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교차로 보고 일요일 산행 계획을 세워 이번 일요일에는 러셀 산악회에서 가는 한북정맥 복주산 회목봉을 가리라고 결심하였지요. 마침 러셀 산악회도 한번 따라가 볼 만하겠다 싶기도하고 산도 물어보니 네댓 시간 정도라 알맞을 것으로 생각되어서지요. 그런데 요즘은 술을 조금만 마시면 며칠을 앓는 것 같은 증상이 있어서 이번 토요일에 그렇게 과음을 한 것 같지는 않은데 일요일 아침 일어나기가 그렇게 싫었습니다. 그러나 습관대로 7시 이전에 아침밥 먹고 다시 누웠다가 9시 좀 넘어 도저히 산엘 가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 집사람을 같이 가자 꾀어 10시반에 집을 나서 과천 시청에 차 두고 11시 15분쯤 관악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집사람은 계곡으로 오르고 나는 오른쪽 능선으로 올랐는데 해는 나지 않고 구름이 잔뜩 끼어 등산에 좋은 날씨였습니다만 바람도 불지 않고 습도가 높아서인지 땀이 몹시 나서 바지까지 땀으로 젖었습니다. 하긴 남들은 그렇게까지 땀을 흘리지 않고 연주대 밑 막걸리 파는 아저씨까지 웬 땀을 그렇게 흘리느냐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아 이제 나도 정말 갔구나 싶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의 산행 패턴도 심상치 않아 보였습니다. 서현에 있으면서 관악산을 날아 다니다시피 할 때는 한달에 관악산을 두세번 가고 한달 적어도 두달에 한번은 북한산에 갔는데 이제는 광교산을 몇번 가고 옛날에 북한산 가듯이 관악산을 가고 있는 나를 보는 겁니다. 아 옛날이여. 무지하게 땀흘리고 녹초가 되어 산을 내려와 구세군 위 약수터에 갔더니 약수터는 폐쇄되고 없어서 간신히 발만 담그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