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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 주세페 아다미(오리지널 대본은 하인츠 라이헤르트와 A.M 빌너)
초연 1917년 몬테 카를로의 테아트로 데 로페라(테아트로 드 카지노)
배경 프랑스 제2제정 시대. 파리 및 프랑스 남부의 리비에라
<2008 라 페니체 극장 공연 / 106분 / 한글자막>
라 페니체 극장 오케스트라 & 합창단 연주 / 카를로 리치 지휘 / 그레이엄 비크 연출
막다 드 시브리..........파리 사교계의 코르티잔. 람발도의 정부.....피오렌차 체돌린스(소프라노)
루제로 라스톡...........몬트반 출신의 젊은 청년.........................페르난도 포르타리(테너)
리제테.....................막다의 젊은 하녀...................................산드라 파스트라나(소프라노)
프루니에..................시인....................................................엠마누엘레 잔니노(테너)
람발도 페르난데스.....부유한 은행가. 막다의 후원자..................스테파노 안토누치(베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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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덕션 노트 === <영상물 내지 해설 / 박종호 글>
푸치니의 오페라 <제비>는 아름다운 음악과 흥미로운 전개 그리고 애절한 결말까지, 좋은 요소를 두루 갖춘 재미있는 오페라다.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를 연상시키는 파리의 코르티잔의 이야기이며 흡사한 부분도 적지 않지만, 보다 인간적이면서도 유쾌한 대목도 있다. 밝고 행복한 결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푸치니의 다른 걸작들에 비해서 이 작품의 매력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기에 이 작품은 진가를 알리기 위해서는 정말로 훌륭한 연주와 좋은 연출이 필요한 것이다.
여기에 베네치아의 유서 깊은 라 페니체 극장의 프로덕션은 <제비>의 매력을 백퍼센트 보여주는 뛰어난 프로덕션일 뿐만 아니라, 최근 이 극장에서 만든 가장 뛰어나고 가장 세련된 무대의 하나다.
연출가 그레이엄 비크는 무대를 현대적으로 꾸미거나 밝고 화사한 세팅으로 만드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이번 무대 역시 그러하다. 그의 무대는 푸치니가 설정한 상황이 아니라, 현대의 세련된 세팅이다. 제1막은 대단히 세련된 저택의 거실이다. 한 가운데에 화려한 계단이 있음으로서 무대의 분위기를 좌우하고 세련된 가구들 사이에서 남녀가 모여서 파티를 한다. 코르티잔들의 화려한 색채의 원피스들이 무대의 분위기를 낙천적으로 만든다. 제2막은 뷜리에르라는 카바레인데, 비크는 이것을 공원에서 펼쳐지는 야외 카페 겸 야외 공연으로 파격적으로 변경하여, 관객들에게 신선함과 세련됨을 함께 안겨준다. 제3막도 원작에서는 남프랑스 리비에라 해안의 어느 호화 저택이지만, 여기서 연출가는 리비에라에 즐비한 고급 호텔로 만들어서 훨씬 현대의 상황을 강조하였다. 일일이 멋진 의상과 어울리는 소품들은 오페라라는 것이 과거의 고전적인 물건들의 나열이 아니라, 현대적인 이야기이며 우리 주변에서 생길 수 있고 또한 늘상 생기는 일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피오렌차 체돌린스는 우리 시대의 최고의 대형 이탈리아 소프라노로서 특히 푸치니의 <나비부인>, <토스카> 등 스핀토에서 드라마티코에 이르는 역할에서 최고의 가창을 보이는 정상의 푸치니 소프라노다. 또한 루제로 역의 테너 페르난도 포르타리와 프루니에 역의 테너 엠마누엘레 잔니노의 매력 역시 범상치 않다.
