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첩첩 물첩첩 손 안탄 ‘육지 속의 섬’
토끼도 물만 먹고 갈 강줄기 ‘이북에서 왔수다’
욕정 못 이겨 스님 파계한 ‘파승탕’, 꼭꼭 숨어
‘양구에 오시면 10년이 젊어집니다.’
양구 들머리 길에 걸린 펼침막 글이다.
청정한 고장이란 주장이다.
강원 중북부 휴전선과 이웃한 최전방 지역이다.
아마도 군 단위 지자체 중에서 전국적으로 알려진 게 별로 없는, 몇 손가락 안에 드는 고장일 것이다.
양구는 지역 전체가 오지에 속한다.
중남부는 파로호·소양호 물줄기에 잠겼고, 중북부는 1000m가 넘는 고봉들이 즐비한 물첩첩 산첩첩의
산골이다.
주민 2만2천명.
군인이 주민보다 많다.
북부지역은 대부분 군사지역으로 민간인 출입이 통제된다.
춘천~양구를 잇는 46번 국도가 포장되기 전까지는 파로호나 소양호를 이용한 뱃길이 훨씬 빠르고
편했던 육지 속 섬이었다.
요즘 이런 악조건이 되레 양구를 보기 드문 청정환경의 고장으로 떠오르게 하고 있다.
가도 가도 산골인데, 읍내에선 공장 굴뚝 하나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양구가 최근 경춘고속도로 개통으로 서울에서 차로 1시간30분대 거리의 여행지로 성큼 다가왔다.
34.8㎞ 구비구비 폭포와 소…국내 최대 열목어 서식지
파로호로 흘러드는 물줄기 중에 수입천(水入川)이 있다.
군사분계선 이북 옛 수입면 쪽에서 흘러오는 수량 많고 깨끗한 하천이다.
물샐틈 없는 경계도 아랑곳없이 물은 유유히 흘러와, 양구 서북쪽 산과 들을 굽이돌며 논밭을 적신 뒤
파로호로 들어간다.
총길이 34.8㎞다.
민통선에서부터 이 물줄기를 따라 내려가며, 비교적 덜 알려진 경치를 찾아보는 여행이다.
민통선 안의 두타연과 방산면 장평리의 직연폭포, 상무룡리의 파서탕이다.
찬물에 발 담그고 쉬거나, 견지낚시 던져볼 만한 곳이 수두룩하다.
두타연은 민간인 통제선 안에 있다.
2003년 6월 일반인 탐방을 허용해, 50년간 숨어 있던 때 묻지
않은 경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방산면 고방산 삼거리 옛 초소에서부터 동면 월운리에 이르는
18㎞ 구간이다.
지난해부터는 민통선 초소를 고방산 초소에서 1㎞ 더 들어간
안쪽으로 옮겼다.
고방산(古方山)은 고려때 이곳에 방산현(方山縣)이 있던 데서
나온 이름이다.
두타연은 고방산에서 6㎞ 거리의 건솔리 드렛골,
수입천 지류에 만들어진 커다란 물웅덩이다.
바위 사이를 비집고 쏟아져내리는 폭포 밑에 둘레 50m가량의 이 검푸른 소가 있다.
본디 이름은 드레소였으나, 부근에 있었다는 절 두타사(頭陀寺)에서 이름을 따와 두타연으로 불린다.
소 주변 물줄기는 국내 최대 열목어 서식지다.
바라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소와 폭포인데, 소 옆에 입을 벌린 검은 동굴이 한결 서늘함을 더해준다.
입구 지름 10m, 길이 20m의 자연굴이다.
오래전 금강산 장안사의 한 스님이 꿈에 ‘남쪽으로 가라’는 계시를 받고 이 동굴에 들어가 관음보살을
친견한 뒤 두타사를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두타사는 정확한 절터 위치나 연원이 밝혀지지 않은 절이다.
방산 지역에 있었던 절로, 17세기 이전에 폐사된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양구군은 최근 강원대 인문과학연구소와 함께 양구군의 대표적인 절인 두타사와 심곡사 절터의 가치를
조명하는 심포지엄을 여는 등 발굴·보전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두타연 생태탐방로 들어서면 녹색인간 ‘변신’…사흘 전 신청해야
지난 5월 두타연을 중심으로 아래위 물길과 숲길을 따라
한바퀴 돌며 경치를 즐길 수 있는 생태탐방로를 조성해
볼거리가 많아졌다.
때 묻지 않은 숲과 깨끗한 물이 가슴속까지 푸르게 물들일
듯한 산책로다.
출렁다리·징검다리, 그리고 폭포와 소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정자가 이어진다.
총길이 1.2㎞의 탐방로다.
(징검다리 일부는 이번 장맛비로 유실됐다.)
탐방로 좌우는 지뢰 세상이다.
역삼각형의 붉은 지뢰표지판이 줄줄이 이어진다.
삼각형 표지는 ‘지뢰 존재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지역’,
사각형 출입금지 표지판은 ‘지뢰가 확실히 있는 지역’을
가리킨다.
정해진 탐방로를 벗어나거나, 물가를 따라 걷는 행위는
위험하므로 삼가야 한다.
탐방로에서 나와 비포장길을 따라 차로 4㎞ 더 가면 하야교
건너 왼쪽 취수장 옆으로 ‘금강산 가는 길’이 나온다.
동면 쪽에서 넘어와 북쪽으로 이어진 31번 국도로, 30㎞쯤 가면 내금강에 이른다고 한다.
두타연을 탐방하려면 사흘 전 양구군청 경제관광과(033-480-2278)에 신청해야 한다.
하루 1회, 아침 9시에 양구읍 명품관(관광안내소) 앞에서 모여 문화해설사와 함께 각자의 차량으로
출발한다.
