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남산(終南山)이라 불리다가, 신라 진성여왕(眞聖女王)이 이 산에서 견훤(甄萱)의 난을 피한 뒤에 내연산이라 불리워진 이 산은 특히 그 수많은 폭포로 이루어진 갑천계곡이 일품인 산이다. 서포항에서 내려 921번 도로를 따라 가다가 69번도로로 접어드니 도로 주변에 사과나무 밭이 타향에서 온 산꾼들을 반기고 있다. 차를 타고 가면서 정한택 회장님이 준비한 산죽잎차를 끓이는 법은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정보였다. 상옥리를 지나 하옥리를 접어드는 계곡은 심산의 여유를 드러내기에 충분하다. 하옥교에 내리니 10시 47분이다. 준비운동을 잠시 하고 산행을 시작하는데 초입이 상당히 가파르다.
아침까지 비가 뿌려서 그런지 초목에는 물기가 가득하여 생명력으로 충만해 있다. 불어오는 바람은 맑고 신선하여 마음까지 상쾌하게 해 준다. 약 40분쯤 걸어오르니 가파른 산길이 끝나면서 완만한 숲속길이 이어지는데 정말 환상적인 산보코스다. 날씨조차 산행을 도와주어 한결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땀이 흐르면 바람이 불어주고 습기가 많다고 생각하면 볕이 비치니 이야말로 비봉산악회의 산행을 위해 만들어지는 날씨인 것 같다. 12시가 넘어서 삼지봉과 향로봉으로 나누어지는 삼거리에 이르니 태고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숲이 너무 좋다.
향로봉에서 도착하니 12시 30분이 다 되어간다. 거기서 식사를 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1시에 삼지봉으로 간다. 삼지봉으로 가는 능선은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있는 참나무가 군락을 이루어 오랜 세월동안 온갖 풍상을 견뎌온 강인함과 세월의 무상함을 풍겨준다.
참나무 숲을 이어진 평탄한 능선을 진행하여 2시 20분경에 삼지봉에 닿았다. 내연산의 최정상은 향로봉이지만 이보다 220m나 낮은 삼지봉을 주봉으로 꼽는데, 이는 산줄기가 문수봉, 향로봉, 동대산으로 갈라지는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거기서 그대로 진행하여 거무나리를 내려오니 내연산의 유명한 갑천계곡에 이른다.
내연산은 수많은 폭포로 이루어진 갑천계곡으로 인하여 더욱 유명해진 산이다. 이십리가 넘는 이 계곡은 관음폭포, 연산폭포, 잠룡폭포 등 크고 작은 수많은 소와 협암, 기와대, 선일대, 비하대, 학소대 등의 기암절벽이 어울려 절경을 이루고 있는데 은폭, 상생폭, 보현폭, 삼보폭, 관음폭, 연산폭포등이 즐비하다. 오랜 가뭄 때문인지 풍부한 수량일 때에 비해 그 위용은 덜하지만 폭포를 감싸고 있는 바위들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태와 빼어난 경관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였다.
경북 3경의 하나로 꼽히는 보경사는 1500년의 역사를 가진 신라의 고찰이면서 수려한 풍광을 간직하고 있으니 누구라도 한 번 들러보지 않을 수 없는 매력을 가진 곳이었다. 절에 들러 시원한 물로 목을 축이니 땀으로 흠뻑 젖은 육신이 금방 생기를 되찾는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일찍 하산한 회원님들이 하산주에 열중이었다. 시원한 맥주 한 잔에 산행의 피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6시에 출발한 버스는 진주에 도착하니 9시가 넘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