=== 작품 해설 === <영상물 내지 해설 / 박종호>
<제비>
결국 제비는 다시 돌아온다
푸치니의 이 독특한 오페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탄생 과정을 설명해야 할 것이다. 빈에서 올려진 푸치니의 전작 <서부의 아가씨> 공연에 초대된 푸치니가 1913년 빈을 방문하였다. 당시 빈은 오페레타의 전성기를 맞고 있었는데, 그렇기에 빈 카를 극장의 극장장은 푸치니에게 빈 스타일의 오페레타의 작곡을 의뢰하였다. 그러나 푸치니에게 주어진 독일어 대본은 그의 마음에 도통 들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대본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대표적인 작곡가가 바로 푸치니가 아니었던가?
결국 우여곡절 끝에 이탈리아의 유명 대본가인 주세페 아다미가 가담하여, 원래의 독일어 대본은 이탈리아어로 바뀌게 되고 새로운 이탈리아어 대본이 만들어졌다. 처음에 푸치니는 10곡 정도의 곡만을 붙이려고 했었다. 왜냐면 알다시피 오페레타는 오페라와는 달리 전편에 다 음악이 붙는 것이 아니라, 대사로 극이 진행이 되다가 아리아 같은 중요한 대목에서만 음악이 나오는 것이므로 전편에 작곡을 붙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아다미의 대본이 점점 마음에 든 푸치니는 결국 대본 전체에 곡을 작곡하였다. <제비>가 오페레타가 아니라 오페라로 바뀐 순간이었다. 푸치니는 1916년에 자신의 오페라로서 <제비>를 완성하였다.
하지만 오페라가 완성된 당시는 바로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였다. 게다가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는 서로 적국이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푸치니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할 수도 있고 심지어는 작품이 완전히 전쟁 속에서 파묻히거나 전쟁고아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푸치니는 고심하였다.
이때 그런 사정을 알게 된 이탈리아의 저명한 출판사인 손초뇨가 나서서 그들의 능력으로 빈 당국으로부터 작품에 관한 모든 권리를 사들였다. 그리하여 당시 중립국이었던 모나코 왕국 즉 몬테카를로의 몬테카를로 카지노 극장에서 이 작품은 세계 초연되어 빛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이 작품 <제비>는 원래 빈의 주문대로 대단히 빈 오페레타 풍의 성격이 강하다. 이 점이 말은 이탈리아어로 되어 있고 이탈리아 작곡가가 만들었으며 몬테카를로에서 초연되었고 극중의 무대는 파리임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 빈의 향취가 넘치는 이유이다.
당시 빈의 사람들은 이탈리아나 프랑스 오페라의 격정적이고 비극적인 오페라의 결말들을 폄하하는 경향이 있었다. 즉 20세기 초엽의 그들이 보기에 별 것 아니며 잘 양보하고 용서할 수 있는 일들을 가지고 굳이 죽이고 죽는 서유럽의 방식들이 그들 눈에는 참 과장되고 답답하며 심지어는 세련되지 못한 해결로 보이기도 하였다. 사건들을 쉽게 웃으면서 해결하고 용서하고 이해하며, 행복한 내일로 넘어가는 그 당시 그들의 스타일은 당시의 빈 오페레타들에 잘 나타나 있다. 즉 요한 슈트라우스2세의 <박쥐>, <집시 남작>, 레하르의 <즐거운 미망인>, <미소의 나라> 같은 오페레타들이 그런 빈의 기질을 나타낸 대표적인 작품들인 것이다.
그러므로 애당초 오페레타 특히 빈 오페레타로서 작곡의 청탁을 받았던 만큼 이 <제비> 안에는 이런 빈 오페레타의 요소들을 적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첫째로 <제비>의 구성이 마치 빈의 여러 오페레타를 연상시키는 듯이 상류층의 살롱에서 가볍게 시작한다. 둘째로 여기에 나오는 등장인물들, 특히 상류층들은 그들의 사랑을 진지하게 여기지 않으며, 그러므로 상대방의 배신이나 이별에 관하여도 비교적 관대하다. 셋째로 푸치니의 작품으로서는 무척이나 예외적으로 극중에 왈츠가 나온다. 당연히 빈 오페레타의 잔재다. 넷째로 자신의 모든 것을 다 걸은 것 같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 여주인공 막다이지만, 사랑에 실패하여도 목숨을 걸거나 크게 낙심하지 않는다. 그녀의 그런 한편으로는 강인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가벼운 성품도 오페라 세리아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다.
