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에서 산일을 하고 있었다
일이 끝날 무렵에 친척 되시는 분이 오셨다
한참을 둘러보시더니 부친 산소를 관평해 달라고 부탁한다
직감적으로 덕을 많이 쌓은 분인데
냉지에 계시는 것으로 느껴졌다
일은 마무리 상태에 있었고 거리상 가깝다고 해서
다녀오기로 했다
선산에 도착해 보니 형국이 와혈형태를 하고 있었는데
부친 산소는 냉혈인 암반수 위에 모셔져 있었다
그곳에 산소를 쓰고 이혼 교통사고 등 우환을 많이 겪었다
후손이 죽는 사고가 나지 않은 것만도 천만다행이었다
부친이 자주 꿈속에 나타났으며 어떤 때는 흙탕물 속에 있고
또는 상 위에 쪼그리고 누워있었으며 늘 어두운 얼굴을 하시고
꿈속에서 오셨다고 한다
현재 자리가 흉지라는 것을 암시해 주는 꿈이었다
그곳에는 장관 국회 의원급 자리가 한 곳이 있었다
하지만 음지 쪽이며 도랑 바로 옆이었다
형기적으로도 균형이 잡히지 않은 곳이었으며
산소를 쓰자면 흙을 채워 배토장을 해야 할 곳이었다
하루종일 흙을 운반해야 할 장소였다
부친 산소를 관평하면서 하루가 급한 곳이니
빨리 날짜를 잡아 이장해야 한다고 했다
의뢰인이 날짜를 바로 잡아 이장을 하게 되었다
300킬로를 달려 오전 9시부터 일이 시작됐다
우선 먼저 혈점을 파 보았다
건수가 어디까지 깊이로 흐르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다
파는 중간 1미터 50에서 비닐 뭉치들이 나온다
그곳은 포크레인 작업을 2번이나 했다고 한다
평탄작업을 하면서 흙이 채워진 곳이었다
2미터 정도를 파니 조대흙 층을 지나 황색의 본
바닥층이 나왔다
겨울철이라 그런지 건수는 보이지 않았다
그곳을 깨끗한 흙으로 되메우기를 했다
도랑옆으로 200미리 유공관을 20미터에 걸쳐 묻어
건수를 그곳으로 나가게 했다
그리고 해가 넘어갈 때까지 작은 덤프차를 이용해 반대편 흙을
도랑 둑과 같은 높이로 운반해 놓았다
다음 날 광중 작업이 시작되었다
광중을 넓게 파고 석회 50포 중 40포를 흙과 섞어 질척하게
한 다음 합장 분의 내광을 만들었다
석회10포는 고인을 모신 다음 맨 위에 빗물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석회만으로 덮을 목적으로 남겨 놓았다
내광을 만들고 있는 중에 둘째 사위와 딸님 네 분이 오셨다
광중을 보더니 인상이 흐려졌다
질척한 흙에 내광을 지으니 물이 많은 습한 곳으로
판단했던 모양이다
왜냐하면 그곳이 평상시에도 습한 곳이었고
전라도에서는 이런 내광은 하지 않기에
광중이 질척한 것으로 착각을 했던 것이다
둘째 따님이 자리가 아니라고 하면서 혈토처럼 보이는
흙을 가져오며 이런 흙이 나와야 명당이라고 한다
부친을 모실 때 이런 흙 위에 모셨다고 한다
둘째 사위가 큰 처남 체면을 생각해 직접 나서지 못하고
처에게 시키는 것 같았다
광중 작업을 마치고 기존의 산소를 파려고 하니
둘째 따님이 또 나서며 이곳에 물이 없으면
이장비용을 받지 말라고 제의해 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곳에 물이 있으면 이장비용 일체를
따님이 모두 책임지라고 받아쳤다
그 말 한 마디에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남편이 있는 곳으로 가버렸다
많은 돈을 부담하기는 싫었던 모양이다
돈은 인생에 있어 전부가 아니며 객체에 불과하다
나를 태어나게 한 부모님을 위해 돈 쓰는 것을
아까워해서는 안 된다
돌아가신 부모님은 살아있을 때와 똑같이 자식들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자식들은 돌아가신 부모님을 위해 효도는 못할 망정
서운한 마음을 들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집 따님들 자기들만 점심을 먹는다고
수고하라는 말도 하지 않고 내려 갔다
그리고 찜질방으로 갔다고 한다
