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들
부산은 영화의 도시다. 한국과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영화제가 매년 열린다. 촬영은 물론 편집 등 후반기 작업도 부산에서 많이 이뤄진다. 영화의 도시 중심지는 해운대와 남포동이다. 영화의 전당이 거기 있고 영화의 광장이 거기 있다. 그러나 영화라면 부산진구가 가진 저력도 만만찮다. 만만찮은 정도가 아니라 부산 영화의 중심지이던 시절도 있었다.
영화의 역사는 극장의 역사다. 애초 극장 상영을 전제로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부산의 첫 극장은 공식적으로 행좌(行座). 1903년 들어섰고 남포동 할매회국수집 앞에 표지석이 있다. 이때부터 1945년 광복을 맞을 때까지 부산에 족적을 남겼던 극장은 23곳. 초량과 영도에 각 2곳, 좌천동과 구포, 수정동, 범일동, 동래에 각 1곳을 빼면 모두 일본인 거류지 내지는 번화가였던 원도심에 있었다.
광복 후 부산에 처음 세운 극장이 서면 북성극장입니다 한국영화자료연구원 홍영철 원장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다. 이북 피난민 특유의 억양에 각이 섰다. 부산역 인근 사무실에 가면 세로로 세운 자료며 가로로 눕힌 자료며 둘둘 만 자료며 온통 영화에 관한 자료다. 1967년부터 연구자로 나섰으니 그 세월이 곧 오십 년이다. 부산영화 100년 부산근대영화사 등 숱한 저작을 펴냈다. 작년 연말 펴낸 부산극장사는 1947년 1월 23일 서면로터리 북성극장에 상당한 의미를 둔다. 극장은 로터리 범내골 방향 모서리에 있었다.
북성극장이 갖는 의미는 상당하다. 일제강점기 극장은 일본자본으로 세운 극장이었다. 주인이 밝혀지지 않은 몇 극장도 일본자본으로 세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거기에 반해 북성극장은 순 부산자본으로 세웠다. 서면 첫 극장이란 점도 의미가 크다.
북성극장은 처음에 북성영화극장으로 출범했다가 뒤에 북성극장으로 상호를 바꿨다. 주로 외화를 상영했다. 1956년 12월 동성고교 제1회 예술제가 여기서 열렸다. 서면 토지재벌 문두광이 설립했으며 이흥기, 문두광, 송금조로 주인이 바뀌었다. 송금조는 60년 향토기업 설립자. 10년 동안 구두 한 켤레로 살면서 2004년 1,300억 원을 사회에 기부했던 장본인이다. 북성극장은 1968년 이후 김태환이 임대 운영 중 매매되어 1975년 4월 1일 폐관했다. 팔구십년대 서면에 있었던 북성극장은 소극장으로 서면 첫 북성극장과 다르다.
광복 후 첫 극장이 서면에 들어선 것은 의미심장하다. 서면이 구도심 동래와 원도심 중구를 잇는 중간자적 위치에서 중심권으로 진입했음을 뜻한다. 북성극장이 영업하던 1960년대 초반 사진을 보면 로터리 주변에 집도 많고 유동인구도 많다. 서면이 이 때 이미 인구밀집 상업지역으로 부상했다. 동명목재와 제일제당, 보생고무 높다란 굴뚝도 사진 안에 들어와 있다. 북성극장 도로 건너편으로 동보극장과 태화극장이 보인다. 놀이문화가 뒤처지던 시절, 휴일이면 범천동과 부암동, 전포동, 당감동 일대 신발 대기업과 대우자동차, 그리고 좀 뒤엔 사상공단 근로자들이 극장 단골이었다.
광복 이후 첫 극장이 세워질 만큼 부산진구에는 극장이 많았다. 1903년부터 홍영철 원장이 책을 펴냈던 2014년까지 부산의 극장 수는 176곳. 부산진구는 37곳으로 중구 55곳 다음으로 많다. 1940년대 극장은 북성극장 하나이고 1950년대 셋, 1960년대 여섯, 1970년대 하나이다. 그러다 1980년대 소극장 시대를 맞으면서 우후죽순 21곳이 들어선다. 2천년대 이전 극장은 모두 폐관한 상태고 2천년대 이후 극장만 다섯 곳 영업 중이다. 모두 멀티플렉스라 불리는 복합극장이다.
광복 이후 부산진구 극장을 소개한다. 괄호 안은 개관연도와 소재지다 북성영화극장(1947, 부전) 평화(1956, 양정) 동보(1957, 부전) 반도(1957, 당감, 뒤에 천일) 태평시네마(1961, 부전) 노동회관극장(1962, 부전, 뒤에 노동) 태화(1962, 부전) 이성(1962, 부전) 신도(1968, 양정) 대명(1969, 가야) 대한(1970, 부전) 태화(1983, 이하 부전, 이하 소극장) 강남(1983) 북성(1983) 금성(1985) 명보(1986) 서면(1986) 프라자(1986) 중앙(1986) 코리아(1987) 은아스카라(1987, 뒤에 은아Ⅱ) 자유(1987) 은아(1987, 개봉관) 현대(1987, 재개봉관) 강남2(1988) 고려(1988) 롯데(1988) 태화(1989, 앞과 다른 소극장) 엔젤(1990) 현대2(1991) 강남(1992, 앞과 다름) 동보프라자(1995) CGV서면(2000, 전포) 대한시네마(2000, 부전, 뒤에 CGV대한) 롯데시네마부산(2001, 부전) 메가박스서면(2001, 전포, 뒤에 롯데시네마서면) 씨너스서면(2006, 부전, 뒤에 메가박스서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