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음..으으음..=_=..응...
"야 니 언니 깨워라!!!!쟤 출근 안한대냐!?!?!"
귓속을 간지럽히는 기분좋지 않은 엄마의 목소리.
이어서 방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잠에 취한 내가 이불속에 얼굴을 묻으면..
"언니.일어나.벌써 3시야.출근안해?"
"으응..나 졸려..잘래.."
"그러다 짤려 진짜..빨랑 일어나.."
"니가 대신 해주라..나인척 하구 해주라 ㅠ0ㅠ.."
"무슨소리 하는거야 지금..내가 어떻게 언니인척 해.."
"그래!!!내가 너보다 못생겼다고 날 무시하는거지!!!!!
너도 날 선머습 취급하는거야!!그렇지!!!!!-0-!!!!"
"정말 왜이래!!추접스럽게!!!!!"
"..그래..난..추접스러워....난 추악한 거머리야..ㅠ0ㅠ.."
"빨랑 나와서 밥이나 먹어!!"
어제의 쪽시런 기억에.
이불속에 얼굴을 묻고 울준비를 하는데..
엉덩이를 찰싹 찰싹 때려가며 출근길을 재촉하는 엄마가.
나의 슬픔을 모두 깨트려버렸다..ㅠ_ㅠ..
"엄마.나도 좀 울자!!!!"
"울긴 니가 뭘 잘했다고 울어!!!!
또 지각해서 짤렸네 어쩌네 하지 말고 후딱 밥먹고 나가!!!!!!!"
"....밥 안먹어!!!!"
"먹지마!!!!!!쌀없어!!!!"
"......나만 미워해 진짜..ㅠ_ㅠ.."
궁시렁 대면서 옷입는 중..ㅠ_ㅠ
점심밥도 못얻어먹고.
캡모자를 푸욱 눌러쓰고 집을 나서..
한달전부터 일하게 된 스포츠 센터앞에 발걸음을 멈추었을때..
문앞에 걸린 휴가중이라는 팻말이...
내 얼굴 근육을 마비시킨다..
"....형아.!!오늘 안해요?오늘 수영안해요!?"
돌부처처럼 굳어버린 내 뒤에서..
바짝 쉰 목소리로 고함을 쳐대는 꼬마아이..
그랬지..
어제 박코치가..4일간 휴가라고 분명히 그랬었지..
휴가였지..오늘부터 우리 휴가였었지..ㅠ0ㅠ..
"형아!!!오늘 안하냐구요!!휴가갔어요?다 바다 놀러갔어요!?"
"너 이렇게 생긴 남자 봤어!!!!!!!!!?!"
"누나였어요.?미안.-0-"
"비켜!!!!!!-0-"
"형아 근데요."
"이게 진짜!!!!!"
쿵.
굳은살 베긴 주먹으로 얍살스런 꼬맹이의 머리를 한대 쥐어박고.
"으에에에에엥 ㅠ0ㅠ !!!!!!"
등뒤로 들려오는 엄청난 울음소리에.
후닥닥닥.버스정류장을 향해 미친듯 달려버렸다.
- _ -
그리하여 도착한곳이 77-1번..
얼굴을 창가에 가져대고 조심스레 비벼보았다..
그러면 떠오르는 재인이의 얼굴..
그리워진다..
고등학교땐.나 이러지 않았는데..
머리도 길고.말도 예쁘게 하고..옷도 여자처럼 입었는데..
내가 이렇게 된거..따지고 보면 다 너때문인데..
잘보일 사람 없어서..
하루하루 망가지다 보니까..
결국 이지경이 되버린건데....
버스기사의 깨름직한 표정이 빽미러를 통해 내 얼굴로 꼳히면..
그때 반갑게 울려대는 나의 핸드폰 벨소리.
삐삐!삐삐삐!!삐삐삐삐!!삐삐삐삐!!!!
눈씻고 찾아볼래야 찾아볼수 없는 단음 벨소리는.
또다시 버스안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켰고..ㅡ.,ㅡ..
피곤한 나는..아주 조심스레 핸드폰을 열고 다음으론 입을 열었다.
"여보셩.."
"어.강윤이야?!"