<제비>에는 두 쌍의 남녀가 나온다. 그건 마치 < 라 보엠>과 같은 스타일로서 희극의 교과서인 메타스타시오의 희가극 스타일에 그 뿌리를 두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여주인공 막다는 파리의 코르티잔으로 부유한 은행가 람발도의 애인이다. 겉으로 그녀는 화려해 보이지만 그녀의 마음속은 허전하다. 그런 그녀 앞에 젊고 잘 생기고 순수한 시골 청년 루제로가 나타난다. 둘의 새로운 사랑이 시작됨은 물론이다. 이에 또 한 쌍의 남녀가 등장하는데 그들은 막다의 하녀인 리제테와 막다의 살롱에 드나드는 시인 프루니에다. 밤이 되면 리제테는 몰래 주인인 막다의 옷을 입고 프루니에와 데이트를 즐기는데, 이와는 반대로 막다는 리제테같이 젊은 아가씨로 변장을 하고 젊은이들이 노는 곳으로 찾아간다. 이렇게 두 쌍의 사랑은 막다-루제로의 보다 진지하고 심각한 사랑과 리제테-프루니에의 보다 가볍고 우리에게 명랑함을 선사하는 쌍으로 대조적으로 진행된다. 이것은 마치 <라 보엠>에서 미미-로돌포와 무제타-마르첼로의 쌍을 연상시킨다.
막다가 코르티잔이며 후원자가 있고 거기에 젊은 청년이 나타나서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설정은 누가 보아도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와 유사하다. 특히 파리의 살롱이 배경이 되는 제1막은 <라 트라비아타>의 제1막과 상당 부분 비슷하며, 지중해 해안으로 둘이 애정의 도피를 하고 있는 제3막은 <라 트라비아타>의 제2막 제1장을 연상시킨다. 게다가 둘의 사랑이 여주인공의 과거 전력을 문제 삼는 남자의 부모님에 의해 방해받는 것까지 완전히 <라 트라비아타>의 그것과 유사하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비올레타라면 목숨을 버릴 상황에서 막다는 쓸쓸히 웃음을 지으면서 다시 파리의 사교계로 돌아온다. 슬프고 가슴 아픈 이야기이지만, 이것은 결국 원래의 바탕이 오페레타였다는 사실, 희극의 컬러를 여전히 드리우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제비>의 매력을 잘 살리기 위해서는 사실 여주인공인 막다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명 소프라노들이 이 그리 인기가 높지 않은 작품에 전력을 기울인 예가 그리 많지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몇몇 소프라노들이 이 막다 역할에 큰 애착을 보여서 이 작품의 명연을 남겼다. 과거에는 로잔나 카르테리가 대표적이었고, 최근에는 안젤라 게오르규나 피오렌차 체돌린스 같은 대가들에 의해 이 작품의 진가가 알려지고 있다.
=== 작품 해설 === <다음 클래식 백과 / 최진영 글>
제비
지아코모 푸치니(1858~1924)
총 3막으로 구성된 오페라로 자주 상연되는 작품은 아니지만 이 작품에 속한 아리아 ‘도레타의 아름다운 꿈’은 매우 자주 연주된다. 복잡한 플롯과 남녀 캐릭터 비중의 불균형 등으로 초연 당시에도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하였다.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강한 작품
뉴욕에서 초연되었던 푸치니의 작품 〈서부의 아가씨〉가 비엔나에서 상연되어 성공을 거두자, 비엔나 칼 시어터의 감독은 푸치니에게 ‘비엔나적인’ 오페라를 작곡할 것을 위탁하였다. 조건이 매우 좋았는데, 작곡료를 당대 최고 수준으로 책정했을 뿐 아니라 인세와 저작권까지 푸치니에게 주어지게 되었다. 푸치니가 이를 승낙하자 음악 감독은 이어서 대사가 없는 코믹 오페라 즉 오페라 부파(opera buffa)로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하였는데, 당시 비엔나에서는 오페라의 대중판이라고 할 수 있는 오페레타(operetta)가 유행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푸치니는 오페레타가 아닌 오페라의 성격을 유지하면서, R.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와 같이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강한 작품을 쓰기로 결정하였다.
