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자기 주도적 학습이 하나의 교육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가르치면 단순히 배우기만 하는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그에 따른 계획을 짜서, 그 계획에 따라 공부하게 하자는 것이지요. 특히 어릴 때 공부하는 습관을 잘 잡아주면 학년이 올라가면서 아이가 스스로 알아서 잘할 거라는 믿음 때문에 부모 입장에서는 상당히 매력적인 프로그램으로 다가옵니다. 사실 아이가 자기 주도적 학습을 할 수만 있다면 자녀 교육 문제의 절반은 해결된 거나 다름없습니다.
좌뇌 아이는 저절로 자기 주도 학습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자기 주도적 학습도 모든 아이에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이 학습법은 원래 좌뇌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부 방법입니다. 좌뇌 아이는 한마디로 어수룩해서 평소에는 바보처럼 보이다가 가끔은 비범한 면을 드러내기에 엄마로서는 아이를 종잡을 수 없습니다. 또 책은 늘 손에 달고 다니지만 분위기 파악은 영 안 되는 아이들이죠. 거기에다 고지식하며 산만하기까지 합니다. 엄마로서는 정말 키우기가 난감한 아이입니다. 바로 이러한 좌뇌 아이들이 학년이 올라가면서 자기가 알아서 계획을 짜고 그 계획에 따라 공부하기 시작합니다. 대개는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모든 과목에서 두각을 나타냅니다. 이 아이들은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을 가만히 앉아서 배우기보다는 자신이 직접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 아이들은 순차적 사고를 하기 때문에 가르치면 하나씩 하나씩 따지면서 천천히 소화해야 하는데, 학원에서는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그것도 빠른 속도로 강의를 진행하다 보니 질문도 할 수 없고, 강의 속도도 잘 따라가지 못합니다. 학원에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는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차라리 집에서 혼자 공부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좌뇌 아이들은 자기 주도적 학습을 할 수밖에 없는 두뇌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우뇌 아이는 엄마 주도 학습을 해야 한다
반면에 자기 주도적 학습은 우뇌 아이들에게는 잘 맞지 않는 공부 방법입니다. 이 방법을 무리하게 강요하면 오히려 성적이 더 안 나오고, 스트레스만 쌓일 뿐입니다. 원래 우뇌 아이들의 상당수는 어딘가에 매이기를 싫어하는 자유주의자들입니다. 꽉 짜인 계획은 아이의 숨통을 조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좀 느슨한 방법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또 우뇌 아이가 이 방법을 스스로 벤치마킹하려 해도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진취성이 강한 우뇌 아이는 의욕이 앞서서 계획을 짜기는 하지만 몸이 못 따라갑니다. 작심삼일이 되고 맙니다.
과도한 엄마 주도 학습의 부작용들
그러나 과도한 엄마 주도 학습은 그 부작용이 만만찮습니다. 우리나라 우뇌 아이들 가운데는 욕심 없고, 고집 세며, 자기가 싫어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으려는 아이들이 꽤 많습니다. 거기에다 자존심도 강하고, 무엇이든지 처음 시작하는 것을 굉장히 힘들어합니다. 남 앞에 나서는 것을 꺼려해서 그 흔한 회장 선거에조차 나가려 하지 않습니다. 타고나면서부터 이런 성격을 가진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환경적 요인, 특히 과도한 엄마 주도적 학습에 의해 만들어진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렇다면 왜 아이들의 성격이 이렇게 굳어진 것일까요? 수만 명의 아이들을 조사해 본 결과 결정적 원인은 우뇌 아이에게 수학을, 그것도 조기에 시키거나 과도하게 시켰기 때문인 것으로 판명됐습니다. 조기 수학 교육과 과도한 수학 선행 학습이 아이의 자신감을 잃게 하는 주범이었던 것입니다. 실제로 우뇌 아이에게 자신이 잘하지 못하는 수학을, 그것도 자꾸 반복해서 시키면 아이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습니다.
