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김영복 경남대 전통 식생활 문화 연구소장

[길벗]

김영복 경남대 전통 식생활 문화 연구소장

1975년부터 전통식문화 연구에 ‘푹’ “한국-일본 음식문화 전쟁 중”

박종순 기자 yard@idomin.com

현재 경남대학교 전통 식생활 문화 연구소에 있는 김영복(59)씨는 꽤 유명인사였다. 1975년부터 한국의 전통식문화 자료를 수집하는 재미에 빠져 전국으로 발품을 팔았다. 그런 덕에 KBS1 TV <6시 내고향> 작가들에게는 최고 인기 취재원이었다. 88올림픽 이후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언론사 요청도 쇄도했다. 그는 30여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세계화 할 수 있는 한국음식에 ‘다걸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연구한 것이 우리의 떡이다.

지난 14일 서울 국회의원회관 로비에서 ‘떡의 세계화를 위한 작품발표회’를 가졌다. 내달 14일에는 세계의 언론이 집중되는 미국 뉴욕에서 ‘DDUK’ 전시회와 퍼레이드를 비롯해 ‘한국 음식의 우수성과 조리특성’, ‘한국음식 세계화 가능한갗라는 주제로 우리전통문화 떡에 대한 강의도 펼칠 예정이다. 뉴욕으로 떠나기 전 그를 만났다.

△“DDUK은 세계화 할 수 있는 가장 한국적인 맛”

“일본의 문화침공이 무섭습니다. 일본에 전해진 한국의 찹쌀떡이 모치가 돼 더 번성하고 있지 않습니까. 문헌에 나와있는 조선시대 떡 종류는 250여 가지입니다. 머지않아 일본은 한국의 떡을 일본화시켜 세계시장에 내놓을 수도 있습니다.”

그는 떡을 만들 수 있는 교육과 제도부터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련한 것이 올해 초 경남대 전통생활연구관에 개설한 떡 전문가 과정이다. 인기는 높은 반면 가르칠 사람이 부족해 하반기에는 떡 지도자 과정도 개설할 예정이다.

그는 교육에 앞서 떡의 제도적 보완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쌀과 밀가루는 엄연히 다루는 방법이 다릅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떡은 제과제빵 매뉴얼에 맞춰져 있습니다. 제과제빵도 국가기술자격제도가 있는데 반만년 역사를 가진 우리떡은 관련정책이나 기술제도가 전무하니 안타까운 일이지 않습니까.”

▲ 원앙떡

△그가 발견한 한국의 전통음식

그가 들춰낸 수많은 보석 중 하나가 1999년 재현한 진주냉면과 헛제사밥이다.

우리 떡 세계화 위한 작품발표회도

“북한 평양과학백과사전 종합출판사에서 1994년 발행한 <조선의 민족전통 식생활풍습>에는 ‘냉면 중 제일로 여기는 것은 평양냉면과 진주냉면이다’라고 기록돼 있습니다. 평양냉면은 유명하지만 진주냉면은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1999년도에 진주냉면을 찾아 진주에 있는 시장을 샅샅이 뒤졌지만 없었습니다. 다행히 한 반가가 이어오고 있어 재현하게 됐죠. 그때 더불어 재현한 것이 헛제사밥입니다.”

여름이라 냉면에 관한 기록을 더 물었다.

“냉면은 기생이 야참으로 즐겨먹던 밤문화 음식입니다. 고종이 제일 즐겼다고 기록돼 있기도 하죠. 부산이 원류라고 생각하는 밀면 또한 1925년 진주 관청이 부산으로 대거 옮겨지면서 인근 진주냉면 명가들이 부산으로 옮겨가면서 만든 겁니다.”

동방예의지국에서 조선의 식문화가 가장 발달했다고 전한다. 아무리 중국요리가 가짓수가 많다고 해도 한국 요리 가짓수를 따라가지 못한다. 가열동사만 봐도 알 수 있다.

▲ 꼬리떡

한국에 뿌리 둔 일본음식 공격 ‘위협적’

한가지 재료로 20여가지 가열동사를 이용해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곳이 한국이다. 36년의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한국 음식도 왜곡되고 말살되면서 거칠어졌다. 지금은 종가집안에서만 겨우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 요리법 역시 미국·일본에서 공부한 사람들이 만든다.

“한국 음식 맛의 특징은 깊은 맛입니다. 서양음식처럼 양념이나 소스로 맛을 내면 고유의 맛이 나지 않습니다. 한국음식을 알려면 유래, 재료의 어울림, 지역의 습성을 알아야 합니다. 조기 하나를 굽더라도 조기의 깊은 맛보다는 찍어먹는 소스에 치중하는 게 시중에 나와 있는 한식 요리책입니다.”

△“음식은 보이지 않는 문화전쟁”

깊은 맛 특징인 한국음식 널리 알려야

▲ 잎새말이떡

일본음식의 뿌리는 한국이다. 일본 <본산적주> 기록에 따르면 소바는 우리의 메밀칼국수가 시조다. 스시 역시 우리나라 동해골 생선밥식해에서 유래됐고 일본 관서로 넘어가 보편화됐다. 오사카 관서지방 스시가 냄새가 많이 나는 이유는 우리의 생선밥식해의 흔적이 남아서다. 오코노미야키도 원류는 우리의 파전이었고 도요토미 히데요시 요리사도 조선인이었다. 훈민정음 등 한국을 곱씹어보면 문화 창조력이 뛰어난 민족이었기에 음식솜씨도 특출났다고 여겨진다.

“현재 한국 음식문화는 복원도 재창조도 아닌 답습만 하는 복사문화입니다. 세계 음식들이 그대로 우르르 시장에 펼쳐졌다가 순식간에 사라지죠. 일본에서 한국음식문화에 대해 강연을 하고 1년 후 다시 찾으면 일본화된 한국음식이 만들어지곤 합니다. 일본과 우리는 지금 보이지 않는 음식문화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