"...응..미자구나.."
"야.너 지금 어디야??"
"...칠칠 다시 일번 맨 끝에서 둘째자리...."
"뭐야.대낮부터 술 처먹었냐?"
"..아니..술좀 사주라.."
"일루와.!!"
"어딘데..?"
"우리 학교!!"
"거길 내가 왜가.."
"오늘부터 축제라구 했자네!!너 소개시켜줄 사람 있으니깐 빨랑 와봐!!"
"소개..?왠 소개..됐다...그런건 안할란다.."
"오면 볼꺼 많아!저녁에 공연도 하구 노예팅도 하구!!!
그리구 먹을것도 많아!!!"
"먹을꺼 뭐있는데!!!!!!!"
"어머!깜짝이야!!!"
"나 배고파..먹을꺼 뭐있는데..ㅠ0ㅠ..."
돼지고기.♬해물파전♬막걸리♬
우동♬닭갈비♬샌드위치♬
신이 난듯 재잘재잘 대는 미자의 목소리에.
나는 입안 가득 침을 질질 흘려가며.
단걸음에.
츄리닝 차림에 캡모자를 쓴채로..
아주 아주 빠른 속도로..그러니깐 더 정확히 말해 16분만에.
미자가 다니는 대학교에 도착할수 있었고..
"어머 야 !!진짜 빨리왔다!!!!!!>ㅇ<"
호들갑스레 날 반기는 미자의 손에 끌려.
포장마차 비스무레한 천막안에 덩그러니 놓여질수 있었다..
- _ - ...
..뭐야..이거..
닭갈비가 어딨어..
내 샌드위치는..내 돼지고기는 어딨어...
내 막걸리는..어딨어..ㅠ0ㅠ...
"봐봐.송이야.얘가 강윤이구.강윤아.얘 내 동아리 후배 송이.!!"
무표정한 내 얼굴앞에.손을 달달달 흔들어보이곤..
이내 내 맞은편에 앉은 귀엽쌍한 여자아이를 가르키는 미자..
"먹을꺼 어딨어..."
"인제 올꺼야.방금 시켰잖어!!빨랑 송이한테 인사해.
얘가 그때 너랑 나랑 술먹는거 보고 얼마나 소개시켜달라구 닥달하든지.
^ㅇ^"
"..안녕..-_-.."
탐탁치 않은 나의 모습에.
부끄러운듯 양볼을 가르키는 송이.
뭐야...얘 왜이래..- _ -..
"잠깐만.나 혁철오빠한테 호출왔다!!
송이야.얘기 잘하구 있어!!
나 금방올께!!"
송이를 향해 한쪽눈을 찡긋해보이곤.허둥지둥 바깥으로 나가버리는 미자.
뻘쭘한 나는.눈앞에 놓인 해물파전에 정신이 팔린듯 달려들었고..
머리를 양쪽으로 묶은 이 정체불명의 송송이는..
사근사근 대는듯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_-^
"언니...저....언니..."
"우걱우걱.."
"...언니.."
"응.말해.듣구있다"
"..언니..너무 멋있어요.."
"뭐-0-????"
"너무...멋있다구요...>ㅇ<"
......-_-......
그래서 어쩌라는거야..
24살먹은 여자한테 너무 멋있단말을 하다니..
넌 대체 나한테 무슨 대답을 원하구 있는거냐..-_-..
어쨋든...
"그래.고마워.-_-"
"제가 먹여드릴까요..?"
"아니!!!됐어!!!!!-0-!!!!!"
"..네......"
풀이 죽은듯.먹고 있는 나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다가..
이리저리 재잘재잘 떠들어대는 송송이..
성이 송인지 판지 내가 알바는 아니지만..
어찌됐든간에..
2시간이 지나고.3시간이 지나도..
나를 이리로 불러낸 미자년은.올생각을 않고..
"언니 닭갈비도 갖구 올까요???목맥히시죠.기다리세요.
콜라도 사올께요.."
끊임없이 나의 먹거리 시중을 드는 송송이로 인해.
나는 별 불평없이 오랜시간 자리를 지키고 있을수 있었다.
그리고..