비엔나의 극장에서는 푸치니에게 몇 가지 소재를 제시하였고, 푸치니는 이 중에서 알프레드 마리아 빌네르(Alfred Maria Willner, 1859~1929)와 하인츠 라이헤르트(Heinz Reichert, 1877~1940)의 독일어로 된 작품 《제비》를 선택하였다. 원작을 바탕으로 하여 주세페 아다미(Giuseppe Adami, 1878~1946)가 이탈리아어 대본을 만들어냈고, 작곡은 약 2년 동안 진행되어 1916년 봄에 3막으로 구성된 길지 않은 오페라가 완성되었다. 그러나 초연은 순탄하게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기 때문이다. 비엔나에서 초연하기로 되어있던 계획은 무산되었고, 1917년 3월 27일, 몬테카를로에서 지노 마리누치(Gino Marinuzzi, 1882~1945)의 지휘로 첫 막이 올랐다. 이때 여주인공 마그다역은 소프라노 질다 달라 리차(Gilda dalla Rizza, 1892~1975)가 맡았다.
희극과 비극의 사이
음악은 탱고와 같이, 당시로서는 현대적인 춤곡의 리듬을 사용함으로써 캐릭터를 묘사한다. 소프라노와 테너로 이루어진 두 커플이 등장하는데, 이중 한 커플이 코믹하게 그려지는 것은 희극적 장르인 오페라 부파의 전형적인 설정이다. 여주인공의 신분 자체가 다소 비극적이기는 하나 이런 코믹한 커플들을 비롯한 다양한 요소가 극을 희극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비극이나 희극 어느 한쪽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
푸치니는 이 작품에 몇 번의 개정을 가하여 세 개의 버전을 만들었는데, 1917년 이후 1920, 1921년판이 있으며 그 어떤 것도 최종판으로 정하지는 않았다. 이 판들의 엔딩은 원작과 판이하게 다르다.
사랑을 찾아 왔다가 다시 돌아가 버리는 제비 같은 여인의 이야기
코티잔 마그다는 파리의 부호인 은행가 람발도의 정부이다. 1막은 그녀의 아름다운 저택에서 벌어진 파티에서 시인 프뤼니에가 마그다의 하녀 리제트에게 구애하다 거절당하고, 피아노를 치면서 도레타라는 여인에 대한 노래를 부른다. 그가 노래를 더 이상 이어나가지 못하자 마그다가 받아서 노래를 끝까지 부른다. 람발도가 노래에 감탄하여 장신구를 선물하고 마그다는 감사를 표한다. 람발도에게 손님 루제로가 찾아와 자리를 비우게 되자 마그다는 프뤼니에에게 사실 자신은 람발도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코티잔 연인일 뿐이라는 것을 고백하나, 프뤼니에는 이런 마그다를 따뜻한 곳을 찾아 날아가는 제비에 비유한다. 한편 파리에 대해서 잘 모르는 루제로에게 리제트는 뷜리에 무도회장에 가볼 것을 권한다.
