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우리가 즐겨 여행하는 나라다. 풍광도 아름답고, 음식도 입에 맞아 여행의 재미가 쏠쏠하다. 거기에 그들의 커피까지 있다. 베트남은 세계 2위의 커피 생산국이다. 그러니 커피가 흔할 수 밖에 없고 개중에는 품질이 뛰어난 것도 있을 법 하다. 어느날 공방을 찾아온 두 여인이 있었다. 한 여인이 다가와 원두 봉투를 내밀며 말했다.
"베트남 여행할 때 이 커피를 마셨는데 무지하게 맛있었어요. 제가 가진 건물이 하나 있어 거기에 카페를 열고 이 커피를 팔고 싶은데 이 원두를 어떻게 구하죠?"
원두봉투에는 산지와 품종이 적혀있었다. 뜻밖에도 아라비카 품종이었다.
커피의 품종은 크게 아라비카와 카네포라의 둘로 나뉜다. 대략 60%를 차지하는 아라비카 품종은 고지대에서 자란다. 원산지로 알려져 있는 에티오피아 고원은 적도부근에 위치하지만 고도가 높아 서늘하다. 평균기온이 20도 정도 되고 밤에도 10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다. 그래서 아라비카 품종은 에티오피아, 케냐, 콜롬비아, 과테말라 등지의 고도가 높은 지역에서 재배된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아라비카 커피를 생산하는 브라질에서는 해발 600~1000 미터의 지역에서 재배된다. 고도가 높지 않은 땅에서 생장하기 때문에 품질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여 브라질산은 가격이 저렴하다. 그래서 인스턴트 커피나 에스프레소용 블렌딩의 베이스로 많이 쓰인다.
흔히 로부스타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카네포라 품종은 사하라 사막 이남의 중서부 지역이 원산지로 알려져 있다. 병충해에 강하며 단위면적당 수확량도 많은데 기후 요건이 아라비카 품종처럼 까다롭지 않아 고도가 낮은 지역에서 재배가 가능하다. 베트남이 최대 생산국이며 그외 브라질, 인도네시아, 인도, 우간다 등지에서 재배된다. 로부스타는 카페인 함량이 2.3%로 아라비카의 1.4%에 비해 두 배 가량 많으며 맛이 구수하고 바디감이 좋다. 반면에 풍미가 단조로워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다. 금년 5월 어느 날의 선물거래 기록을 보면 런던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카네포라는 7월 인도분의 가격이 톤당 3,432달러였는데 뉴욕C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아라비카는 7월 인도분 가격이 파운드당 2.33달러였다. 이를 톤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5,137달러니 로부스타보다 49.7% 비싼셈이다. 근래들어 로부스타의 가격이 급등하여 아라비카에 근접하는 수준이 되었지만 역사적으로 대략 아라비카 가격의 절반 이하에 거래되어 왔다.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커피의 95%이상이 로부스타 품종이어서 세계 커피시장, 특히 로부스타 커피 시장에 영향력이 크다. 금년의 로부스타 가격 급등도 베트남의 가뭄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가 주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베트남에서도 얼마 전부터 고도가 높은 지역에서 아라비카 품종의 재배를 추진해 왔는데 두 여인은 베트남을 여행하며 모처럼 베트남산 아라비카를 맛보았고 그 맛에 반해 원두를 구매했다. 그러나 그녀들이 들고 온 원두는 반할만한 맛의 커피가 아니었다. 뛰어난 향미가 없는 그저 평범한 커피였다. 산지를 여행하며 마시는 커피는 언제나 맛있다. 그녀들도 아마 그랬을 것이다.
https://www.chungnam.go.kr/cnportal/media/article/view.do?articleNo=MD0003019502&menuNo=500191&articleDivCd=0004&articleTypeCd=&articleSectNo2=&layerType=news&cityNo=&sdate=2023-10-11&edate=2024-10-11&searchCnd=0&searchWrd=&pageIndex=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