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전후로도 수없는 침봉들이 겹겹한데 설악골로 뻗어 내린 침봉중에 유독 범봉만은 풍만한 곡선미가 넘치고 예뻐 보인다.
오르락 내리락 묘하게 생긴 침봉마다 인사드리는데 금새 떨어질 듯이 얹혀진 바위도 있고, 바위면을 잡으면 모래알 같은 것이 느껴지는 것도 있다.
수천 수만년 전부터 오늘날까지 풍우로 조금씩 분해되어 묘한 형상이 되었을 테니 참으로 신비롭다.
아기자기한 암릉를 새 잡듯이 조용히 주어 담으며 넘어서니 1275봉이 하늘높이 그야말로 대단하다.
한참을 내렸다 암릉따라 올라가다보니 기둥같은 바위에 두꺼비가 올라 앉아서 그 녀석도 뛰어 오르고 싶은지...
▼용아에서 바라본 공룡능선 1275봉(중앙에 우뚝한 봉), 암봉 사이로 세존봉도...
▼우측의 뾰족한 봉이 신선대, 좌측 암봉 너머에 범봉이
오르다가 뒤돌아보니 두꺼비는 뛰어 올라가고 요상한 돌기둥만이...
예전에 올라본 기역을 더듬어 위만 보며 살금살금...
지금까지 인사드린 침봉들과 인사드릴 침봉들이 일렬로 군집되어 한눈에 들어오는데 어디로 왔는지, 어느 침봉사이로 가게 될런지 모르겠다.
돌아가며 비경 담아내고 보니 이렇게 높은 봉우리에도 커다란 바위조각들이 너덜처럼 겹겹이 쌓여 있다.
눈은 즐겁다며 더 머물고 싶어 하지만 내려가는 것이 은근히 걱정된다.
신발 끈을 더욱 단단히 조아 매고 올라왔던 기역 더듬어 뒤돌아 천천히...
몇 군데 위험구간을 무사히 통과했지만 오늘처럼 날씨가 좋으니 올랐지 바위면이 습하거나 몸 컨디션이 좋지 아니하면 절대 올라서는 안 되겠다.
붙잡는 바위들도 그렇고 디딜 바위도 금이 간 것이 있는지라 매우 위험한 것 같다.
전면에 1275봉 못지않은 또 다른 엄청난 바위봉이 반겨주는데 오르내림이 상당할 것 같다.
전망대에서 지나온 길을 찾아보는데 설악골 쪽에서 운무 피어오르면서 1275봉과 방금 넘어온 침봉을 뒤덥기 시작한다.
▼우측암봉이 1275봉, 좌측 암봉이 나한봉, 중앙이 방금 지나온 암봉
▼나한봉에서 가야동계곡으로 뻗어내린 능선 너머에 오세암이 살짝..
▼오세암에서 가야동 계곡쪽 암봉이 만경대
마등령 방향으로 나한봉이 우뚝한데 또다시 한참 내렸다 오르는가 보다.
갑자기 서늘한 바람이 뻥 뚤린 능선사이로 마구 쏟아져 나온다.
마치 얼음골처럼.
설악골 건너편으로 세존봉이 우람하고 사면에 바위군들도 대단하다.
나한봉에 이르니 마등령과 황철봉 사이로 운무가 넘어오기 시작하는데 마등령에서 점심 먹고 나니 온통 안개 속이다.
이제부턴 숲을 벗 삼아 비선대로 내려가는데 몸통이 흙으로 돌아간 것 같은데도 가지엔 잎새가 보인다.
거대한 밑둥 보여주며 좋은 환경에 있을지라도 세월 앞에선 어쩔 수 없다 한다.
우리들도 분명 그러할 것이다.
아무리 돈과 명예가 많아 살기 좋다할지라도 때가 차면 저렇게 흙으로 되돌아가는 것 아닐까
숲길에서 빠져나와 암릉에 올라보니 다행스럽게도 울산바위, 비선대, 권금성, 달마봉까지 선명하다.
수직으로 거대한 바위면을 살펴보는데 금강굴이 어디쯤인지 모르겠다.
아래로 돌아가니 중간지점에 살짝 보이는데 그 옛날 어떻게 접근했는지가 궁굼하다.
수직 절벽인데다 사다리 설치할 공간도 없고
사람이 머물만한 공간을 조성하려면 상당히 오랫동안 바위를 조그씩 조각내어 파냈을 것인데...
원형으로 다듬어진 굴속에 놓여진 불상은 천불동 계곡에 늘어선 천태만상의 침봉들을 내려다보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신선이 될 것 같다.
집선봉 칠성봉이 대단한 기세로 화채봉을 향하고 천불동 계곡따라 양폭산장 까지 침봉들로 빼곡하다.
어쩌다 이곳에만 저렇게 침봉들이 만들어졌을까
오랜 세월 풍우로 침식되어 만들어 졌을 텐데 그래도 그렇지 저렇게 집단적으로 묘하게 만들어질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생성과정을 헤아릴 수 없다.
청수장에서 저녁 들면서 곡주 한 대접 주문하니 항아리 가득이다.
풍족해 보여서 좋았는데 한 대접 마시고 나니 쓸쓸함에 또 한 잔을,
결국 나홀로 몽땅 마셔버렸으니 웃음이 나온다.
흥얼거리며 솔밭 길 잘도 걸었는지 금새 소공원 주차장이다.
대기중인 버스에 타자마자 설악동 빠져나오는데 시원한 바람결에 벼들이 노랗게 익어가니 조만간에 가을이 깊어질 것 같다.
용아릉은 10년전과 다를바 없는데 내 몸은 분명 달라진 것 같다.
그동안 가을 기운이 찾아들었는지...
이제부턴 가을처럼 살라는 뜻이겠지....
첫댓글 아!!! 가슴속까지 설레이는 설악의 아름다움은 머지않아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단풍으로 또 다시 피어나겠지요~~~ 운해의 장관이 무척이나 인상적입니다. 덕분에 9월의 설악을 컴앞에 앉아서 편안하게 즐감하였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소청산장에 예약하고 산행했나요,,,,혼자서 대단하십니다....ㅊㅎㅊㅎㅊㅎ 즐감하고 갑니다,다음에 또 들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