2막은 뷜리에 무도회장에서 시작된다. 사람들이 모두 가무를 즐기는 가운데 마그다는 원래의 화려한 차림이 아닌 소박하고 수수한 모습을 하고 그곳에 나타난다. 루제로와 함께 춤을 추다가 이 남녀는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되고, 마그다를 알아본 리제트에게 프뤼니에는 잘못 본 것이라고 한다. 리제트는 마그다와는 반대로 마그다의 옷과 장신구를 빌려 화려한 모습을 하고 왔다가 프뤼니에에게 그것들이 빌린 것임을 고백한다. 그런데 마그다의 후견인인 람발도가 무도회장에 나타나고, 마그다는 프뤼니에에게 부탁하여 루제로를 숨도록 한 채 자신을 추궁하는 람발도에게 자신은 사실 루제로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3막의 배경은 리베에라 해안이다. 마그다와 루제로는 작은 집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으나 생활고를 겪는다. 루제로는 생활을 위해 부모에게 마그다와 결혼하겠다는 편지를 쓰고, 이 사실을 안 마그다는 기뻐하면서도 자신의 과거를 안다면 루제로의 부모님이 결혼을 반대할 것이기에 괴로워한다. 한편 리제트는 가수가 되려다가 실패하고 다시 마그다의 하녀가 되기 위해 프뤼니에와 함께 그녀를 찾아온다. 프뤼니에는 마그다에게 람발도가 그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하며, 화려하게 살던 그녀가 이런 삶을 계속 살 수 없을 거라고 말한다. 루제로는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 대한 답장을 받는데, 결혼을 승낙받았을 뿐 아니라 매우 기뻐하며 축하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기뻐하는 루제로에게 마그다는 사실 자신은 코티잔이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결혼을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마그다의 과거사를 듣고도 루제로는 결혼하자고 애원하지만, 마그다는 철새인 제비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이, 람발도에게 돌아가고 만다.
1막 마그다의 아리아, ‘도레타의 아름다운 꿈(Chi il bel sogno di Doretta)’
1막에 나오는 마그다의 아리아로, 극중에서 프뤼니에가 부르기 시작한 노래를 마그다가 즉흥적으로 받아 지어내어 끝까지 부르는 곡이다. 왕이 자신을 사랑할지라도 가난한 대학생과 사랑에 빠져 행복해진다는 이야기로, 돈 같은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가사를 담고 있다. 아름다운 이 아리아는 마그다가 부유한 생활을 버리고 루제로와 사랑에 빠질 것을 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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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2013년 4월 30일 네이버캐스트 / 이용숙 글>
클래식 명곡 명연주
푸치니, 제비
왕의 청혼을 거절하고 가난한 대학생을 사랑하는 처녀의 이야기를 담은 아리아 '도레타의 꿈'은 소프라노 가수들이 콘서트에서 자주 부르는 노래입니다. 하지만 이 한 곡의 아리아를 빼면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 1858-1924)의 오페라 [제비 La Rondine]는 그리 잘 알려진 작품이 아닙니다. 1917년에 초연되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이 작품의 음악이 상당히 현대적일 것이라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겠지요. 1918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극장에서 초연한 [일 트리티코 Il Trittico]([외투 Il Tabarro], [수녀 안젤리카 Suor Angelica], [자니 스키키 Gianni Schicchi] 3부작) 바로 앞에 발표한 작품이니까요.
하지만 마치 연극을 보는 것 같은 음악의 현대적 진행 사이사이에 찬란하게 새어 나오는 서정적이고 우아한 선율은 역시 푸치니 작품임을 확연히 느끼게 합니다. 푸치니의 유작 [투란도트 Turandot ]처럼 스케일이 크진 않지만, 그와 비슷하게 현대적 화성과 낭만주의적 선율이 공존하는 세련된 오페라입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푸치니의 [트라비아타 La Traviata ]'라고 불릴 만큼 코티잔(courtesan, 쿠르티잔 courtisane: 계약을 맺고 상류사회 남성들에게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예술적 재능과 교양을 지닌 여성들)의 삶과 서글픔을 마음에 와 닿게 그렸습니다.
이야기의 배경은 파리와 리비에라, 시대는 19세기 중엽 나폴레옹 3세 시대였던 제 2제정기입니다. 오페레타나 뮤지컬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가벼운 선율에 어울리는 아름답고 화려한 무대가 시선을 끄는 작품이기도 하죠.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 테너 로베르토 알라냐가 주역으로 열연한 2009년 매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공연에서는 리비에라 해안이 펼쳐지는 3막 무대가 열리자 무대 미술의 아름다움에 관객들이 탄성을 올렸다고 합니다. 공연시간 역시 1시간 45분으로 짧은 편이어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입니다.
