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이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대중화된 것은 6·25이후.월남한 이북사람들이 정착하면서 어엿하게 뿌리를 내리게 됐다. 이전에는 냉면의 주재료인 메밀을 한 겨울 먹었단다. 그래서 냉면은 세번 떨면서 먹는다는 말이 생겨났다. “먹으러 가면서 떨고,먹으면서 떨고,돌아가면서 떤다. ”
냉면은 크게 평양식과 함흥식으로 나뉜다. 보통 ‘물냉면’으로 부르는 평양식의 면발은 메밀과 전분을 섞어 면을 뽑는데 메밀이 70∼80%를 차지한다. 서울 장충동 평양면옥의 김대성(59)사장은 “옥쌀(메밀)은 끈기가 없는 탓에 전분을 섞어야 점성이 유지된다. ”며 “전분을 최소한으로 쓰면서 메밀 특유의 구수한 맛을 유지하는 것이 냉면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소고기의 사태와 양지머리 등을 고아낸 육수를 얼렸다가 면과 함께 띄워낸다. 무슨 맛인지 모를 정도로 밍밍하면서 시원하고 담백한 맛을 제일로 친다.
반면 ‘비빔면’으로 불리는 함흥식의 면은 쇠심줄처럼 질긴 듯 쫄깃하다. 고구마 전분이 많이 들어간 까닭이다. 양념장에다 동해에서 나는 가자미나 홍어 등을 얹어 먹는다. 매서운 겨울 삭풍을 이기려는 듯 맛이 강하다. 고기나 뼈를 곤 뜨거운 국물인 장국이 곁들여 나온다. 대체로 면발은 평양식보다 가늘고 색깔이 진하다. 남한이 원산지인 진주냉면도 아스라히 맥을 잇고 있다. 진주냉면은 메밀을 많이 쓰고 전분을 조금 섞어 만든 것으로 고기를 쓰지 않는다. 평양냉면이 무를 얇게 저며 올리는 반면,진주냉면은 1년 삭힌 배추김치를 다져 넣는다. 육수도 바지락·마른 홍합·마른 명태·표고버섯 등으로 만든다. 진주냉면의 신은자(39)씨는 “옛 기록에는 평양냉면에 버금가는 것이 진주냉면”이었다고 자랑했다.
냉면을 어떻게 먹으면 맛있을까?평양식의 경우 고명으로 얹어 나오는 삶은 계란을 먼저 먹어야 맛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을지면옥에서 소주를 따르던 한 할아버지는 “선주후면(先酒後麵)이야.”라며 끼어들었다. 주문한 냉면이 나오는 동안 반주를 곁들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씨는 “냉면을 고기와 메밀김치(무김치)를 싸서 먹어면 더 맛있다. ”고 소개했다. 냉면이 나오면 사발째 육수를 들이켜는 사람도 있다. 면이 길고 질기다고 자르지 말라고도 한다. 하지만 김씨는 “냉면 먹는 법이 어딨어.식성대로 먹으면 되지.”라고 잘랐다.
평양식 냉면에 식초와 겨자를 넣는 것도 이유가 있다. 식초는 살균작용을 하면서 시원한 맛을 더욱 강조해준다. 홀리데이인서울의 한식당 이원의 김창수(57) 조리장은 “겨자는 입맛을 상큼하게 하고 메밀의 찬 기운을 중화하는 역할을 한다. ”고 말했다. 이런 냉면도 젊은 세대들의 다양한 입맛에 맞춰 진화하고 있다. 컬러냉면,과일냉면,야콘냉면,녹차냉면 등이 대표적이다. 요즘에는 냉면 제품도 많이 나와 집에서도 만들어 먹을 수 있게 됐다. 김 조리장은 “마른 면을 삶을 때는 살짝 끓여서 곧바로 꺼내 얼음물에 헹궈야 면이 엉키지 않고 쫄깃해진다. ”고 말했다.
