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공의 적”에 보면
송행기 형사가 반장의 전화를 받고 시무룩해지자
강철중이 하는 말,
“왜 롯데가 졌대?”
그래도 침울해하자(곧 자살한다)
“씨팔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지”
라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을 보면서 나는 소리내어 크게 웃었다(푸하하).^^
나도 부산에서 학교(감옥말고)를 다니며 20년 가까이 살았지만,
부산 사람들의 특징을 그보다 더 잘 표현한 영화를 아직까지 보지를 못했다.
흔히 부산을 야구의 도시라고 한다(정말 野都 맞다!).
언젠가 한 학기동안 야간 수업(빵구난 학점 때문에)을 들은 적이 있었다.
하루는 당시(唐詩) 수업에 들어갔는데 교실이 텅텅 비어 있었다.
나는 교실을 잘못 찾았나 싶어 어리둥절해 앉아 있는데
마침 노 교수님이 들어오셨다.
“자네 혼자 왔는감?”
“예....” 괜히 송구스러워 머리를 긁적였다.
“다들 테레비 보러 갔구먼, 쩝”
교수님이 허탈한 얼굴로 컴컴한 운동장을 물끄러미 내다보셨다.
결국 그날 수업은 휴강이 되고 나는 떨뜨럼한 기분으로 휴게실에 갔다.
그런데 증말,
휴게실 테레비 앞에 아해들이 우르르 몰려앉아 눈에 불을 켜고
“주형광”이 공 하나하나 던질 때마다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그 예사 아닌 열기로 휴게실이 떠나갈 듯 했다.
(그 “열정”을 다른 도시 사람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 못한다(내기해도 좋다!).)
그 야구의 도시가(롯데 자이언츠가 올해 죽 쑤고 있다. 거의 83년 삼미 슈퍼스타 수준이다)
이제 곧 영화의 도시로 탈바꿈한단다(映都?).
(아이러니칼하게도 부산이란 도시는 정말 영화적이다.
영화 “나크”나 “8마일”, “웰캄 투 콜린우드”에 나오는 디트로이트처럼 영화적인 오브제가 무궁무진하다.
히로뽕, 빠징고, 밀수, 밀항, 조폭, 패싸움, 인신매매, 야쿠차의 현지처.....)
일단 고무적인 일이며,
부산국제영화제 개최를 진심으로 축하한다.
나도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추억이 좀 있다.
아마 1회 때였을 것이다.
그때는 모든 것이 미흡했다.
홍보도 잘 안됐고, 진행도 엉성했다.
그러니 자연 몇몇 잘 나가는 영화를 빼고는 극장이 텅텅 비다시피 했다.
당시 영화에 대한 열정이 좀 뜨거웠던(?) 나는
계획을 세워 다큐영화나 제3세계 B급 영화를 하루에 네다섯 편씩
도합 서른 몇 편을 봤던 기억이 새롭다.
영화 감상을 하는 재미도 남달랐다.
그 큰 극장에 관람객이라고는 고작 열 몇 명뿐이었고(아무리 영화제라도 그런 영화 잘 안 본다)
나는 극장 정중앙에 여자친구를 옆구리에 끼고 무솔리니처럼(정말 예비군복을 입은 날도 있었다) 거만하게 앉아서 그 귀한(개봉관에는 절대 안 걸린다) 영화들을 아주 유쾌하게 감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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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언제부턴가
그 영화제에 발길을 끊었다.
영화제 기간이면 되도록 해운대나 남포동쪽에서는 약속도 피한다.
회를 거듭할수록 사람들이 몰리고(사람이 많으면 변고가 생긴다)
주최측에서도 이젠 ‘영화’보다는 ‘제(행사)’에 더 관심이 있는 듯 하고.
특히, 어디서 동원한 듯한 아이들이 떼로 몰려다니면서 표를 싹쓸이하고
또 극장 안에 들어와서 까지 마치 월드컵 응원이라도 하듯 고함지르고
소란을 피우는데는 이게 정말 영화제인지
아님 스포츠 행사장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다.
(김화영 교수의 깐느영화제에 관한 단상을 읽어보면
한국 사람들 제발 꽹과리 좀 안 가져왔으면 하는 민망한 글이 있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또 내가 편견을 가졌을 수도 있고
하지만 영화제라면 그에 맞는 격이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나도 부산을 사랑한다.
소설이나 시나리오를 쓰면
대개 무대가 부산이고
부산이란 도시(공간)의 특징을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할까
머리를 쥐어짜며 밤새는 날이 허다하다.
(이건 여담이지만, 그런 의미에서 지금껏 가장 불쾌하게 봤던(비됴) 영화가 “친구(칭구?)”이다. 서푼짜리도 안되는 부산 사나이들의 “의리”를 강조하기 위해 여자들을 모독(그 “친구(위대한 마초들!)”들에겐 애초에 여자란 없다. 단지 희롱하고 짓밟을 수 있는 창녀와 작부만 존재할 따름이다)하고 똘마니들을 거의 일본 봉건시대의 하층민보다 더 비인격적으로 취급한다(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 모두 똘마니들인 것을))
해서
부산국제영화제가 좀 차분하고 성숙한 분위기에서
치러졌으면 하는 바램에서 이 글을 쓴다.
거듭 부산국제영화제 개최를 진심으로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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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인시 회원 여러분
가을 기운을 듬뿍 만끽하시고
행복해지세여........^^
두산이 죽쓰다뇨~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저는 요즘도 감동하고 있는데요~ 롯데도 올 연말엔 투자를 좀 많이 해서 내년엔 좋은 결과가 나와야 할텐데요. 한국야구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부산은 야구와 영화의 도시라는데 저는 지금도 의심 없습니다. 하나 더..."오빠야~" 그녀들의 이 한마디...^^;;
첫댓글 ^^ 너무 잘 읽었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두산도 요새 죽쑤는 듯 하더군요. 마지막팬클럽삼미슈퍼스타즈..인가? 그 책 읽으셨나? 넘 좋아하실 만 하네요. 엘지팬 야구광 친구가 그 책을 무지하게 권하는데, 아직 손이 안가요. ^^;;
두산이 죽쓰다뇨~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저는 요즘도 감동하고 있는데요~ 롯데도 올 연말엔 투자를 좀 많이 해서 내년엔 좋은 결과가 나와야 할텐데요. 한국야구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부산은 야구와 영화의 도시라는데 저는 지금도 의심 없습니다. 하나 더..."오빠야~" 그녀들의 이 한마디...^^;;
롯데... 그러니까 팔아먹지 말라니까... 그러네 (안 팔아버린 다음에 제 실력을 발휘하는건?) 음...
잠깐사이에 리플이 속속들이 생기는군요. 다들 까페에 계신가보죠?^^;; 저는 야구엔 별 흥미가 없어서 대화에 낄 수가 없군요.. 롯데가 그렇게 못하나요?
이기는 거 보는 날이면 모두 놀랍니다. 상대편이 몹시 재수 없는 날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