무엇이 삶을 행복하게 하는가
제1막
소프라노 여주인공 마그다는 파리의 부호이자 은행가인 신사 람발도의 코티잔 연인입니다. 1막은 마그다의 아름다운 저택을 배경으로 한 파티 장면인데요, 젊은 시인 프뤼니에는 그로테스크한 방식으로 사랑을 구하다가 마그다의 하녀 리제트에게 모욕을 당하죠. 프뤼니에는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도레타라는 처녀에 대한 노래를 부르는데, 이 도레타는 왕이 자신과의 결혼을 소망한다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프뤼니에가 더 이상 노래를 잇지 못하자, 마그다가 이 노래를 끝까지 부르죠. 바로 '도레타의 꿈 Ch'il bel sogno di Doretta'입니다.
"누가 도레타가 지닌 아름다운 꿈을 알겠어요?/ 어떻게 그녀의 미스터리가 끝을 맺었는지 말예요// 어느 날 어떤 대학생이 도레타의 입술에 키스했고/ 그 키스는 전율이었죠/ 그건 열정!/ 미친 사랑!/ 도취의 행복!/ 그토록 열렬히 타오르는 그 키스의 가벼운 감미로움을/ 이 세상 그 누가 다시 묘사할 수 있을까요!// 오! 나의 꿈!/ 오! 나의 삶!// 마침내 행복이 활짝 꽃을 피울 때면/ 누가 재산 따위를 신경 쓰겠어요!/ 오, 이런 사랑을 꿈꾸는/ 황금빛 꿈이여!"
람발도는 마그다의 노래에 감탄하며 값비싼 팔찌를 선사하지만, 마그다는 냉정하고 형식적인 태도로 람발도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마그다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그녀의 후원자인 람발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낯선 손님이 찾아와 람발도가 파티장에서 나가자 마그다는 자신과 람발도의 관계를 프뤼니에에게 설명하고, 프뤼니에는 마그다를 제비에 비유합니다. 제비가 태양을 향해 날아가듯 마그다는 사랑을 향해 끝없이 날아간다는 시적인 표현입니다.
람발도를 찾아온 손님이 파티장에 들어섭니다. 그는 람발도에게 아버지의 편지를 전해주러 온 루제로입니다. 파리를 잘 모르는 루제로에게 하녀 리제트는 뷜리에 클럽을 최고의 무도회장으로 추천합니다.
제2막
2막은 무도회장 뷜리에의 장면입니다. 모든 손님들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춥니다. 소박한 처녀의 차림으로 그곳에 나타난 마그다는 루제로와 마주쳐 그와 함께 춤을 추면서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미안합니다'라는 말로 시작되는 두 사람의 '사랑의 이중창'이 춤의 선율로 이어지죠. 리제트는 마그다를 바로 알아보지만 프뤼니에는 리제트에게 잘못 본 것이라고 말합니다. 테이블에 앉자 리제트는 자기가 마그다의 의상과 보석을 빌려 하고 왔다고 고백하죠. 람발도가 무도회장에 들어서자 마그다는 루제로를 숨겨달라고 프뤼니에에게 부탁합니다. 람발도가 마그다에게 해명을 요구하자 마그다는 루제로에 대한 마음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람발도가 무도회장을 떠나자 루제로가 돌아오고, 루제로와 마그다는 서로에게 사랑을 고백합니다.
제3막
3막은 리베에라 해안입니다. 마그다와 루제로는 바닷가 작은 집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루제로는 앞으로 갖가지 계산서와 생활비를 어떻게 감당해야 좋을지 몰라 자기 부모에게 마그다와 결혼하겠다는 편지를 썼다고 그녀에게 이야기합니다. 마그다는 그 말에 깊은 감동을 받지만, 자신의 과거를 알면 루제로의 부모님이 결혼을 허락하지 않으리라 짐작하고 괴로워합니다.
프뤼니에와 리제트가 함께 마그다를 찾아옵니다. 리제트는 가수가 되려다가 완전히 실패하고 늘 프뤼니에에게 비난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마그다에게 다시 하녀로 써달라고 부탁합니다. 너그러운 마그다는 그러겠다고 하죠. 프뤼니에는 마그다가 돌아오기를 람발도가 기다리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그리고 화려하게 살던 마그다가 이런 소박한 삶을 계속하지는 못할 거라고 말하죠.