좋아하는 것 계속 시키고, 간접 칭찬해야 한다
이제는 엄마가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아이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계속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아이가 그림을 좋아하면 계속 그림을 그리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아이가 그림에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아이보다 엄마가 세다면, 좀 과하게 칭찬하라
또 엄마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아이가 센지 아니면 엄마가 센지를 한번쯤은 확인해 보라는 것입니다. 만약 엄마가 아이보다 기가 세다면 아이는 저절로 엄마한테 눌리게 됩니다. 아이가 기를 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엄마가 아이 성장에 장애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엄마가 아무 생각 없이 한 이야기에 아이는 큰 상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엄마는 10 정도로 이야기를 해도 아이는 이 이야기를 증폭해서 50 또 100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엄마는 자기 입장에서 말할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아이 입장에 서서 이야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은 엄마가 아이를 너무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것을 내색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이는 엄마가 자기를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꼼짝을 하지 못합니다. 아이의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아이는 점점 멍한 아이로 변해 갑니다. 또 엄마로서도 아이를 무 잘 알면 칭찬할 것이 없어집니다. 엄마의 눈에는 온통 아이의 약점만 보일 뿐입니다. 따라서 아이를 잘 알되 잘 모르는 것처럼 행동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보면 엄마가 좀 모자란다 싶을 정도로 아이를 좀 과하게 칭찬해 주고, 아이가 조금만 잘해도 굉장히 잘했다고 칭찬해 주는 지혜가 요합니다.
아이가 세다면, 시나리오적 사고 훈련시켜라
반면에 엄마보다 아이가 센 경우가 있습니다. ‘아이 센 지수’가 높은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욕심이 많습니다. 특히 돈을 아주 좋아합니다. 이 아이들은 뭐든지 돈과 연결시켜 생각합니다. “엄마 그거 하면 돈 많이 벌어?”라고 입버릇처럼 말합니다. 또 남 앞에 나서기를 좋아합니다. 시키지 아도 반장 선거에는 매번 나갑니다. 인정받기를 좋아해서 누가 잘한다고 조금만 칭찬해 줘도 곧잘 어깨에 힘이 들어가며, 남들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이 아이들은 욕심이 많은 데 비해 몸이 따라가지 못합니다. 실천력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또 일을 벌이기만 하지 마무리를 잘 못합니다. 모든 게 작심삼일로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아이를 잘 잡아줄 수 있을까요?
부모가 할 수 있는 첫 번째 일은 조건 없이 아이를 인정해 주는 것입니다. 의외로 방법은 간단하지만 실천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부모 입장에서 노력은 안 하면서 인정받기를 좋아하는 아이를 인정하는 것이 그렇게 쉽지만은 다는 것입니다. 대다수의 부모들은 “인정할 게 있어야 인정하지”라고 말합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부모가 인정해 주지 않으면 이 아이를 누가 인정해 주겠습니까? 일단 먼저 인정해 주면서 아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꿈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방식으로 아이의 노력을 격려해 주라는 것입니다. 아이를 인정해 주면서 약점을 보완하도록 요구하면 의외로 말을 잘 듣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이와의 관계만 점점 나빠질 뿐입니다. 고집은 더욱 세지고, 자신의 주장 또한 절대로 굽히지 않을 것입니다. 아빠라면 몰라도 엄마는 아이를 당해내지 못하는 상황까지 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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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주도적 학습의 10가지 원칙
- 1 아이에게 모든 것을 맡기지 말고, 적당한 때에 적절히 개입하라.
2 적당한 개입은 관심의 표현이지만 과도한 개입은 아이의 성장을 멈추게 한다.
3 조기 수학 교육은 백해무익이다.
4 초등 저학년 때 영어, 고학년 때 수학에 신경 쓰면 둘 다 잘할 수 있다.
5 아이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보다는 우선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시켜서 자신감을 갖게 하라.
6 아이가 엄마 눈치를 보지 않도록 엄마의 목소리를 낮춰라.
7 아이에게 적당한 환상을 가진 채 아이를 존경하라.
8 칭찬할 거리라 없더라도 찾아내어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칭찬하라.
9 아이를 간접 칭찬하여 엄마가 자기를 신뢰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게 하라.
10 무엇을 할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미리 생각해 보는 시나리오적 사고를 훈련시켜라.
기획 강은영 | 여성중앙
출처 - 팟찌 patzz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