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환희가 넘치는 축복의 땅
환희와 정렬이 넘치는 땅 에스파냐
<과디아나 강( Rio Guadiana)>의 멋진 다리를 건너서 에스파냐 땅에 들어섰다. 이베리아 반도의 기행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 된다고 할 수 있다. 이베리아 반도는 곧 에스파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에스파냐는 이베리아 반도의 전부요 首將의 지위에 있다.
에스파냐는 유럽 여러 나라와 다른 독특한 특징을 가진 나라이다. 유럽보다는 북아프리카의 풍토를 닮아 보이는 곳이다. 피레네 산맥의 장벽을 경계로 서북 유럽 대부분의 나라와 달리 기후와 풍광이 각양각색이며 변화무상하기 이를 데 없다. 에스파냐는 기본적으로 작열하는 태양과 서늘한 그늘이 병존하는 땅이다. 강한 햇빛을 받고 사는 이곳 사람들의 모습은 나이보다 늙어 보이고 얼굴에 깊은 주름의 골이 패어 있다.
작열하는 태양과 서늘한 그늘이 병존하는 땅
북서부에 위치한 갈리시아 지방은 대서양에 면한 해양기후에 영향을 받아 반도에서는 가장 강수량이 풍부하여 구릉지가 푸른 녹음으로 덥혀 있다. 북쪽의 피레네 산록 지대는 목가적인 산간마을들이 스위스의 고산지대 정취를 닮아 보인다. 이베리아 반도의 2/3를 차지하고 있는 중앙 메세타(meseta:고원)지대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평균고도 600m에 이르는 고지대로 태양빛이 눈이 부시도록 강렬하다. 여름철에는 치솟는 고온이 겨울에는 곤두박질쳐 변덕스러운 기후 때문에 가도 가도 사람이나 마을이 없는 황량한 땅이다. 지중해에 면한 코스타(costa: 해안, 해변)지역은 하늘의 특혜를 받은 매력적인 땅으로 ‘유럽 최고의 기후’를 찾아 세계 곳곳에서 은퇴한 노부부들이 찾아와 노년을 보내는 지상의 낙원이다. 남부의 알메리아 지역은 메마른 산악지형으로 사막이나 달 표면 같은 풍경이 영화‘마카로니 웨스턴’을 촬영한 주 무대이다. 최남단 안달루시아 지방은 작열하는 태양과 짙은 녹음을 만끽할 수 있는 스페인 이미지에 가장 적합한 땅이다. 눈 덮인 시에라네바다 산맥인 스페인 최고봉을 끌어안고 있고 거대한 과달키비르 강 유역에는 비옥한 목초지가 펼쳐져 있어 북아프리카에서 건너온 무어 인들이 오랫동안 지배해 온 곳이다.
메마르고 황량한 땅에 끝도 없이 이어지는 올리브의 바다
에스파냐는 우리나라의 2.5배에 해당하는 약 50만 6천 제곱 킬로미터(유럽대륙에서 프랑스 다음으로 큰 나라)의 땅에 4천여 만 명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이들이 살고 있는 千態萬象의 땅 모양만큼이나 에스파냐 인들은 다양하고 흥미로운 문화를 지니고 살아간다. 이들의 문화는 유럽보다는 남미나 북아프리카의 분위기가 짙게 풍겨 나온다. 유럽의 고상함보다는 정열적이고 엉뚱한 돈키호테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에스파냐는 뿌리 깊은 전통위에 강렬한 개성을 덧칠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땅이다. 그들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榮辱을 다 겪어온 민족이기에 파란만장한 역사 속에서 독특한 사회와 문화를 유지해 왔다
뿌리깊은 전통위에 강렬한 개성이 덧칠된 나라
에스파냐는 천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자그마한 낚시터가 있는 한가하고 조용한 시골마을을 만났다 싶으면 어느 사이엔가 현대적인 고층 빌딩과 무질서한 주택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대도시가 펼쳐지고, 고풍스럽고 중후한 거성들과 장중하고 거대한 카테드랄과 알카사르 요새가 버티고 있는 중세풍의 성곽도시가 나타난다. 내륙으로 들어가면 해안의 모습과는 판이한 시골마을에 전통적인 생활모습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고결함과 놀라운 문화적 일체감 등 각 지역마다 독특한 개성을 유지하며 살아간다. 고도로 발달한 대도시가 수두룩하지만 아직도 에스파냐는 여전히 시골풍경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종교가 지배하는 나라
에스파냐 사람들 대부분이 가톨릭을 신봉하는 나라이다. 세계최고의 가톨릭 국가답게 에스파냐 사람들에게 종교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함께 한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들의 삶은 가톨릭과 밀착되어‘첫영성체의식’에서부터 시작하여‘수호성인의식’,‘결혼식’,‘장례식' 등 심지어는 가장 사적 영역이라고 할 침실 까지도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할 만큼 전 생애를 종교와 어우러진 삶을 살아가고 있다. 스페인 사람들은 예수의 수난기간인 ‘聖週間’과 부활절은 크리스마스 보다 더 중요시하고 장엄한 종교의식을 펼친다고 한다. 그 까닭은 善이 惡을 이겨낸 축복이 넘치는 날이기 때문이다. 성주간에는 마을 사제들이 집집마다 찾아가 축복을 내리고 감사를 나누게 되며, 만일 신자가 아니라고 이를 거부하면 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스페인의 종교의식에는 예수보다 성모 마리아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국 어디를 가나 교회에는 성모 마리아 조각상과 聖遺物이 숭배의 대상이며 대부분 걸작 예술품으로 가득 차 있어 하나의 박물관 이라 할 수 있다.
