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www.tourdemonde.com/fsboard/fsboard.asp?id=MAGAZINE&mode=view&idx=1941&ctgrstr=OUTFIELD&page=20
어떤 연인들의 고원
Da Lat in Vietnam
달랏이라는 도시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당신은 베트남에 대해, 다시 말해야겠다, 당신은 로맨스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다. 달랏은 연인들의 특별한 사랑을 위해 태어난 도시, 아름다움을 고립시키기 위해 산허리에 기대어 있는 도시다. 산간 지방에 피어난 작은 프랑스가 거기에 있고 랏(Lat) 족의 젖줄을 따라 차곡차곡, 유럽의 낭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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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늘 제주를 소망하듯 베트남 사람들은 달랏으로 떠나기를 꿈꾼다. 덥고 습한 기후에 지쳐 있는 사람들에게 달랏은 사시사철 선선하고 청명한 날씨를 선물한다. 그래서 내국인에게 다른 어떤 도시보다 인기가 많다. 연간 30만 명의 베트남 사람들이 로맨틱한 허니문을 위해 이 도시에 찾아온다. 외부인이 쉽게 출입할 수 없는 고산 지대.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동그라미 안에는 휴양객들이 원하는 모든 것들이 모여 있다. 드넓은 호수, 작은 강줄기, 시원한 폭포, 이국적인 호텔, 파스텔 빛의 목조 건물, 베란다마다 널린 일상들, 물건보다 수다가 더 많은 시장까지. 해발 1,475미터 고산 지대의 지리적 특성상 휴양지로 완성되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들이 필요했을 테지만 도시를 떠날 때쯤 당신은, 이 땅을 발견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렇게 만들고자 했을 거라는 깊은 공감을 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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랏의 강에 기록된 시대의 낭만들
1893년, 달랏은 고산지대의 기후와 지리적 특성을 연구한 루이스 파스퇴르 박사에 의해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는 연구 결과 달랏의 고도와 도처에 널린 적토가 커피와 꽃을 키우는 데 최적임을 깨달았다. 연구는 이 고원이 하나의 상업도시로 발전하는 데 필요한 초석을 마련했다. 이후 프랑스인 알렉산더 에르신에 의해 외부에 알려졌다. 1905년부터 1915년까지 프랑스인들이 적극 참여해 캄리강(Cam Ly river, 지금의 쑤언흐엉 호수 Xuan Huong Lake)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정비를 했고, 호치민으로 통하는 길을 닦은 1915년까지 아주 천천히 발전했다.
당시 고산족인 랏(Lat) 족이 이 지역에 살고 있었고 도시에 큰 강(Da)이 흐르고 있어 ‘랏 사람들의 강’이라는 뜻으로 지금의 이름이 붙었다. 그리고 여전히 이곳에는 커다란 강이 흐르고 여전히 고산족들이 까만 얼굴과 마른 몸매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휴양의 타입을 선택하는 것은 온전히 휴양객의 선택인 건 자명하나 추천컨대 이곳에서 당신은 화려한 휴양객보다 소박한 이웃이 되길 바란다. 프랑스의 19세기풍 낭만을 확인하기 위해 달랏을 여행한 한 젊은 프랑스인은 ‘달랏에서 액세서리를 할 때는 커다란 진주보다 작은 금장식을 하리라’고 표현했다. 기자는 그녀가 낭만을 아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어떤 도시는 화려함이 생명이고 어떤 도시는 옛스러움이 강점이다. 그에 반해 이 달랏이라는 도시는 작은 보석만이 가지는 소박한 반짝임이 생명이다. 랏 족의 후예들은 여전히 랏 족답게 살아가고, 당시 프랑스인들이 만든 유럽식 목조 건물과 르네상스 시대에나 만날 법한 고풍스러운 호텔들은 여전히 그 시대의 낭만과 예절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가 그 모든 분위기를 수용한 이웃이 될 때 프랑스가 이 도시에 기록해 둔 시대의 낭만과 베트남 고산족들의 맑은 눈빛을 가감 없이 느끼고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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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구경거리의 세계
휴양지라지만 일년 내내 가을 날씨를 가진 탓에 달랏에서는 수영이나 태닝을 기대할 수 없다. 쌀쌀해 봐야 베트남이라고? 남부 지역에서 달랏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은 혹시나 몰라 챙긴 긴 팔 가디건이 꽤 무겁게 느껴질 지도 모른다. 그러나 달랏에 사는 대부분의 주민들은 스웨터나 점퍼를 입고 다닌다. 그 때문에 달랏에 들어서면 갑작스러운 시간의 이동, 계절의 이동을 경험하게 된다.
