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행진과 치솟는 물가에 여름휴가 계획 잡기가 겁난다. 실제로 지역 한 백화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13%가 휴가계획이 전혀 없다고 응답했다. 더구나 큰맘 먹고 나서도 유명 휴양지마다 북적대는 인파는 휴가의 즐거움을 떨어트리기 마련. 그렇다고 여름 내내 '방콕'으로 일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올여름 큰 부담없이, 가족끼리 오붓하게 찾을 수 있는 경북도내의 덜 알려진 피서지를 소개한다.
'아아, 나는 아름다움의 실체를 보았다. 창수령을 넘는 동안의 세 시간을 나는 아마도 영원히 잊지 못하리라. 세계의 어떤 지방 어느 봉우리에서도 나는 지금의 감동을 다시 느끼지는 못하리라. 우리가 상정할 수 있는 완성된 아름다움이 있다면 그것을 나는 바로 거기서 보았다. 오, 그 아름다워서 위대하고 아름다워서 숭고하고 아름다워서 신성하던 그 모든 것들…… 그 눈덮인 봉우리의 장려함, 푸르스름하게 그림자진 골짜기의 신비를 나는 잊지 못한다. '
소설가 이문열의 대표작 '젊은날의 초상'에서 방황하던 주인공 영훈이 '완성된 아름다움'에 전율한 창수령은 영양군과 영덕군의 경계를 이룬다. '산새도 꺼리고, 불어오는 바람조차 피해 가는 것 같았다'고 작가가 표현한 대로 '낙동정맥'(洛東正脈) 등산꾼들만 이따금 찾는 곳이기도 하다.
영양읍에서 918번 지방도로를 타고 창수령으로 향하다 무창삼거리에서 우회전, 917번 지방도로로 5분만 달리면 또 하나의 비경이 숨어있다. 바로 '삼의계곡'이다. 해발 807m의 맹동산에서 발원하는 삼의계곡은 수비면 수하계곡보다 유명세는 덜 하지만 아름다움은 그 못지않다. 물은 수정처럼 맑고 차가워 버들치가 노니는 바닥까지 훤히 들여다보인다. 특히 수심이 얕아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피서객들에게는 제격이다.
삼의계곡은 또 크고 작은 폭포가 많다. 그 중 물줄기가 사자 입 속으로 쏟아지는 형상을 한 사자암 폭포(높이 8m)가 장관이다. 6㎞나 이어지며 환상의 절경을 펼치는 계곡 곳곳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야영장과 주차장이 설치돼 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계곡에서 가까운 맹동산도 올라보자. 바람이 세 나무는 못 자라고 풀만 자란다고 해 '민둥산'이라고 이름 붙은데서 알 수 있 듯 산 정상에는 대관령을 떠올리게 하는 드넓은 초지에 한우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멀리 바라다보이는 동해바다 전망도 일품이다.
특히 이곳은 올 초부터 풍력발전단지(48기 예정)를 조성 중이어서 이국적인 풍광을 연출한다. 영양군청 총무과 배창석(45) 공보담당은 "맑은 물이 사시사철 흐르는 계곡과 푸른 초원, 억새밭이 잘 어울려 산악스포츠에도 적격"이라며 "인근에는 도시민 은퇴자들을 위한 실버타운도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시 무창삼거리로 돌아가보자.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걸어서 터덜터덜 올라갈 수도 있지만 창수령은 이제 포장이 말끔히 돼 있다. 고개 넘어 승용차로 15분이면 검푸른 대진해수욕장에 도착한다. 소설 속 주인공이 라면으로 허기를 때우던 고갯마루 주막집은 이제 찾을 길 없지만, 젊은날의 번민과 사랑이 아직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숙소 및 식사= 두들마을 고택체험(방 3만~5만원), 디미방 음식체험(1인당 2만~5만원), 블루밸리쉼터(054-683-5532), 풍경펜션(054-682-3633). 영양군청 관광개발담당(054-680-6043), 영양군 관광홈페이지(http://tour.yyg.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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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가까운데 좋은자료네...늘 고맙다..더운데 희원이 애쓴다 ..이마에 땀방울 씨익 흠치면서 시원한 냉커피 생각나거든 내가 쏠께 계산은 주락이 카드로한덴다..우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