자존심이 강하며 정중하고 예의 바른 사람들
에스파냐 사람들은 생활 속에서 매너와 예의를 더없이 소중하게 여긴다고 한다. 그들은 천성적으로 정중하며 예의를 잘 지키는 사람들이다. 정부 부서나 기업체를 방문할 때에는 반드시 정장을 해야 하며, 길거리에서 오토바이를 탈 때에도 정장을 하고, 한 여름에도 여성은 어깨 끈이 없는 상의를, 남자는 칼라 없는 티셔츠를 입지 않으며, 해안 휴양지에서 비키니 차림으로 슈퍼마켓을 출입할 수 없다고 한다. 그들은 자존심이 매우 강하여 ‘명예를 건드리는 자는 죽음을 각오하라’할 만큼 명예를 소중하게 여기고 모욕을 당하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자기들의 관습에 대해 면전에서 비판을 하면 즉시 얼굴빛이 변해버린다고 한다. ‘스페인에서는 스페인 사람들이 하는 대로’가 이들을 찾아온 이방인들이 지켜야 할 좌우명이다.
개인주의가 강하나 사교적인 사람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당신은 누구요?” 하고 물으면 “ 나는 한국 사람이요” 라고 대답하고, “고향이 어디요?”라고 물어야 비로소“ 나의 고향은 부산이요.”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스페인 사람들은 바로“나는 발렌시아 사람이요”라고 자기가 태어난 고향이나 살고 있는 곳을 일러준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이웃동네에서 찾아온 사람조차도 ‘프라스테로(folastero)’즉‘이방인'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는 이들이 민족이나 국가보다 출신지역을, 전체보다 개인을 중요시 하는 극도의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민족임을 알 수 있다.
에스파냐 인들은 이토록 개인주의적 사고가 강하면서도 사교적인 생활을 하는 절묘한 이중적 사고와 행동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들은 기회만 있으면 함께 모여 대화를 나누며 어울려 놀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에스파냐에서는 광장 문화가 발달하였고 놀이 축제들이 다양하게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사교적이되 초대에는 인색한 사람들이다. 자기 집에 사람을 초대하거나 손님을 맞이하는 경우가 드물고 주로 외부의 바르, 카페, 레스토랑 등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접대를 하는 것이 생활화 되어 있어 외식문화가 발달하였다고 한다.
일년내내 축제가 이어지는 환희의 나라(황소달리기 축제)
에스파냐는 환희의 땅이다. 그곳에서는 일 년 내내 축제가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황소 달리기, 투우, 화려한 불꽃놀이, 토마토 축제 등 다양한 시가 행렬, 흥겹게 이어지는 춤과 음악의 향연, 그 속에서 그들은 삶의 기쁨과 환희를 느끼며 살아간다. 낙천적인 에스파냐 인들은 각가지 이유를 달아서 축제 페스티벌인 '파에스타(fiesta)'를 즐긴다. 어디에서나 남녀노소 모두가 가장 멋지고 예쁜 옷을 차려 입고 축제에 참가해 미친 듯이 온갖 노래와 춤을 추며 퍼레이드를 벌인다. 그뿐이랴 ‘파에스타’에서는 온갖 음식 솜씨를 뽐내며 웃음이 가득한 속에서 먹고 마시며, 온 도시 온 마을이 떠나갈 것 같이 시끄럽게 환호하면서 요란하게 축제를 즐긴다. 에스파냐 인들은 천성적으로 시끄럽게 큰소리로 이야기하며 웃고 노래하는 낙천적인 민족이다.
온갖 노래와 춤으로 축제를 즐기는 낙천적인 사람들
에스파냐를 여행한 사람 중에 이런 경험을 하였다는 일화가 있다. 수도 마드리드 국제공항에 내려 지나가는 노인에게 “스페인 관광 지도를 어디에서 구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 늙은 영감이 마치 하이에나를 닮은 미소를 지으며 “에스파냐 지도는 있어도 스페인 지도는 이곳은 물론 이 땅 어디에서도 본적이 없다.”라고 대꾸하여 더 이상 봉변을 당하지 않으려고 ‘스페인’이란 말을 휴지통에 던져버리고‘에스파냐’만을 손에 들고 다녔다고 한다. 이 일화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그들은 자신들의 나라를 ‘스페인’이 아닌 ‘에스파냐’로 부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오늘날 유럽에서 후진국으로 대우를 받는 ‘스페인’보다 15, 6세기에 걸친 최대의 황금기였던 ‘태양이 지지 않는 대제국’<에스파냐 제국>의 영화와 향수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의미이다. 지금은 비록 유럽 사람들로부터 후진국 대우를 받고 있지만 그들은‘스페니쉬’가 아닌 ‘에스파냐 인’으로서의 자긍심을 잃지 않고 서서히 옛날의 영광을 되찾아 가고 있다.
에스파냐 제국의 영광을 꿈꾸며 살아가는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