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가는 길이 온통 단풍길이다.
눈부신 가을의 한 가운데,
오늘은 성령강림절 후 스무번째주일이자 종교개혁주일.
목사님이 주시는 말씀은 '메주 교회(엡4:1~4. 13~16)'이다.
키에르케고르는
"예수님은 물을 포도주로 바꾸었지만
교회는 포도주를 물로 바꾸는 더 엄청난 일을 했다."고 했다.
한 신학자는 이 말을 이어
"현대교회는 포도주를 담았던 항아리마저 깨버리고
그 깨진 항아리 조각으로 서로 찌르며 괴롭히고 있다."고 한다
지난 한 세기 동안 크게 성장한 한국교회는
1995년에 정점을 이룬 후 양적 성장이 멈추었다.
사회적인 영향력과 신뢰도도 추락하고
세상을 변화시켜야 할 교회가 외려 세상의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초대교회는 성도수는 적었지만 강력한 영향력과 지도력이 있었다.
삼일운동을 주도하고
만세운동을 지방으로 확산시키는 결정적인 역할도 하였다.
민족의 역사를 이끌어가는 이러한 생명력을
현대교회는 상실해 버렸다.
맛있는 포도주가 맹물로 변하고
깨진 항아리 조각으로 서로를 괴롭히는 모임으로 전락한 교회,
경건의 모양만 있고 능력은 상실한 교회,
많은 성도들은 신앙의 감격을 상실하고
교회생활에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
예수님은 좋지만 교회는 싫다며 젊은이들은 교회를 떠나고 있다.
오늘은 종교개혁주일로
루터가 1517년 10월 31일에 종교개혁을 한 지 494년이 되는 날이다.
교회는 교회 스스로를 끊임없이 개혁해야 한다.
교회를 교회 되게 하고
교회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대형교회, 메가 처치 (Mega Church)를 추구해왔지만
이제 '메타 처치(Meta Church)'로 전환해야 한다.
'메타'는 '돌아선다, 변화한다'는 뜻으로
변하고 돌아서고 개혁하고 회복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양적인 성장을 넘어 질적인 성장을 추구하여야 한다.
건강하고 생명력 넘치는 교회가 되어
자연스럽게 내실 있게 성장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메타 처치로 전환하기 위해선 메주 교회가 되어야 한다.
메주는 딱딱한 개별의 콩이
불려지고 삶기고 으깨져서 개별의 형체가 없어지고
끈적끈적한 물질로 연결되고 섞이면서
한 덩어리로 뭉쳐져 발효된 것이다.
메주 교회란 메주처럼 각자의 자아가 부인되고
우리 각자 속에 있는 그리스도가 우러나오고 연결되어
그리스도만 충만하게 보이는 교회이다.
개인의 형체는 사라지고
잘 난 사람 못 난 사람 모두 함께 으깨져서
딱딱한 콩이 사라지고 어떤 개인이 주장되지 않고
오직 그리스도만 충만하게 드러나는 교회이다.
현 한국교회는 메주 교회라기보다는 콩자루 교회인 것 같다.
교회라는 자루에 딱딱한 콩들이 그냥 같이 담겨 있을 뿐,
함께 모여 예배드리지만
자루를 쏟으면 콩이 사방으로 흩어지듯이
예배가 끝나면 좍 흩어져서 제각기 굴러가버리는 그런 모습이다.
한국교회의 문제점 중의 하나는 지나친 개인주의 신앙이다.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는 것은 분명 개인의 몫이니
예수님과 나 개인의 관계가 중요하지만.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가 없는 개인만의 신앙은
온전한 성경적 신앙이 아니다.
"우리가 다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것과
아는 일에 하나가 되어 온전한 사람을 이루어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 데까지 이르리니(엡 4;13)"
온전한 사람을 이룬다는 것은
우리 각자가 저마다 온전한 사람이 된다는 뜻이 아니라
함께 한 몸을 이루어 온전한 그리스도의 몸이 된다는 뜻이다.
성령의 하나 되게 하심을 힘써 지키기 위해서,
온전한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기 위해서
메주 교회가 되어야 한다.
교회는 예배와 구역이라는 두 날개로 난다.
함께 모여 예배 드리며 받은 은혜로 우리 삶이 변화되려면
작은 모임인 구역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
구역 모임을 통해 말씀을 나누고 사랑을 나누고 삶을 나눌 때
콩자루 교회는 메주 교회가 된다.
좋은 메주 교회가 되려면
자아로 무장한 딱딱한 성도가 함께 어우러져
하나님의 말씀과 예수님의 사랑에푹 빠져야 한다.
말씀충만, 사랑충만, 성령충만한 가마솥에서 푹 익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 각자의 옛사람이 두들겨 맞아 죽어야 한다.
고집, 탐욕, 이기심, 교만, 착각, 옛습관, 낡은 가치관이
교회생활이라는 절구통에서 으깨져야 한다.
성령님 공이에 두들겨 맞아 짓이겨지고 으깨져서
딱딱한 자아가 해체되어야 한다.
성도들이 서로 부딪히고 부대끼고 아파하며 눈물 흘리며
엉기고 비벼져야 한다.
"모든 겸손과 온유로 하고 오래 참음으로
사랑 가운데서 서로 용납하고...(엡 4:2)"
그리스도로 충만한 메주 교회를 통하여
세상 사람들은 맛있는 그리스도를 맛볼 수 있다.
메주 교회는 세상 악한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며,
그리스도를 능력있게 증거하고
세상에 희망을 주는 생명력 넘치는 교회이다.
교회의 머리 되신 예수님 뜻에 순종하여 나 자신을 내려놓는다면
우리 교회는 메주 교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메주 교회로 성숙 성장 부흥하여
한민족 교회의 모범과 희망이 되어야 할 것이다.
메타 처치로 변화되어
세상을 복음으로 변화시키는 교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2011, 10, 30. 가을품에 안긴 우리 과천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