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제주아침(93)
여자하고 남자하고
바닷가에 나란히 앉아 있다네
하루 종일 아무 짓도 안하고
물미역 같은 서로의 마음 안쪽을
하염없이 쓰다듬고 있다네
너무 맑아서
바다 속 깊이를 모르는
이곳 연인들은 저렇게
가까이 있는 손을 잡는 데만
평생이 걸린다네
아니네, 함께 앉아
저렇게 수평선만 바라보아도
그 먼 바다에서는
멸치떼 같은 아이들이 태어나
떼지어 떼지어 몰려다닌다네
-이덕규의 ‘청정해역’ 모두
시란 바로 이런 것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거짓말이 어디 있는가.
남녀가 나란히 앉아 물미역 같은 서로의 마음을 쓰다듬을 뿐, 가까이 있는 손을 잡는 데만 평생이 걸린다니!
하물며 수평선을 바라만 보아도 멸치떼 같은 아이들이 태어나 떼지어 몰려다닌다니!
속물적인 사랑은 모른다. 오늘 그대 가슴에 서늘한 바람 한 줄기 지나거든 내가 청정해역을 지나는 줄 아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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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속물적인 사랑은 모른다.
아름다운 거짓말...
사랑 그 말에는 섞이지 말아야 할 거짓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