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서 온 편지 - 성모님께 드립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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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교도소에서 열린 지난 5월 성모의 날 행사에서 수용자 형제가 봉헌한 ‘성모님께 드리는 글’을 원문 그대로 옮겨 적습니다.
찬미 예수님!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 마태오복음 7장 7절의 말씀입니다. 게으르고 바라는 것 많은 저에게 힘이 되었던 성경 구절입니다. 5월은 성모 성월과 더불어 가정의 달이어서, 순간순간 가족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생각하게 됩니다.
성모님 기억하시죠. 저 ○○○입니다. 1년 7개월 전 잘못 살아온 저의 과거를 이곳 갈멜 공소에서 진실로 참회하고 회개하던 이 ○○○, 기억하시죠. 오직 나 하나만을 위한 이기주의로 살아왔던 지난 날의 삶들, 하지만 이젠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모든 것을 포기한 채 가슴에 한가득 절망만을 안고 담 안에 들어왔던 때, 행복의 감정이나 기쁨의 표현과 단어는 생각조차 못하고 고통 속에서 살아가던 바로 그때, 성모님과의 만남은 제 인생이 새롭게 변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절망만이 가득했던 가슴속에 희망이 조금씩 자라고 있음을 이 낮은 자리에서 묵상과 기도를 통해 소중하게 배워가고 있습니다. 성모님께 이 글을 봉헌하는 순간 참 많은 생각을 합니다. 물욕에 한순간 판단이 흐려서 하느님께서 주신 십계명 중 ‘도둑질을 하지 말라’는 칠계명을 어기고 말았습니다. 제가 저지른 일이 발각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저는 직장과 사랑하는 가족까지도 버리고 도망을 치고 말았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이를 둔 가장인 제가 가족을 지키지 못하고 도둑질을 하였다는 것이 너무 창피하여 그들 앞에 설 수 조차 없었던 초라한 죄인이었습니다. 견딜 수 없는 죄책감에 제대로 생활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몸과 맘은 지쳐만 가고 그렇게 도망을 다닌지 한 달만에 결국에 어머니 앞에 나타나게 되었죠. 저를 보자 “이 어미도 죄인”이라고 가슴을 치며 통곡을 하셨던 사랑하는 어머니, 저는 어머니와 아내의 설득으로 자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경찰서로 향하는 동안 어머니께선 저의 손을 꼭 잡고 계셨죠. 못난 자식을 경찰서로 데려가는 어머니의 마음, 아마도 이 자식을 열달 동안 뱃속에서 기르시고 낳으셨던 고통보다도 더한 고통의 순간이, 바로 이 못난 자식 손목에 수갑을 채우러 경찰서로 향하던 그 길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어머니 가슴에 대못을 박았으며, 그로인해 어머니께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아픈 고통을 받으셨을 것입니다. 그때의 고통과 아픔이 지금까지 이어져 어머니께선 이 못난 불효자 생각만 하시면 소리 없이 눈물만 흘리시고….
* 교정사목부 : 268-7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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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음화국 교정사목부 전담 김기원(요한사도)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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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6호 (2007년 10월 28일) 연중 제30주일 수원주보에서 |
교도소에서 온 편지 - 성모님께 드립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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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 그리워 면회를 오시지만, 아무런 표현도 못하시고 단 한마디, “건강하냐? 어디 아픈 곳은 없느냐?” 묻고는 그 말씀이 끝나기도 전에 눈물만 흘리다 돌아가시는 어머니 뒷모습에, 저는 마음속에 죄책감이 몰려와도 차마 어머니 앞에선 눈물을 보이지 못하는 크나큰 죄인이어서 면회를 마치고 돌아와 남몰래 화장실에서 입을 틀어막고 그동안 참고 참았던 눈물을 한없이 흘릴 수밖에 없는 불효자입니다.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 중에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라는 말씀이 저의 마음속 깊이 파고듭니다. 이 못난 자식 때문에 눈물과 한숨이 마르실 날이 없으시죠. 이곳에서 출소하면 그동안 못다 했던 효도하며 어머님을 극진히 모시겠으니 불초 소자를 용서해 주세요. 어머니 곁으로 가는 그날, 바로 어머니께서 그토록 아파하시면서도 뽑지 못하셨던 그 못을 이 아들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으로 뽑아드릴게요. 뽑히신 못자국 또한 효도로 치유해 드릴 겁니다. 어머 니, 제가 다시 가정을 돌보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씀하셨죠. 어머니, 한 달 전에 아이들 엄마에게 편지했습니다. 못난 저를 만나 가난때문에 그 착한 마음까지도 변하게 했으니 제가 입이 열이라도 할 말이 없었으나 글로나마 잘못을 빌고 용서를 청했습니다.
