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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호러 게임, 완벽한 영화 이식으로 새롭게 태어나다. | |||
고나미사의 동명 게임을 원작으로 한 <사일런트 힐>. 평소 호러 게임을 즐긴다면 반드시 플레이를 해봤을 호러 게임의 걸작. 플레이스테이션으로 개발되어 대박을 친 <사일런트 힐>은 현재 PC, 엑스박스용으로 컨버전되어 현재까지도 가장 무서운 게임이라는 왕자의 타이틀을 놓지 않고 있다. 잘 만든 게임은 기종을 쉽게 뛰어넘는 것이다. 게임 <사일런트 힐>의 공포는 3가지 요소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최상의 효과를 만든 데서 비롯된다. 깊이 빠져드는 잘 짜인 시나리오와 탁월한 비주얼, 그리고 게이머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음악과 음향효과의 조화다. 비록 게임 원작의 영화 나들이의 결과가 <레지던트 이블>을 제외하면 썩 좋은 성적은 아니지만, 그 명성 덕에 <사일런트 힐>은 게임과 호러영화 팬 양쪽의 기대를 한몸에 받은 화제작으로 손색이 없다. 특히 게임 팬들이 주목할 만한 점은 게임 프로듀서인 야마오카 아키라가 영화판의 음악 작곡을 담당했다는 사실이다. 30년 전에 일어난 화재로 인해 폐허가 된 마을 ‘사일런트 힐’. 딸의 이상한 행동의 해결책을 찾아 그곳 마을로 향하는 로즈. 늦은 밤 도로를 달리던 로즈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누군가를 피하려다가 사고를 당해 정신을 잃는다. 그녀가 깨어났을 때 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온통 안개로 둘러싸인 인적이 없는 마을로 들어선 로즈는, 안개 속을 헤치며 유인하듯 뛰어가는 딸을 쫓아 어디론가로 향한다. 그 순간 어디선가 사이렌이 울리면서, 마을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암흑 속으로 빠져든다. 어둠 속에서 라이터 불에 의지해 딸을 찾는 로즈. 하지만 어둠 속에서 그녀에게로 다가서는 기괴하게 생명체가 위협을 가한다. 안개와 어둠, 흉측한 크리처들이 지배하는 죽음의 마을 사일런트 힐은 어떤 비밀을 품고 있는 것일까? 그 어떤 게임보다 영화와 잘 어울리는 비주얼을 가졌던 <사일런트 힐>은, 개봉 당시 미국 평론가들의 무차별적인 혹평과는 전혀 상관없이 가장 성공적인 영화 이식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영화 <사일런트 힐>은 오랜 시간 원작 게임을 즐겨온 팬들에게 제작진들이 선사하는 최고의 선물이다. 때문에 호러영화 팬들이 즐길 부분도 많지만, 그보다는 게임을 플레이를 해본 경험자들이 감동할 수 있는 요소들로 넘쳐난다. 한 가지 예로 같은 해 게임을 소재로 한, 또 한편의 호러영화 <스테이 얼라이브>와 비교하면 <사일런트 힐>이 얼마나 게임의 특징을 제대로 살리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는 제작진들이 게임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하고 시작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원작 게임과의 가장 큰 차이는 딸을 찾아 마을을 헤매는 로즈다. 게임에서는 아버지가 딸을 찾아 헤매는데, 영화는 정반대다. 악의 주체인 달리아 길레스피도 영화에서는 생존 여부에 변화를 주고 있다. 사일런트 힐의 비밀을 파헤치는 주인공이 남자에서 여자로 변했을 때의 장점은 게임과는 다른 영화의 특성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이를테면 여성의 경우 다양한 크리처들과의 대치 상황에서 훨씬 긴장감이 높고, 무엇보다 딸을 찾아 온갖 고생을 겪으면서 다가가게 되는 과정에서는 역시 모성애만큼 좋은 것이 없다. <사일런트 힐>의 장점은 게임의 그것과 같다. 로즈가 딸의 뒤를 쫓을 때 사이렌이 울리면서 암흑으로 빠져들어가는 순간은, 단순히 멋지다는 것을 넘어서 최근 몇년 동안 본 호러영화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다. 뛰어난 공포 분위기와 함께 유난히 돋보이는 영상의 미적 감각은, 역시 게임의 초반 진행 과정을 완벽하게 영화로 옮겨온 결과다. 그 밖에도 이야기의 진행을 돕는 단서로 활용되는 그림들과 기괴하게 생긴 크리처들의 활약, 저주받은 학교, 영화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들은 게임 팬들을 미소 짓게 만드는 요소다. 뭐니뭐니해도 영화화에서 관심의 초점이었던 위치를 파악하기 힘든 안개효과가 일으키는 미스터리한 분위기, 안개 속에서 드러나는 끊어진 길은 압도적이다. 이 탁월한 비주얼은 <디 아이>를 만든 팡 브러더스의 <귀역>에서도 그대로 재현된 바 있다. 애초 원작 게임의 세계관을 충실히 옮기는 것이 목적이었던 만큼 영화 <사일런트 힐>은 그 모범이 될 자격이 있다. 물론 기괴한 크리처들, 도입부에 잠깐 나오는 오리지널 게임 스코어, <사일런트 힐> 특유의 음향효과(라디오에서 무전기와 휴대폰으로 대체됐지만)도 음미할 만하다. 단점으로는 영화 말미에 가서 모든 것을 한꺼번에 밝히는(게임의 경우 서서히 비밀을 알아가는 식이다) 시나리오상의 허점과 한참 이야기로 빠져들어갈 시점인 중반 이후 몰입감이 떨어지는 것을 지적할 수 있다. 그리고 보는 이의 취향에 따른 문제지만, 일본 개봉 당시 게임 팬들의 찬반양론에 휩싸인 알레사의 강림과 이어지는 무차별적인 학살장면의 경우, 고어 팬들에게는 짜릿한 순간이 되겠지만 순수 게임 팬들은 다소 거북할 수도 있겠다. 크리스토프 강스의 <사일런트 힐>은 나날이 그 입지가 넓어지는 게임 팬층을 공략하기 위해 만들어진, 두 번째(첫 번째는 <레지던트 이블2>) 호러영화로서 기대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 숱한 밤을 게임을 하면서 공포에 떨어보았다면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영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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