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은 비가 오지 않는다는 일기 예보를 믿고
금요일 밤 늦게 종자골로 왔건만
이른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양자산 정상부터 비구름으로 온통 가리워져 있으니
비는 하루종일 내내 내릴 모양세다
할 일은 언제나처럼 쌓여있는데 일단은 느긋한
아침잠으로 비가 그치기를 은근히 기대해본다
언제나 새벽부터 시작된 일은 아침밥 시간을 훨씬 넘기고서야
억지로 일에서 벗어나 깔깔해진 입맛으로 아침밥을 먹고는 했는데
오늘은 달콤하게 아침잠을 충분히 즐기고 그리고도 느릿느릿
커피까지 마셔가며 여유만만이니 이런날도 가끔은 필요하지 싶다
요즈음 일기예보는 어찌된 영문인지 도통 맞지를 않는다
청개구리만도 못한 관상대 같으니라구!
청개구리가 울면 꼭꼭 비가 내리는데 .
청개구리를 한 항아리 잡아다가 옆에다 놓아두고
청개구리 울음에 맞추어 일기예보를 하는 방법을
알려주어야 하려나?
문명이 발달할수록 공기층은 질서를 잃어간다
도시의 건물들이 뿜어내는 온실 가스가 주범이라니
태양이나 바람을 이용한 에너지를 늘려가는게 최상책임을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이제는 그 뒤죽박죽이 된 공기층의 변화를 읽어내는
인간의 꾀가 탄생되어질 차례가 된 것일까?
점점 더 미궁으로 빠져드는 기분이 든다
기다리다 못해서 우리는 우비를 갖춰입고 장화를 신고
중무장을 하고 일거리 앞으로 전진했다
태풍이 온다니 우선 바람에 잘 쓰러지는 백일홍들을
묶어주고 울타리를 쳐 준다
씨앗을 심어 싹을 틔워서 자라게 하는 일도 소중하지만
잘 피고 있는 백일홍 꽃가지들을 태풍으로 눞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수십개의 가지를 뻗고서 산발을 하고 서 있는
복숭아 나무를 청솔님이 전정에 나섰다
서너개의 가지면 충분한데 종자골 복숭아 나무는
더부룩하게 키도 크고 가지도 많아서 답답하고
구실을 못하게 자라나고 있다
복숭아는 3년을 묵은 가지에 열린단다
그것도 모르고 우리는 올봄에 꽃이 피지 않는
복숭아 나무를 얼마나 원망했던가
홀가분해진 복숭아 나무를 보니 답답했던 내 가슴이
오히려 후련해진다
'남아있는 가지로 영양분을 골고루 분배해서
내년 후년에는 화려한 복사꽃도 피워주고 달콤한 복숭아도 열게 하렴'
서당깨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지만 농사일 오년인 청솔님은
하루하루 농사 공부까지 깊어지니 몇년뒤면
서당선생까지 하게 될 듯 싶다
나야말로 청솔님 슬하에서 줏어들은 지식들로 풍월을 읊게 될 듯하니
이번에는 서당선생과 제자의 관계가 되는 셈 아닌가?
스승님! 큰 절 올립니다. 잘 봐 주시어요잉!
비가 내리니 햇볕으로 무더운 날씨보다 일하기가 한결 수월하다
이렇게 비에 흠뻑 젖어 본 일이 언제였을까?
어린 시절을 빼면 딱 한번 기억이 난다
직장에서 일을 끝내고 집으로 향하는 버쓰를 탔는데
소나기가 퍼붓듯이 내렸다
그때는 핸드폰이 있던 시절도 아니고 집으로 연락할 방법이 없으니
용감하게 그냥 빗속을 걸어가는 방법 말고 또 무엇이 있겠는가
처음에는 축축하게 젖어오는게 기분 나쁘다가 완전히 젖어버리니
오히려 시원하고 홀가분해지는 그 상쾌함을 어디다 비유할까?
지금도 그렇다
내리는 비를 온 몸으로 만끽하는 이 자유로움과 편안함-
상추 가지 고추 호박 토마토를 따서 한 바구니를 채운다
비와 땀으로 뒤범벅이된 뒤 샤워를 하고 뜨끈한 방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보라
노동 후의 피곤함으로 무거워진 몸둥이가 얼마나 행복해하는지 모른다
밖에서 내리는 빗소리는 정겨운 음악소리로 느긋하게 들려온다
심장소리도 맥박소리도 멈춘듯한 고요가 내 몸을 잠식해 들어올때의
그 나른함이 좋다
한 숨 청해 볼까?
평화로운 종자골!
그곳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