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종
모종을 만들어 심는 방식은 여러 방면 단점이 있다.
우선 시중에 나와 있는 모종들은 포트와 화학비료, 보온을 위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
또한 모종으로 심어 작물을 키우면 직근(直根)이 약화된다. 그러므로 직파했을 때는 작물이 본래 생명력으로 토양 생태계와의 활발한 상호작용으로 주변의 제약과 병을 이겨나가면서 성장하는 자연력을 온전하게 지니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농사에서 모종은 필요하다.
간단하게 모종을 키우는 이유과 모종을 키우기 위해 자연재료로 상토를 만드는 방법을 간단하게 알아보자.
* 아래 내용은 강대인 선생의 고 강대인 선생의 [유기농 벼농사]등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1. 모종을 하는 이유
첫째는 씨앗의 발아율을 높이고 초기생육을 활성화하는 데 있다. 모든 식물은 초기엔 밀식해야 잘 자란다. 서로 경쟁도 하고 의지도 하면서 자란다. 크면 부대끼어 솎아주어야 한다. 모종 키우기는 적은 면적에 씨앗을 밀식하여 키우므로 집중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작물을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둘째는 온실을 만들어 모종을 키우면 서리 피해나 비 피해를 막을 수 있다. 특히 고추 같은 열대성 작물은 아직도 한겨울인 2월 말경 파종해야 하므로 반드시 온실에서 모종을 키운다. 옛날엔 영하 날씨가 완전히 가신 3월 말이나 4월 초에 직파를 했다. 온실에서 모종을 내면 한 달이나 생육기간을 늘릴 수 있어 그만큼 수확량이 많아진다.
셋째는 모종을 내면 땅의 이용도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온실에서 모종을 키우는 동안 본밭에선 다른 곡식의 재배기간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벼 모를 키우는 동안 논에는 논마늘이 익어가고 딸기도 아직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가을배추 같은 경우는 파종하여 싹이 텄을 때 비를 맞으면 떡잎이 망가진다. 구멍도 나기도 하고 또 요즘은 산성비라 병에 걸리기도 쉽고 벌레도 잘 달려든다.
넷째는 잡초를 이겨내기 위해서인데, 모종을 키워 많이 자란 놈을 심어 풀보다 경쟁력을 높인다. 말하자면 풀과 달리기에서 백 미터 앞서 달려가게 하는 셈이다.
다섯째는 벌레나 새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콩이나 옥수수같이 씨앗 알이 커서 새가 파먹기 좋은 것들은 새 피해가 아주 크다. 특히 요즘은 제비도 오지 않고 맹금류 등의 천적들이 별로 없어 벌레와 새 피해가 많아졌다. 옛날엔 벌레와 새도 같이 먹게 곡식 세 알을 심는다 했는데 요즘은 세 알 심으면 사람이 먹을 게 하나도 남지 않는다. 그래서 모종을 키워 심으면 이런 피해도 막을 뿐 아니라 수확량도 많아진다.
그러나 모종이 안 되는 곡식이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예를 들면 알타리, 열무, 무가 대표적이다.
➡ 모종 키우기의 제일 큰 핵심은
발아율도 높이면서 곡식을 어릴 때부터 건강하게 키운다는 점이다. 상토의 중요성이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상토가 깨끗하고 영양도 좋아야 모종이 건강하게 클 수 있다. 어릴 때 시들시들 큰놈들 이 건강하게 자랄 수가 없는 이치다.
2. 모종에서 상토의 조건
1) 무균, 무씨
상토는 깨끗한 걸 제일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데 무균, 무씨가 핵심이다. 무균은 병원균이나 바이러스가 없는 것, 무씨는 잡초 씨앗이 없는 것을 말한다. 시중에서 파는 상토는 이 때문에 소독처리를 한다. 옛날엔 불로 볶기도 했다고 한다.나쁜 병원균 없애자고 좋은 유익균도 없애버리니 문제는 문제인 것이다. ➡ 산흙
들녘의 흙보다는 아무래도 산의 흙이 덜 오염되었고 게다가 풀씨도 덜하다. 물론 표토의 부엽토는 걷어내고 속의 흙을 써야 한다.
2)통기성과 배수성 ➡왕겨 훈탄을 섞어 만든 상토.