홀쭉하던 배가 점점 두꺼비 배로 탈바꿈 하려는 찰나..
촤르르륵!!!!!!!!!!!!!!!!
요란한 소리와 함께 노오란 천막이 걷히고.
"야!!야!!!강윤아 너 잠깐 빨랑 좀 와봐!!!!!!!!"
"뭐야 뭐!-0-!!"
오징어 다리를 입에 물고 있는 나를.
황급히 일으켜세우는 미자..
"너 지금 당장 나좀 도와줘야겠다"
"왜그래.무슨일인데.."
"일단 가자.가보면 알어!!!!"
"왜!!쌈났어!????"
"가쟤니깐!!송이야.미안!!잠깐만 기달리구 있어!
강윤이 금방 보낼께!!!!!!"
-0-........
넋이 나간 송송이가.둥글넙적한 눈으로 나의 마지막 모습을 배웅하고..
나는 미자의 손에 이끌려..
넓고 넓은 캠퍼스를 이리저리 누비며..
잔디밭 앞에 있는 커다란 무대뒤에 도착할수 있었다.
하아...하아...ㅠ0ㅠ......
......힘들다............ㅠ0ㅠ........
"야.!!나좀 도와주라!!!"
"하아..힘들다..ㅠ0ㅠ...너 뭐냐 진짜..."
"급해 도와줘.혁철오빠 대신 노예팅 나가줘..제발..제발.."
"..-_-..뭐라구..?다시..다시..말해봐.."
"혁철오빠 나가기루 했는데.여자친구가 알구서 길길히 날뛰구
지랄두 아닌가봐.근데 그 행사 빵꾸내면 내가 다 뒤집어쓴단말야..
강윤아..제발..부탁할께..이렇게 부탁할께.."
"그래서!!!!!너 지금 남자인척 하라는거냐!!!!!!!!!!!-0-!!!!!"
그랬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이 함성소리가..
무대쪽이라는걸 눈치채지 못한 내가 바보였다..
난 역시 거머리 머저리였다...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려 무대쪽을 바라보았을때..
이미 그 위엔..긴 생머리의 여자가 풀썩 올라가 노예짓을 하는중이였고..
무대앞에 모인 혈기왕성한 젊은놈들은
만원 이만원을 외치며 잔뜩 흥분해있었다..
시선을 조금 옮겨보면..
짜증난다는 얼굴로 그 혈기왕성한 젊은놈들을 야려대는 여대생들이
잔뜩 모여있고....
"그러니깐.너.지금.나보고.저 여자애들한테 팔리라는거니..?"
"제발..ㅠ_ㅠ..일단 무대에 서주기만 하면 돼.
너 팔리면.내가 쫓아가서 상황설명하고 너 다시 데리고 올테니깐..
일단 그냥 무대위에 스기만 해주라.응.?ㅠ0ㅠ..?"
"그게 말이돼!!!!니네 과랑 동아리 친구들 많을꺼 아냐!!!!
걔네 시키지 왜 멀쩡한 여자로 태어난 나를 남자 구실하게 만드
냐!!!!-0-"
"킹카 찍어온다고 큰소리 떵떵 쳤는데..
나 아는사람중에 잘생긴 남잔 혁철오빠밖에 없단말야..
진짜 킹카 없단말야..ㅠ0ㅠ.."
"그럼 내가 킹카니!!!!!!!!!"
"으엉엉엉 친구야 ㅠ0ㅠ 제발..내가 너 고등학교때 성적표도 고쳐주구
민쯩도 위조해줬잖어..ㅠ0ㅠ...제발..강윤아..강윤아.."
...정말 이게 뭔꼴이라니..
어제 사귀던 남자한테 질질 매달려서.
동생 친구놈한테 그꼴 걸린것도 모잘라.
오늘은 남자인척하고.게다가 노예가 되라니..
내 인생은 이제 끝없이 추락할 날만 남았구나....
그래서.그리하여.
결국엔.그렇게 되어..........
........
"네!!이번 노예는요!!!!
키 178에!!!!!주먹만한 얼굴에!!!여러분들이 좋아하시는
완벽한 꽃미남에!!!!야들야들한 손을 소유한!!!!!
