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보면
통증이란 신이 인간에게 내린 선물일지도 모른다. 통증이 있는 덕에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병이 커지기 전에 치료를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만일 통증이 없다면 제 속이 썩어 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마냥 방심하고 있다가 어느 날 난데없는 죽음을 맞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가족에게 이별의 말 한마디도 남기지 못한 채….하지만 막상 통증이 생기기 시작하면 여간 괴로운 게 아니다. 이를 악물고 통증과 싸우는 동안에는
신이 내린 선물이란 생각이 들기는커녕 그저 통증을 빨리 잠재울 수 있다면 무슨 대가를 치루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진통제.
진통제는 하나의 성분으로 된 것과 복합 성분으로 된 것 두 가지로 나뉜다. 단일성분의 진통제로는 아세틸살리실산 성분의
아스피린,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타이레놀, 이부프로펜 성분의 부루펜이 있다. 복합성분의 진통제로는 게보린, 펜잘, 사리돈 등이 있는데
아세트아미노펜, 카페인 등을 섞어서 만든 것이다. 이것저것 들어 있다보니 복합성분의 진통제가 단일 성분의 진통제보다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아스피린 vs 타이레놀 진통제의 종류는 셀 수 없이 많지만 진통제 시장에서 양대 산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아스피린과
타이레놀이다. 라이벌인 탓에 상대방에 대한 헐뜯기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물론 전쟁에 나서는 것은 그들 자신이 아니라 늘 의사들이지만….
매를 먼저 맞은 것은 아스피린이다. 탁월한 진통효과를 가지고는 있지만 위장장애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세간에 알려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가벼운 펀치에 불과했다. 독감이나 수두에 걸린 어린이에게 아스피린을
잘못 먹이면 자칫 의식불명에까지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세상이 발칵 뒤집혔던 것. 부작용이 보고된 뒤로 아스피린의 인기는 곤두박질쳤다.
우리나라만 해도 '아스피린은 곧 부작용'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들이 많다. 아스피린 파동 덕에 신이 난 것은 당연히
타이레놀. '부작용이 없다'는 점을 내세워서 아스피린의 지분을 야금야금 갉아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타이레놀이 부작용이 없는 약이란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타이레놀 역시 잘못 먹으면 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타이레놀은 아스피린에 비해 다재다능하지 못하다는
문제점도 있다. 아스피린이 가지고 있는 소염 작용을 가지지 못한 탓에 염증으로 인한 통증에는 별 효험이
없다.
그렇다면 아스피린과 타이레놀 중에 도대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어야 하는 것일까? 한마디로 말하면 아스피린과
타이레놀의 전쟁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 위장장애가 있는 사람은 아스피린을 안 먹으면 되고, 간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타이레놀을 안 먹으면 되는
것일 뿐, 둘 중에 어는 것이 낫다고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매출 면에서도 아스피린과 타이레놀은 호각지세다. 아스피린은
유럽 시장에서, 타이레놀은 미국 시장에서 라이벌이 없는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아스피린의 고향이 독일이고, 타이레놀의 고향이 미국이라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신토불이 정신'이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먹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카페인 없는 진통제 '카페인이 없다'는 것을
유난히 강조하는 진통제가 있다. 진통제에 카페인을 왜 섞는 것인지 알 턱이 없는 뭇 사람들은 '우리 빵에는 방부제를 넣지 않았습니다'라는 광고를
떠올리고는 그저 카페인이 든 진통제는 무조건 나쁜 것인 줄로만 안다. 틀린 생각이다. 진통제 속에 든 카페인은 우리 몸에 들어가서 진통 효과를
높여준다. 카페인에 대해서 민감한 사람만 주의하면 될 뿐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카페인이 든 진통제를
먹음으로써 보다 확실한 진통 효과를 얻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