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시인의 시집 <당신의 사과나무>가
2006년 10월 도서출판고요아침에서 나왔습니다.
김영수 시인은 1947년 김해에서 출생,
1979년 시조문학으로 등단하였습니다.
<살며 사랑하며>외 몇 권의 시조집을 발간한 바 있으며
동백문학상, 시조월드문학상 등을 수상하였습니다.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삶의 고락을 함께 한 아내와 시조에게 이 책을 묶어
감사한다"고 적었습니다.
홍성란 시인은 '청빈의 시어, 눌변의 수사학'이라는 해설에서
"...김영수 시인은 순간의 솔직한 감정을 진솔, 담박하게
집약적으로 표백하는 단시조에 특장을 보여준다. 설령
여러 수를 연첩하여 주제의 깊이와 정감을 폭넓게 노래한 연시조라 하더라도
각 수는 완결된 3장을 구현하고 있어서 단시조의 연장이라 할 수 있다...
...<당신의 사과나무>는 삶의 고락을 함께 해온
아내를 위한 헌정시집이기도 하거니와 ...해조(諧調)를 이룬 가락과
유현한 의미가 선명한 이미지와 함께 김영수의 시조 세계를 확연히
구축한 시집이다. 이민살이의 신고 속에서 20년이 넘도록
조국 땅을 한 번도 밟아본 일이 없는 아내는 종양이 자라는 줄도 모르고
가족을 위해 헌신해온 부덕(婦德)한 한국의 어머니요, 아내의 표상이다...
...시인의 청복은 청빈한 삶이 마련한 선물이다. 청빈한 삶의 향기는
이 시집의 곳곳에서 배어나........더듬더듬 부려놓은 청빈의 시어들로 하여
<당신의 사과나무>는 이토록 낮고 부드러운 가락, 아름답고 겸허한
시세계를 구축해 놓았다. 누구라도 잘 알아 듣고 마음에 새길 수 있는
평이한 시어들이 해조를 이루어 시인의 고요 담적한 마음의 궤적을 따라
동심원 같은 잔잔한 물무늬를 우리 가슴에 끊임없이 보내오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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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과나무
-김영수
사과가 풋것일 때는 잎에 가려 보이잖고
정작 향기로울 땐 사과는 아니 보이고
소슬히 잎진 가지에 빠알간 심장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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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한 송이 피는 일도
-김 영 수
두 주먹 불끈 쥐니
주먹은
생(生)의 차돌
모진,
겨울,
살아 남은
꽃들의 주먹을 본다
곱은 손
여태 펴지 못하고
겹겹이 뭉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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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
-김 영 수
캄캄한 몸으로 캄캄하게 떠돌다가
설움에 북받치면 천둥치고 우는 것이
지상에
또 오죽 많으랴
저 구름들의 일가친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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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한 때
-김 영 수
신록의 햇살 속에는 새소리가 반입니다
나는 눈으로 한 됫박, 귀로 한 됫박 담고
나무는 고봉으로 받아 풀밭에 자꾸 흘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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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술잔
-김 영 수
기쁜 일 슬픈 일이 저들인들 없겠는가
그마저 없다면 생(生)은 한낱 채색일 뿐
잎마다
빗소릴 받아
제 술잔에 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