일이 끝난 뒤 제사를 지낼 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따님들을 이끄는 둘째 사위는 공직에 몸을 담고 있으며
간부이며 이번에 승진까지 한다고 한다
수신제가도 못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바른 치국이 가능할까
봉을 헐으니 바로 대리석 관이 나왔다
대리석 관안에 나무관을 넣어 모셨다
나무관이 물에 불어 썩지 않고 그대로 였고 관을 틀어져 있었다
관이 물에 떠서 틀어진 것이다
옷칠이 묻은 검은 관을 발로 문지르니 베여 있던 물이 나온다
관 뚜껑을 열으니 벼룩처럼 뛰는 흰 벌레들이
수없이 많았고 등 쪽에는 육탈이 덜 되었다
항시 물에 차 있다 겨울철 가뭄으로 물이
빠져 있었던 것이었다
관을 그대로 모셔와 바로 모셨다
그때 둘째 따님이 알콜로 두골과 뼈를 깨끗이
닦아야 한다면 둘째 사위 의사를 또 전해 온다
나도 인터넷을 통해 알콜로 뼈를 깨끗이 닦는 것을 많이 보았다
과연 그것이 올바른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우리는 살아 생전에 알콜로는 몸을 닦지 않는다
사람이 죽으면 알콜로 닦는데 거기서 응용한 것 같다
썩은 살도 고인의 것이며 썩은 뼈도 고인의 것이다
흉하고 검게 보이지만 그대로 모두 모셔 드리는 것이 좋다
여기서 풍수학적으로 중요한 것이 있다
유골이 썩어 있는 흙에는 동기감응을 일으키는 요소인
DNA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장하다 뼈가 없으면 뼈와 살이 썩어 검게 변한
흙 모두 가져와 모셔드리는 것이 바른 장법이다
함께 일을 했던 분이 수많은 이장작업을 했지만
이렇게 냉한 기운은 처음 느껴본다고 한다
또 한 분은 만약 1미터만 파 물이 고여 있었다면
육탈이 전혀 되지 않았을 거라 한다
막내아들도 관을 원위치로 옮기면서 나무관이
무척 차가웠다고 한다
이틀에 걸쳐 토목공사 하듯이 산일을 마쳤다
명당인 혈이 지대가 낮은 곳에 맺어 있으니
건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 장법이 필요했다
이 장법은 부처님의 사리를 물웅덩이에 모신
자장율사의 통도사 적멸보궁 장법을 응용한 것이다
11년 동안 냉혈에 계셨던 부친을 명당에 모셔드렸다
냉혈지 산소를 보고 내 마음이 더 급해 진 건 사실이다
의뢰인이 나를 믿고 따랐기에 속전속결로 고인을 흉지에서
꺼내 드리게 되었으며 일을 끝내니 내 마음도 매우 후련했다
일을 마치고 고인에게 술 한 잔을 드리고 절을 했다
이장을 적극 추진했던 장남인 의뢰인의 꿈속에 보았던
어둠속에 밭으로 내려왔던 한줄기 빛은 그 자리에
명당이 있으니 바로 찾아 모시라는 부친의
암시였을 것이다
나는 그 자리를 찾아 고인을 정중히 모셔 드렸다
이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돈이 없어 캔슬 놓으려고
마음먹었는데 그날 밤 꿈에 부친이 나타나서
집과 살림살이를 모두 부셔버렸다고 한다
부친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고인은 무척 인정이 많았던 분이었다고 한다
사위 중에 한 분이 잘 아는 공무원에게 그 집의 사위가
되었다고 하니 내가 장인되시는 분을 잘 알고 있는데
자네 장가 하나는 잘 갔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고인이 마을 이장을 보고 있을 때 집을 방문하면
지극한 마음에서 나오는 정성스러운 대접을
해 주었다고 한다
부모를 보면 자식은 더 이상 볼 것이 없다고 하시면서...
어찌되었든 장남의 11년의 한이 풀렸다
앞으로 이 집안에 좋은 일들이 넘쳐날 것이다
이장 후 본봉이 무너졌다는 근심어린 연락이 왔다
본봉이 무너진 것은 중요하지 않다
본봉이 크고 흙이 자리를 잡지 않아 그러니
무너질 때마다 다시 만들면 된다
중요한 것은 형제들 꿈속에 부친이 깨끗한 옷을 입고
오셨다는 것이다
깨끗한 옷은 부친이 명당에 잘 모셔졌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