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전입
요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은 대부분의 후보자들에게 해당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그런데 위장전입이 어떤 것이 문제가 되고, 또 어떤 것이 죄가 되는 것인지 헷갈리게 한다. 선거 때나 인사청문회 때면 어느 누구나 해당되는 위장전입 문제가 단골 메뉴로 등장하여 도덕성 흠결과 법 저촉사항으로 거론되어 왔지만, 실제로는 어물어물 넘어가고 말았었다. 위장전입은 주민등록법을 위반한 사실행위이다.
주민등록법은 행정사무의 편의를 위하여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주민이 각자가 살고 있는 자치단체에 등록하는 제도로 주민의 거주관계와 인구의 동태를 명확히 해서 행정사무를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1962년에 제정된 법이다.
주민등록법 중 위장전입과 관련 된 내용은 주민등록법 37조 3항에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주민등록 또는 주민등록증에 관해 거짓의 사실을 신고 또는 신청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대체적으로 주민등록법을 위반하게 된 동기를 보면, 자녀들의 교육문제와 부동산 투기에 국한되어 있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볼 때 위장전입의 근본 목적이 자녀들의 교육문제 보다는 부동산 투기에 혈안이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실시하고 있는 인사청문회 후보자 가운데, 5차례 위장전입과 17차례의 부동산 거래 및 투기와 아내의 허위취업 의혹 등 '비리백화점' 양상을 보이는 후보자와 이른바 '쪽방촌' 투기를 노후 대비용이라 얘기하는 후보자가 있다는 것은 창피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오죽하면 여당인 한나라당의 홍준표 최고위원이 지난 2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사청문회에서 정치적 공세가 아니고, 잘못이 인정되는 후보들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겠는가.
더욱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고위 공직자에게 적용되는 위장 전입의 잣대가 다르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자면, 고위 공직자의 경우 대부분이 인사 청문회 등 여러 요로에서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난다 하더라도 대부분 공소시효가 지나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고위 공직자의 위장전입 문제를 제 아무리 떠들어 봐도 처벌을 받은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 ‘유권무죄 무권유죄라는 말이 거론될 지경이다.
공직자의 위장전입 문제는 선거 때와 인사청문회 때만 거론할게 아니라 별도로 크게 다뤄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주민등록은 영광에 있고, 실제로는 광주광역시에서 출퇴근하는 교원들, 전남지역 교사 위장전입 극성>이라는 내용의 보도가 본지에 보도된 바 있다.(호남매일신문 1면, 2010.8.12)
내용인즉, <전남도 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공립 초중고교 교사 1만4천여 명 가운데 40%에 육박하는 5천5백여 명이 주민등록지와 학교 소재지가 다른 외지 통근자로 집계됐다.>는 것이다. <권역별로는 나주와 담양. 장성. 곡성 등 광주권 근무 교사들의 출퇴근 비율이 78%에 이르며 영광과 함평의 경우에도 광주에서 출퇴근하는 교사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고 한다. 이래서 되겠는가. 원거리 통근에 따른 수업의 질 여하는 고사하더라도 학생들의 생활지도는 학교 내에서 뿐 아니라, 방과후의 생활지도가 보다 필요할 것인데, 원거리 통근교사들이 출퇴근하는 일에만 급급하고 학생들 지도를 소홀히 한다면 교사의 사명을 다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일부 농어촌지역 학교 교사들은 관외전보 등의 인사 때 거주지 가산점을 챙기기 위해 실제 거주하지도 않으면서 주민등록만 학교소재지로 옮겨 놓고 인근 도시에서 출퇴근하고 있어 도덕적 흠결은 물론 실정법(주민등록법) 위반에 따른 처분이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니 더 이상 말해 무엇하겠는가. 도대체 어찌하여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는가.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의 지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라고 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즈(Noblesse oblige)란 사치스런 용어를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차제에 정치인이나 교육자나 일반공무원이나 막론하고 ‘자기 밥상에 밥그릇 차리기에만 급급한 위장전입’에 따르는 병폐만은 그 싹을 완전히 도려 없앴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호남매일신문 편집 논설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