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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에서 '기준'이란 뜻의 파(par)보다 적게 치는 좋은 스코어는 모두 새와 관련이 있습니다. 파보다 1타 적게 친 버디(birdie·작은 새)는 19세기 말 미국 뉴저지주에 있는 애틀랜틱 시티 골프장에서 시작됐다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조지 크럼프라는 골퍼가 홀에 한 뼘 정도 거리에 떨어진 샷을 날린 후 "멋진 샷이야(That was a bird of a shot)"라고 외쳤는데, 당시엔 버드가 '멋있는(wonderful)', '뛰어난(excellent)'이란 뜻을 담고 있었다고 합니다. 결국 크럼프는 파보다 1타 적은 타수로 홀을 마쳤고, 이후 이런 스코어를 버디라고 불렀다는 이야기가 꽤 설득력 있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파보다 2타 적게 친 이글(eagle·독수리), 3타 적게 친 알바트로스(albatross·신천옹)의 어원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버디'보다 어려운 샷인 만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새의 이름을 붙인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파보다 1타 더 치는 보기(bogey)엔 '도깨비'라는 뜻이 있습니다. 명확한 정황을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1890년대 영국의 한 군인이 파보다 1타 많은 스코어에 도전했다가 번번이 실패하자 "나를 잡아가려는 도깨비(bogey man)처럼 무서운 스코어"라고 푸념했으며, 이 말이 골프를 즐기는 군인들 사이에서 유행했다고 합니다. 한때 보기 스코어에 '대령'이란 계급까지 붙여줬다고 합니다. 1914년엔 '보기 대령 행진곡(Colonel Bogey March)'이라는 노래도 만들어졌는데 영화 '콰이강의 다리'에서 영국군 포로들이 휘파람으로 부르는 바로 그 노래입니다.
한편 라이(lie)는 골프를 칠 때 공이 놓여 있는 위치나 상태를 말합니다. 그러나 퍼트를 하기 전에 그린 상태를 살피는 것은 "라이를 읽는다"가 아닌 "퍼트선(line of putt)을 읽는다"라고 표현하는 게 옳습니다.
조선일보 2009.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