“성모님!” 저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자수를 하던 그날, 아내가 제게 했던 말이죠. “나 혼자서도 아이들 잘 키우며 지낼 수 있으니까 가족들 걱정하지 말고,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있다가 돌아와야 해.” 아내의 이 말에 힘입어 저는 죽기보다 싫었던 교도소의 삶, 그 어두운 터널을 들어가기가, 즉 자수를 결심하기가 한결 수월했습니다. 그렇게 구속이 되어, 선배인 공범들이 이미 모든 조사를 받은 내용대로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뒤늦게 잡혀 모든 게 불리하게만 되어 있었던 저는, 그 억울함을 누구에게 하소연 하지도 못하고 3년의 형량을 선고 받았습니다. 그때의 저는 모든 게 절망으로밖에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리석게도 이곳으로 이감을 옴과 동시에 아내에게, 예쁜 추억 하나 간직하게 하지 못하고 고생과 기다림의 아픔만 준 못난 나와 이별해 줄 것을 편지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1년 6개월 동안 편지도 하지 않고 남처럼 지냈죠. 아내 또한 이런 저의 모습에 실망이 많았나 봅니다.
제가 너무도 힘들었던 순간들이어서 하루하루 무의미하게 보내며, 동료와 툭하면 말다툼과 몸싸움까지 하는 한심한 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천주교 미사에 참석자 나오라’는 말에 사람들 속에 끼어 이곳 갈멜 공소에 나오게 된 그날의 첫미사, 저는 지금 생각해도 온 몸에 소름이 끼쳤던 그 체험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교정사목부 : 268-7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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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음화국 교정사목부 전담 | 김기원(요한사도) 신부 |
제1237호 (2007년 11월 4일) 연중 제31주일 수원주보에서
교도소에서 온 편지 - 성모님께 드립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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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스도님 자비를 베푸소서.”
성가대의 노랫소리가 저의 온 몸을 파고드는 듯, 그 울림에 코끝이 짠하면서 마음 또한 뭉클해져 흐르려는 눈물을 참았으나, 미사 중에는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주님께선, 제가 이렇게 죄인의 몸이 되어서야 회개하며 후회의 눈물을 흘리게 하셨습니다. 이젠 주님의 그늘에서 벗어난 삶을 살지 않겠노라 다짐하며, 지난날의 허물을 이곳 갈멜 공소에서 다 벗고 가라는 주님의 은총에 저는 하루하루 기적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두운 저의 과거를 세상 어느 누구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던 이 ○○○가, 비록 아직도 어두운 터널 속이지만 늘 함께 하시며 저를 환히 밝혀주시는 주님의 빛이 있기에 과거를 고백하고 신부님, 수녀님, 여러 형제, 자매님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용서를 받고 싶습니다.
“성모님” 제가 이곳 갈멜 공소에서 김기원 요한사도 신부님께 10년 만에 고해성사를 보고 기도드렸죠. “부족함이 많사오나 저를 주님의 도구로 써 주소서.” 기억하시죠? 그 뒤 저를 성가대 종교거실로 이끌어 주셨잖아요. 그곳에서 찬양의 기도로 저를 조금씩 변하게 하여 주셨고, 세상의 빛과 어두움을 보는 눈을 주셨으며, 주님을 찬양하는 입으로 말씀을 전할 수 있는 기쁨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또한 저에게 △△봉사를 맡겨 주심에, 이 순간에도 성모님 사랑의 체온을 느낍니다. 지난날의 잘못을 속죄하며 용서받는 자세로 제 자신을 희생하는 성모님의 아들 ○○○는 성모님께 순명하는 레지오 단원이 되겠습니다. 또한 종교거실에서 지내면서 묵주기도를 매일 열심히 바치겠습니다. 저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안고 지내는 불쌍한 아내와 자식들의 아픔과 슬픔의 고통을 거두어 주시고, 그들에게 건강한 몸과 정신을 주시기를 또한 기도드립니다.
“성모님!” 갈멜 공소 김기원 사도요한 신부님과 김 아마타 수녀님, 그리고 형제, 자매님들을 통해 참 그리스도의 사랑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그 사랑 잊지않고, 받은 사랑에 더하여 나눔을 갖는 봉사자가 되게끔 성모님께서 저를 이끌어 주시옵소서. 성모님,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첫 단추를 잘 채워 한 발, 한 발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지난날의 삶이 너무도 안일했기에, 그 삶의 보속으로 많은 봉사자님의 정신을 본받아 주님을 따르기를 원합니다. 이 죄인에게 사랑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며, 주님의 기도로 마칩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교정사목부 : 268-7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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