번호 5번!!이강철랩니다!!!!!!"
....-_-..
첫째딸 낳았다고..뜨끈한 미역국을 먹었을 우리 엄마가.
참을수없이 가엾어지는 순간..
사회자와 모든 말을 맞춘 미자는.
조마조마한 얼굴로 무대위의 나를 바라보고..
이미 자포자기해버린 나는..
'무대위에선 말 한마디두 하지마.그냥 팔리면 밑으로 내려오면 돼
알았지?뒷일은 내가 다 알아서할께..사랑해 강윤아..ㅠ_ㅠ..'
미자의 마지막말을 곱씹으며..
소금먹은 조개마냥 작은 입을 앙 다물었다.
"오천원!!!!!"
"여기!!!!!만원>ㅇ
"오빠!!모자좀 벗어봐요!!!!!!여기 만삼천원!!!!"
"강철씨!!!여기좀 한번 봐줘요!!!!!여기 삼만원!!!!!!!!"
어질어질..비틀비틀..
빤짝이는 조명아래 서있는 나는..
두 손을 미친듯이 흔들어대는 골빈 여자들을 한심한듯 내려다보고.
나의 그런모습에 더더욱 자극을 받은듯.
(이 상황을 즐기는듯-_-)
여자에 정신팔린 돈많은 여대생들은..점점 더 액수를 높여가고 있었다.
강순이 귀에나 안들어갔음 좋겠구만..ㅡ.,ㅡ..
아이구..내 팔자야..
이강철이 뭐냐 이강철이...
"여기 10만원!!!!!!!!!!"
-0-.......
그때.맨 뒷쯤에서 들려온 카랑카랑한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모든 시선을 집중시키고..
숨이 턱 막힌 내가 목소리쪽을 향해 고개를 쭉빼면..
거기엔..
화들짝짝 웃고있는 송송이가..다시 한번 내 얼굴근육을 마비시켜버린다.
"네!!파격적입니다!!!10만원!!없죠!?!인제 없죠!?!?"
신이나서 마이크를 빙빙 돌려대는 제기랄스러운 사회자..
만감이 교차하는 나는..
허탈한 표정으로 송송이를 바라보고..
저게 대체 무슨속셈이야..
난지 뻔히 알면서..나를 사서 뭘하려는거지..
무슨 의도로 10만원이라는 거금을 내건거야 ㅠ0ㅠ..
이러면 빼도 박도 못하는데!!!!!!!!ㅠ0ㅠ!!
"강철오빠 빨랑 내려와!!!!!>ㅇ
그것이였다..
내가 엉겁결에 여자임을 자백하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는.
송송이의 윙크 섞인 이상 야릇한 표정이였다..
10만원에 팔려 무슨 험한일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충격에 휩싸인 나는.
억척스럽게 사회자의 손에 들린 마이크를 빼앗았고
"나 여자에요!!!!!!나 여자란 말이야!!!!!!ㅠ0ㅠ!!!!"
모자를 휙 벗어던지며..
미자의 우정에 배신때리는 짓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동시에 무대 밑으로 쏟아져나오는 야유와 함성소리..
"뭐야 뭐!!그럼 강철이 언니였어!?!?"
"우우우 뭐냐 우리 조롱하냐 -0-!!!!!!!"
-_-..난 몰라..
어쨋든 난 송송이와 위험한 밤을 즐기고 싶진 않아.
미자 니년이 그렇게 야려대두 난 정말 싫담말야..-_-
"하하!!네!!깜짝 이벤트였지요!!!!!
진짜로 속으신분 계세요!?!?!?"
얼토당토 않은 말을 찌뿌리며 상황수습에 나선 사회자.
울먹이는 송송이와 눈이 마주치고..
쬐금은.아주 쬐금은 미안한느낌이 들었지만..
난 허둥지둥 자리를 빠져나오기 위해 계단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그런 내 손을 터억 잡으며 사회자가 커다란 목소리로 소리쳤으니..
.....
..소리쳤으니..
=0=.......뭐...뭐라구....?뭐라구 사회자야..ㅠ0ㅠ...?
아아악!!!!!!안돼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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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9.17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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