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순환농법만을 알고 지내다가 예술농법(자연농법)을 접하고 며칠이 지났다. 송광일 박사의 저서 채소의 진실도 읽었다. 지금까지 자연순환농법만이 최고의 길이라 생각했던 사고의 틀을 깨는 계기가 되었다. 두 가지 농법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일까? 은혜가 이해하는 것은 이렇다. 공통점: 경운을 하지 않는다. 농약, 제초제, 비료나 밑거름을 주지 않는다. 자연의 순리에 맡기고 작물의 능력을 믿고 맡긴다. 차이점: 비닐멀칭: 예술농법(자연농법)에서는 여름철을 제외하고 비닐멀칭을 한다. 자연순환농법에서는 하지 않는다. 대신 유기물 멀칭을 기본으로 한다. 투입: 예술농법(자연농법) 에서는 무투입이 원칙이다.(사실은 전작물의 잔사를 고랑에 깔아줌) 물도 주지 않는다.(최소한의 관수) 자연순환농법에서는 토양미생물을 배양시켜 주거나, 미생물의 집을 짓고, 양분을 만들기 위해 풀이나 낙엽, 폐 식물성 자재들로 유기물 멀칭을 해 준다. 밭만들기: 예술농법(자연농법) 에서는 두둑을 높이 올리고(그림으로는 거의 1미터 이상?) 점적호스를 설치한다. 자연순환농법에서는 두둑을 올리거나 고랑을 파는 것이 아니라, 지표면에 그대로 틀을 짠다. 가장 큰 차이점: 예술농법(자연농법)은 비닐하우스 안에서 하는 농법이고, 자연순환농법은 비닐하우스를 원칙적으로 배격(?)한다. 농사를 하면서 지구 환경, 생태계를 지키는 농법이다. 그렇다면, 은혜의 농법은 어떤 농법일까? 조그만 비닐하우스 두 동 (100평 조금 넘을까?? 150평??) 과 노지 500평 정도, 합계 육백평이라고 해 두자. 비닐하우스에서 주로 모종을 직파하고, 그 모종을 노지에 옮겨심으려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은 노지에는 시금치와 월동초, 하우스에는 쌈채소가 나오고 있다.) 모두 유기물 멀칭을 했다. 볏짚과 전작물 잔사와 풀, 그리고 왕겨로... 소비자들의 호응이 무척 좋다. 아직 작물이 많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내가 키운 채소를 먹는 것을 즐거워 한다. 그러나... 아직도 부족한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송광일 박사님과 김윤수 선생님... 두 분이 생각하시는 것도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 송광일 박사님은 작물의 한계를 극복하여 보약처럼 몸에 좋은 것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고, 김윤수 선생님은 거기에다 생태계를 복원하고 지구환경을 지키는 목적이 더해진다. 어느것이 더 자연에 가까울까... 나는 김윤수 선생님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어떻게 키운 것이 더 몸에 좋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자연스럽게 키운다는 개념으로 보면 김윤수 선생님이 더 맞을 것 같고, 식물의 능력을 최고로 발휘하게 만드는 것은 송광일 박사님이 더 완벽할 것 같다. 노지에서는 비 때문에 물관리가 되지 않기 때문에... 두 가지 농법 다 쉬운 것은 아니다. 김윤수 선생님은 30년 가까이 농사를 하신 노하우가 담겨있고, 송광일 박사님은 생명공학자의 노하우가 담겨 있다. 은혜의 농법은 어떤가? 아직은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 이제 겨우 입문했을 뿐이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내가 기른 것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바보같은 생각이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이 두 분을 따라, 은혜 만의 독특한 또 하나의 농법이 확립될 것이다. 농부는 모두 각자의 땅과 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각자의 농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나름 최선을 다했는데,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작물을 심기 전에 유기물 멀칭을 하고 밭만들기를 끝낸 후에 시작해야 하는데, 나는 욕심이 앞서서(피복재료를 구하기도 어려웠고) 작물을 먼저 심었다. 만약, 처음 시작할 때 송광일 박사님의 농법을 알았더라면, 유기물 피복때문에 이렇게 고생하지 않아도 되었을 터인데... 멀칭 과잉으로 삼채를 질식시켜 죽이기도 했고, 질소부족현상으로 케일이 마르기도 했고, 물 공급이 지나쳐서 미나리에 진딧물이 퍼져서 고생을 했다. (아마도 질소 과잉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내가 뭘 준 것은 별로 없지만--미생물과 소변 액비를 아주 조금 주었지만---) 전에 관행농사를 하던 곳이라 영양 과잉 상태가 되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염류 장해 이든지...) 노지에는 괜찮은 것 같다. 겨울 작황이 좋지 않아서 거의 내버려 둔 탓일 수도 있다. 케일은 가을에 무성하더니, 겨울에는 거의 죽음 직전에 갔다가...지금은 거의 회생하고 있고, 얼어 죽을 것 같던 콜라비도 허리를 눕히고 개고생을 하더니, 믿을 수 없을 만큼 싱싱해 지고, 루꼴라도 얼어죽을 것 같았는데, 소생하고 있고... 대신 하우스에는 겨우내 쌈채소를 수확
하느라 아낌없이 정성을 쏟았더니...물 때문인 것 같다...반 이상이 얼어서---어린 것으로 대체해 나가지 않았으면 거의 전부가 --얼어서 죽었다... 나중에 연탄난로도 피우고 극성을 피웠지만...매일 가서 돌보고 했지만...차라리 겨울 동안에 물을 한방울도 주지 않았다면 전부 살았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자연순환농법만 생각했을 때는 물에 대해서 크게 고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겉흙이 말랐다 싶으면 물을 주었는데...그것이 겨울 농사의 실패 원인인 것 같다. 지금이라도 원인을 알았으니 다행이지만... 하우스에도 한 2주 정도 수확도 안하고 돌보지 않을 때는 오히려 나았던 것 같다. 그리보면 김윤수 선생님 말씀처럼, 작물이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면 공포에 떤다'고 하던 말이 맞았다는 생각이 든다. 거의 돌아보지 않았던 노지에는 더 춥고 물도 준 적이 없는데, 영하 10도에서도 살아남은 아이들이 거의 90프로 이고, 온갖 정성을 들인 비닐하우스에는 오히려 거의 모두가 얼어죽었다는 것... 밤낮의 기온차가 극심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낮에는 30도까지 올라가고 밤에는 노지만큼 기온이 떨어지는 하우스에서 건강하게 자라기는 틀린 것이 아니었을까... 여름 농사도 계속 걱정하고 있다. 사질양토라지만 길보다 훨씬 낮은 밭에 무엇을 심어도 홍수때는 물에 잠기게 되는데... 높은 밭과 둔덕을 많이 활용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낮은 밭에는 샐러리와 미나리 종류...그리고 키가 큰 식물들... 낮은 밭에는 가을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올해가 첫 농사이다... 높은 밭에도 작년에는 거의 소출이 없었는데...그때는 유기물 멀칭이 부족한데다 홍수때문에 골짜기의 토사가 덮쳐서 그랬지만...올해는 좀 더 업그레이드 될 것라 믿는다. 욕심만 많아서, 올 해 연봉 2천 할 거라고 카페에 올려 놓았는데...이건 욕심이다... 내가 먹을 것만 제대로 해도 버는 건데... 마음을 비우고...작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어떻게 해야 튼튼하게 키울지를 먼저 생각하고, 땅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실패 보다는 성공을 향하여 가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
출처: 살아있는 땅 원문보기 글쓴이: 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