청계3가로 가는 길목의 오른쪽 중간쯤에 있는 을지면옥(2266-7052)은 실향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평양식 냉면 전문점이다. 자리에 앉으면 냉면을 삶은 온수를 내온다. 뭐라고 꼬집을 수 없는 알듯 말듯한 맛이다. 그러나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메밀 향이 전해온다. 온수에 간장 몇방울을 타서 마시면 냉면 마니아처럼 보일 것이다. 넓은 주방에서 매일 직접 메밀을 빻아 즉석에서 면발을 뽑아 삶아낸다. 메밀 특유의 향이 더욱 살아있다.
을지면옥의 특징은 면발이 가늘면서 길다. 부드러운 면발이 뚝뚝 끊긴다. 말끔한 육수에 파를 송송 썰어 넣고,고춧가루·깨를 솔솔 뿌렸다. 삶은 계란 반개와 잘 익은 소고기 수육도 몇 점보인다. 자극이 전혀 없으면서 개운한 맛이 난다. 냉면은 6500원이다. 적잖은 양이지만 사리(3500원)도 추가할 수 있다.
을밀대(717-1922서울 마포구 염리동사무소 옆
을밀대(717-1922)는 굵은 면발과 살얼음 육수로 유명한 냉면 전문점이다. 을밀대의 면발은 다른 집보다 배 정도 굵다. 얼핏보면 불은 것처럼 보이지만 한입 가득 먹어보면 졸깃하면서 툭툭 끊어지는 게 별미다.
육수를 만들 때 소고기 양지와 사골을 함께 고아낸다. 색깔이 짙고 맛이 깊으면서도 감칠 맛이 난다. 육수를 얼려 살얼음이 동동 떠 여름 더위를 식히기에 딱 좋다. 비빔냉면도 면발이 굵은 것이 특징.냉면용 무김치 대신 배추김치를 낸다. 상호는 평양 최고의 누정인 ‘을밀대’에서 땄다. 물·비빔·회냉면이 모두 6000원이고,사리는 2000원이다.
평양면옥(2263-7784) 장충동 1가 경동교회 맞은편
평양면옥(2263-7784)은 정통 평양식 맛을 추구하는 냉면집이다. 평양에서 대동면옥이란 냉면집을 하다가 월남한 변정숙 할머니의 아들 김대성(59)씨가 운영한다. 얼려낸 육수는 맛이 밍밍하면서 담백하다. 기름기가 모두 제거된 육수는 담백하다. 1층 방앗간에서 직접 빻아 쓰는 면발이 구수하면서도 약간 거칠다. 드물게도 꿩냉면(7500원)도 한다. 안세병원 뒤쪽에 분점(549-5500)도 냈다. 냉면·비빔냉면 6500원,사리 4000원.
평양식 냉면만큼이나 유명세를 타는 것이 함흥식 냉면이다. 질긴 면발,매콤·새콤·달콤한 양념,뜨거운 육수.이런 삼박자를 갖춘 함흥 냉면은 오장동에 몰려있다. 대표적인 함흥냉면(2267-9500)은 가느다란 면발이 부드러우면서도 고무줄처럼 질기다. 맛은 여성스럽고 양이 좀 적다. 간재미 회를 쓰는 회냉면(5500원)이 달콤하면서 매운 맛이 일품이다. 물냉면·비빔냉면 모두 5500원,사리는 2500원.인근의 흥남집(2266-0735)은 면발이 덜 세련된 느낌이다. 투박하면서 거칠어 남성스럽다. 기호에 따라 참기름과 양념장을 넣고 비벼 먹는 것이 제 맛이다. 회냉면·비빔냉면이 5500원씩이다.
첫댓글 스르릅~~~~~군침삼키고 있습니다. 저녁전이라....비빔냉면 먹고싶다.
오늘 점심 비빔냉면 먹었음.
오늘 산토피아 뒷풀이를 을밀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