모종 키우는 데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은 건강한 뿌리 만들기에 있다. 뭐든지 뿌리가 튼튼해야 전체가 튼튼하듯이, 그래서 작게 낳아 크게 키우라는 말처럼 모종 때는 잎사귀와 줄기는 작고 초라하게 그러나 보이지 않는 뿌리는 튼튼하게 키워야 한다. 그 가운데 특히 잔뿌리가 많아야 좋다. 농약과 비료로 키운 시중의 모종들은 대부분 웃자라 튼튼치 못하다. 웃자랐다는 것은 줄기의 마디가 잎줄기보다 긴 상태를 말한다. 그래서 옆으로 풍성하게 퍼지지 않고 길쭉하게 위로만 뻗는다. 이런 약한 모종들은 뿌리를 보면 더 차이가 난다. 잔뿌리가 많지 않고 지상부에 비해 아주 빈약해 보인다.여하튼 뿌리가 잘 자라려면 흙이 공기도 잘 통하고 물도 잘 빠져야 한다. 그러나 뿌리를 공기 중에 노출시킨다고 호흡을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고기가 물에서 숨쉬듯 뿌리도 흙 속에서 숨쉰다. 그런 흙에 적당히 공극이 있어 뿌리도 잘 뻗고 공기도 잘 통해 숨을 제대로 쉴 수 있게 해야 하는 것이다.3) 수분
물도 마찬가지다. 모종 상태에서는 많은 물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뿌리를 물에 담가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이 잘 빠지지 않고 흙 속에 항상 스며 있는 것도 좋은 상태는 아니다. 고이면 썩기 때문에 깨끗한 물이 계속 공급되어야 한다. 적당히 배수도 되면서 너무 금세 물이 마르지 않도록 균형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 적당한 배수성을 만들어주는 재료의 대표적인 것은 모래다. 이밖에도 마사토도 좋고 미네랄 같은 미량요소도 공급해주는 맥반석 가루도 좋다.4)거름
상토에서 중요한 것은 거름이다. 그런데 거름은 완전히 숙성된 것이어야 한다. 이것은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다. 자신 없으면 차라리 거름을 넣지 않는 게 좋다. 거름을 넣지 않은 무비상토라는 것도 있다. 물을 줄 때 함께 액비로 웃거름을 주어도 되기 때문이다.모든 씨앗은 스스로 떡잎을 틔울 만큼의 양분은 갖고 태어난다. 속잎이 나오기 시작할 때부터 이유기에 들어가는데 그때부터 거름이 본격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완숙되지 않은 거름이 들어가면 가스를 발생시켜 그냥 놔두어도 알아서 틔울 수 있는 떡잎조차 말라 죽이게 된다.상토에서 모종을 키울 때 꼭 필요한 거름은 뿌리의 발육을 좋게 하는 칼리 거름이다. 보통 거름이라고 하면 질소질을 말하는데 무비상토라 하더라도 칼리 거름은 꼭 넣는 게 좋다. 칼리 거름으로 대표적인 것은 숯가루와 재거름이다. 재거름에 칼리 성분이 더 많지만 숯가루도 괜찮다. 숯가루는 거름 역할만이 아니라 항균방충 역할도 하고 더불어 숯가루 자체가 많은 공극을 갖고 있어 상토의 통기성도 높여준다.5)간단하게 상토를 만들어 키울 수 있는 작물
보통의 밭 흙으로 간단하게 모판을 만들어 심어도 잘 자라는 곡식들도 있다. 예를 들면 콩이나 옥수수, 들깨 같은 것은 배수만 적당히 잘 되게 모판을 만들고 비가림이나 새 피해만 막아주고 물을 자주 줄 수 있으면 충분하다.
6) 흙 섞는 비율
그러니까 상토는 곡식에 따라,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앞의 재료들을 어떤 비율로 할 것인가도 당연히 곡식 종류와 지역, 농사짓는 방식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예컨대, 모랫기가 적당히 있는 사질양토일 경우 모래를 적게 넣는데, 비율로 치면 4대1 정도다. 진흙은 표토를 10센티미터 이상 걷어내어 채취하고 모래는 도랑에 침전된 것을 쓴다. 산이 주변에 없으면 밭의 흙을 쓰는데 이때는 표토를 30센티미터 이상 걷어내어 채취하는 게 좋다.숯가루는 왕겨를 태워 만든 이른바 왕겨 숯가루를 이용하는데 모래와 같은 비율로 섞는다.거름은 진흙과 모래, 숯가루를 섞은 것 전체로 볼 때 대략 10~20퍼센트 정도 넣어준다. 반드시 완숙된 거름으로 한다. 거름 중에는 음식물찌꺼기나 축분을 되도록 피한다. 아무래도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 년 가까이 된 깻묵과 쌀겨로 만든 거름을 쓰든가 마찬가지로 오래된 깻묵액비를 쓴다. 지렁이 똥인 분변토도 매우 좋다. 분변토는 악취도 없고 과잉 피해도 없는데다 거름발도 좋아 적극적으로 시도해볼 만한 재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