자, 이제 여기에서 뭘 하면 좋을까. 우선 달랏까지의 길들을 충분히 즐긴다. 호치민에서 차로 6시간, 나트랑에서는 5시간이 걸리는 먼 길. 고불고불하고 질퍽한 산길을 달리며 고산지대에서 산들의 정수리를 내려다 보거나 구름을 헤치며 나아가는 경험. 그 때부터 이미 왜 그 많은 연인들이 방문하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시내에 도착한 뒤에는 시장에 간다. 꽃과 음식이 널린 시장은 시내의 중심가에 있으면서 상당히 옛스럽다. 프랑스 사람들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인정했다는 ‘베트남 바게트’도 이 시장에서 맛볼 수 있다. 연인과 함께라면 고산족들이 다소 촌스럽게 꾸민 꽃을 몇 송이 사도 좋겠다. 지난 7월까지 7,000만 불을 해외에 수출하고 2009년 한 해 수출 목표만 9억 송이라는 ‘달랏표 꽃’이니 한 번쯤 사볼 만도 하다. 이후에는 ‘닭성당’이나 베트남의 마지막 왕인 ‘바오다이의 여름 별장’을 방문한다. 특히 성당 꼭대기에 닭 모형이 달려 있어 흔히 닭성당이라 부르는 달랏 성당은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어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여행지다. 1931년부터 1942년까지 지어졌으며, 일요일에는 오후 3시 40분과 6시에 미사를 드릴 수 있다. 이 밖에 ‘사랑의 계곡’, ‘프렌폭포’, ‘쑤언흐엉호수’, ‘크레이지하우스’ 등이 더 있다. 도시를 모두 도는 데 2시간이 채 걸리지 않고 도심에서 약간 벗어난 교외로 가는 데도 30분 정도면 가능하니 도처에 널린 볼거리들을 천천히 구경하자.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1Q84’의 첫 장을 넘기면 이런 싯구가 나온다. ‘여기는 구경거리의 세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다 꾸며낸 것/ 하지만 네가 나를 믿어준다면 모두 다 진짜가 될 거야.’ 달랏 역시 구경거리의 세계. 프랑스인들이 떠난 지금, 유럽풍 도시에 고산족이 살아가고 있는 이 도시에서 이국적인 낭만을 논한다는 것이 어쩌면 과거의 영광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낭만을 믿는다면 모두 다 당신의 것이 될 것이다.
General
시차 한국보다 2시간 늦다.
교통 인천에서 호치민까지 비행기로 다섯 시간 정도 걸린다. 거기서 국내선을 타고 50분 정도면 달랏공항에 닿을 수 있다. 고산지대의 평온함을 느끼고 싶다면 차로 이동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거리상으로는 300킬로미터 정도 되지만 울퉁불퉁한 산길을 천천히 돌아가기 때문에 5~6간 정도 소요된다.
언어 베트남어가 중심이다. 영어나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지만 간단한 베트남어는 알아가는 것이 좋다.
화폐 베트남 동(VND)을 사용한다. 대부분의 곳에서 미화가 통용되므로 먼저 달러로 바꿔가는 것이 좋다. 현재 1달러는 약 18,000동이다.
Sightseeing
사랑의 계곡(The Valley of Love, Thung Lung Tinh Yeu)
달랏에서 가장 유명한 소풍지다. 작은 언덕을 올라가면 오리배나 모터보트를 탈 수 있는 슬로프와 드넓은 호수가 드러난다. 녹빛 호수는 잔잔하고 청정해서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애용된다. 입장료 15,000동.
XQ 자수마을(XQ Village)
사랑의 계곡 근처에는 베트남에서 가장 유명한 자수 회사 XQ에서 만든 자수마을이 있다. 회사에서 양성 중인 자수 디자이너들의 작품 활동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작은 연못과 정원, 중국풍 건물들이 인상적이다. 실험적인 자수 작품을 전시해둔 갤러리와 숍 등이 있다.
크레이지하우스(Crazy House)
베트남의 독특한 건축가가 설계하고 운영 중인 괴상한 집. 1980년대에 부통령의 친 딸이기도 한 이 건축가는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에 경종을 울리고자 음침하고 기괴한 모습으로 완성했다고. 현재도 증축 중이며, 원하면 투숙도 가능하다. 입장료 12,000동.
프렌폭포(Prenn Waterfall)
도심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작은 폭포.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밀림에 들어간 듯 자연의 신비로움이 펼쳐진다. 폭포 안 쪽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으며 낮은 케이블카로 폭포 앞을 가로지르며 관광하는 것도 재미있을 듯. 입장료 15,000동. 케이블카(편도) 10,000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