성향이 진보주의와 친연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부자가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진보를 자처할 때, 그것은 진실일까 거짓일까? 일단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 ‘잃을 것이 많은’ 사람이 진보, 즉 사회변화를 바란다는 것은 인간의 이기주의에 비추어 볼 때 자기모순이기 때문이다. ‘좌파의 깃발 아래서 선거에 이기면 재빨리 온건파로 옮겨 앉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와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잠깐의 눈속임일 수 있다.
물론 진실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 진실일까? 그것은 바로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행로의 연장선상에 있는 행동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알아볼 수 있다. 이익 추구나 성공보다 신념이나 사회적 정의를 우선하는 삶을 지속적으로 살아왔다면 이번에도 역시 그가 그럴 것이라고 사람들은 확신한다. 하지만 그런 이는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매우 드물다. 앞서 말한 생시몽, 로버트 오언, 푸리에, 엥겔스와 같이 의지가 매우 강한 소수의 사람들에 한정된다.
그렇다면 이런 몇몇 사람들의 그런 강한 의지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사람에 대한 애정, 자기이익을 벗어난 옳음 추구 그리고 논리와 사실을 추구하는 이성적 자세와 그것을 그대로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와 같은 것들에서 비롯된다. 즉, ‘개인의 기득권(소유재산)’보다 ‘인간에 대한 애정(성선설)’, ‘사회 정의 실현(제도에 대한 신뢰 문제)’, ‘이성적 삶과 실천(과학적 성향)’과 같은 요소들을 훨씬 더 크게 평가하는 데서다. 이른바 ‘강남 좌파’ 현상도 이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강남 좌파’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회 상류층이면서도 진보적 성향을 갖는 이들을 의미한다. 이들의 정치적 성향을 위선이거나 허위의식일 뿐이라고
비판한다면, 그것은 ‘개인의 기득권(소유 재산)’만이 한 사람의 정치성향을 독단으로 결정짓는다고 여기는 것이다. ‘개인의 기득권(소유 재산)’이 한 사람의 정치 성향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그것만이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한 몇 가지 요소들이 더 있다. ‘인간에 대한 애정(성선설)’, ‘사회 정의 실현(제도에 대한 신뢰 문제)’, ‘이성적 삶과 실천(과학적 성향)’과 같은 요소들을 ‘개인의 기득권(소유 재산)’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얼마든지 ‘자기 이익’에 반한 행동을 할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존경을 받는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은 ‘정치인의 생활은 그 나라의 평균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정치인들의 경제 수준이 일반 시민들과 비슷할 때 국민을 위한 정치가 더 잘 이뤄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정치인의 소유재산 크기가 그 정치인의 정치 성향 결정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출처: 신동기 著 『이 정도는 알아야 할 정치의 상식』 (2019, M31 刊) p4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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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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