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발디의 돌출행동
세계적인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비발디가 스트라디바리우스로 연주를 하는 날이었다.
그날 저녁 콘서트홀은 그야말로 초만원을 이루었다.
왜냐하면 스트라디바리우스라고 하면 세상에서 최고의 바이올린으로 알려진 명품 중의 명품이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연주가 시작되었고 청중들은 넋을 잃고 비발디가 연주하는 은은하고 아름다운 선율에 도취되어 있었다.
거의 대부분의 청중들은 바이올린의 선율에 감탄을 하며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역시 악기가 좋으니까 저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선율의 소리가 나오는 구나'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바이올린 연주가 그쳤다.
깜짝 놀란 청중들은 무대 위를 쳐다보았다.
순간 비발디는 바이올린을 높이 치켜들었다가 힘껏 바닥에 내리치는 것이었다.
바이올린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청중들은 비발디의 행동에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며 일제히 일어났다.
'아니 세계적인 명기를 저렇게 깨 버리다니 ...'
사람들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사회자가 또 하나의 바이올린을 들고 나타나 청중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놀라지 마십시오.
저것은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아닙니다.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는 아주 값싼 바이올린입니다.
비발디 선생이 저 바이올린을 깨뜨린 이유는 참된 음악은 악기에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여러분에게 보여 드리려고 한 것입니다."
그제서야 수많은 관중들은 자신들의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깊이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비발디가 청중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연주를 하다말고 갑자기 자신이 연주했던 바이올린을 산산조각 내는 돌출행동이 과연 유명한 연주자로서 있을 수 있을까 조금은 의아해 했지만, 바이올린을 바닥에 깨뜨려버린 비발디의 행동이 참된 음악은 악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실력과 정성에 있음을 보여주려고 한 것이었다는 말에 그만 정신이 번쩍들어 내가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도 여지없이 깨져버리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 비발디의 돌출행동은 청중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바이올린의 연주가 자신의 실력보다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명품중의 명품인 스트라디바리우스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렇지 않다는 편견과 선입견을 처부수고 일깨우기 위한 의도된 행동이었던 것 같습니다.
참으로 비발디는 멋진 사람이고 통쾌한 사람이며, 어떠한 형식과 절차에도 구애되지 않은 자유로운 영혼을 소유한 철학이 있는 음악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명품이란 남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며, 내가 실력만 있으면 내가 쓰는 모든 것이 명품이 되지만, 내가 실력이 없고 쓰지 않으면 아무리 유명한 명품일지라도 하찮은 보잘 것 없는 물건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더불어 이 이야기는 실력보다 명품을 우선시하는 명품 지상주의에 찌들어 있는 오늘날의 사회를 고발하고 우리 현대인들로 하여금 주객이 전도되지 않도록 주종본말을 다시 생각하게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