월요일 쉼. 입장료 어른 2천원.
수입천 물길은 민통선에서 빠져나와 460번 지방도를 따라 서남쪽으로 굽이쳐 흐른다.
고방산리·송현리·현리(방산면 소재지)·오미리를 거쳐 상무룡리에서 파로호로 흘러든다.
방산면 소재지 부근 장평리 물길에도 볼만한 폭포와
소가 형성돼 있다.
방산자기박물관 주차장에 차를 대고 물가로 내려가면
검푸른 소와 거센 물살의 폭포를 만날 수 있다.
직연폭포(직소폭포)다.
본디 물줄기가 수직으로 떨어지는 높이 15m의 폭포여서
직소폭포라 불렀다 하나, 물살에 무너지고 파여 지금은
비스듬히 누운 폭포로 바뀌었다.
직소폭포로 불러오다, 100여년전 이곳 현감이 직연폭포라
고쳐 불렀다고 전해진다.
폭포 옆 바위에 ‘직연’(直淵)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다.
소 전망대 옆엔 일제 말기에 만들어진 소규모 발전소
흔적이 있다.
방산면은 조선시대 백자 생산지이자 질좋은 백토 산지로
이름을 떨치던 곳이다.
최근 방산면 철전리에서 100년 전의 백자 가마터 5기가
발견되기도 했다.
방산자기박물관에선 조선 백자의 과거의 현재를 두루
살펴볼 수 있다.
전기가마·가스가마·장작가마 등을 갖춘 70여평의
체험공간도 마련돼 있다.
흙 만들기와 성형, 가마에 굽는 과정 등 초급부터 고급과정까지
백자 만들기의 전 과정을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1일 자기 빚기 체험은 1만원.
피라미·갈겨니·누치·꺽지·모래무지·쉬리…물 반 고기 반
장평리부터 오미리까지 수입천 물길은 완만하고 얕은 곳이 많아 피서객·낚시꾼들이 많이 찾는다.
남전(남밭)마을 남전교 주변은 물이 얕으면서도 곳곳에 여울이 형성돼 있어
특히 견지낚시꾼들이 몰려든다.
남전교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니 다리 좌우로 족대를 들고 고기잡이에 열중하는 가족들이 널렸다.
피라미·갈겨니·누치·꺽지·모래무지·쉬리 등이 많이 잡힌다.
물길 따라 가면 안터 마을의 안터교, 파서탕교 지나 비포장길이 시작된다.
주차장 터(공사중)에서 차량 교행이 어려운 비좁은 길을 따라 2㎞쯤 들어가면,
양구 주민들도 잘 모른다는 깊은 소, 파서탕(파승탕·파스탕)이 있다.
양구읍 상무룡리에 속하는 지역이다.
사유지임을 알리는 문을 지나면 민박집이 나오고, 그 앞쪽으로 물길이 굽이치며 만든
검푸른 소가 모습을 드러낸다.
수영금지·어로금지 구역이지만, 낚시는 가능하다고 한다.
파서탕의 본디 이름은 ‘파계한 스님’을 뜻하는 파승탕이다.
옛날 소 부근 암자에서 수도하던 스님이 이곳으로 목욕하러 왔다가 바위틈에서 몸을 씻던 처녀를 보곤
본능을 이기지 못해 결국 파계하고 말았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1970년대 말 군부대 휴양지로 이용되면서 더위를 물리친다는 뜻의 ‘파서탕’이란 간판을 써붙여 이름이
바뀌었다.
파승탕에서 물길 따라 500m 더 가면 길이 끊긴다.
수입천 물길은 2㎞쯤 더 흘러 상무룡리 앞에서 파로호와 몸을 섞는다.
상무룡리는 금악리나 양구읍 쪽에서 산길을 돌아 한참 들어가야 하는 오지마을이다.
요즘은 낚시꾼들이 몰려드는 이름난 낚시터가 됐다.
폐교(1998년)된 비봉초교 상무룡분교의 아담한 교실건물과 손바닥만한 운동장이 조용했던
옛 산골마을 정취 한자락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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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 여행쪽지> ⊙ 가는 길 서울 강일나들목에서 경춘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춘천분기점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바꿔 타고 춘천으로 간 뒤 46번 국도 따라 양구로 간다.
경춘국도 타고 춘천으로 가서 46번 국도를 이용해도 된다. ⊙ 양구배꼽축제 양구는 우리 국토의 정중앙에 있어 한반도 배꼽마을로 불린다.
8월8~16일 양구읍 서천변 일대에선 ‘양구 배꼽축제’가 열린다.
민물고기 잡기·방산백자 만들기·백토머드 체험·천연오방 염색체험·배꼽건강 체험 등
체험행사와 함께 예쁜 배꼽·큰 배꼽 등을 뽑는 배꼽 콘테스트를 비롯해
전국밸리댄스대회·록페스티벌 등 행사가 펼쳐진다.
서천변 캠핑장에선 미리 신청(033-480-2229)하면 텐트를 거저 설치해 준다.
양구군 경제관광과(033-480-2251), 방산자기박물관(033-480-2664). ⊙ 먹을 곳 직접 뽑은 메밀막국수를 내는 광치막국수(033-481-4095),
도촌막국수(033-481-4627), 대부분 직접 캔 나물로 산채비빔밥을 내는
청수골(033-481-5890), 오골계 백숙으로 이름난 석장골 오골계(033-482-0801),
곰취찐빵 만들기 체험도 가능한 예닮식품(033-481-8989). ⊙ 묵을 곳 푸른솔농원(033-481-1357), 양구KCP호텔(033-482-7700). 양구읍에 여관·모텔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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