루제로는 결혼을 허락한다는 자기 어머니의 편지를 들고 돌아옵니다. 아들에게 사랑하는 여자가 생겼음을 축하하고 기뻐하며, 그녀를 맞아들이기 위해 잘 준비하겠다는 따뜻하고 정겨운 내용입니다.그러나 마그다는 마침내 루제로에게 자신이 이제까지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다 털어놓습니다. 복잡한 그녀의 과거를 듣고도 루제로는 애원하지만, 마그다는 상처 받은 루제로를 뒤에 남기고 한 마리 제비처럼 람발도에게 돌아갑니다. 그녀에게도 역시 루제로는 일생 최고의 사랑이었지만 말입니다.
오페레타와 유사한 엔터테인먼트 오페라
1910년 메트에서 초연한 [서부의 아가씨 La fanciulla del west]가 빈에서 처음 공연되자 빈의 극장은 푸치니에게 신작을 의뢰하면서 당시 한창 인기를 끌던 오페레타를 원했습니다. 당대 최고의 작곡료인 30만 크로네와 작품 인세 및 저작권까지 푸치니에게 주어지는 조건이었죠. 푸치니는 이 조건을 흔쾌히 받아들였지만 오페레타는 자신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해 "오페라이면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 1864-1949)의 [장미의 기사 Der Rosenkavalier]처럼 엔터테인먼트의 요소가 강한 작품을 쓰겠다"고 답했습니다.
빈 극장 측에서 제공한 두 가지 소재 중 푸치니는 알프레트 마리아 빌너와 하인츠 라이헤르트가 독일어로 쓴 [제비 Die Schwalbe]를 택했죠. 이를 토대로 주세페 아다미가 이탈리아어 대본을 썼습니다. 원래 빈에서 초연될 예정이었던 이 [제비]는 1차대전이 일어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1917년 3월 27일, 몬테 카를로에서 첫 선을 보였습니다.
여주인공 두 명이 모두 소프라노 배역이고 남자주인공인 루제로와 프뤼니에 역시 둘 다 테너인 흔치 않은 설정인데요, 진지한 커플과 코믹한 커플을 나란히 내세운 이런 시도는 전형적인 고전주의 희극오페라의 흔적을 느끼게 합니다. 이 작품은 코티잔의 슬픈 사랑을 그리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밝고 명랑한 분위기가 지배적인 데다 여주인공이 죽지 않기 때문에, 희극으로 분류할지 비극으로 분류할지 비평가들을 난처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판본에 따라서는, 어머니의 편지를 통해 마그다의 실체를 알게 된 루제로가 마그다를 신랄하게 비난하며 절망 속에 그녀를 떠나고 마그다가 바다로 걸어 들어가 자살하는 것으로, 완벽한 비극적 결말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암시적인 제목 '제비' 역시 이중적인 뜻을 지닙니다. 한편으로는 봄에 찾아온 제비처럼 즐겁게 지저귀며 삶을 가볍게 미끄러져 나가는 여주인공 마그다의 밝은 면을 상징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제비가 철새라는 점에 착안해, 결국은 떠나온 곳으로 돌아갈 마그다의 어두운 숙명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마그다 역의 소프라노는 1막에서는 부유한 신사의 코티잔 연인으로서의 성숙한 관능미, 2막에서는 제대로 된 첫사랑에 빠져 마음 설레는 처녀의 순정한 아름다움, 마지막 3막에 가서는 돈과 화려함을 좇아 살아온 자신의 삶의 대한 뼈저린 회한과 함께 모든 행복을 체념하는 여주인공의 비장미, 이렇게 세 차례의 다채로운 변신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역할입니다. 대표곡 '도레타의 꿈'은 '사랑이냐 안락한 삶이냐' 하는 영원하고 통속적인 선택의 주제를 담았습니다.
추천 음반 및 DVD
[음반]안젤라 게오르규/로베르토 알라냐/인바 물라/윌리엄 마테우치 등, 안토니오 파파노 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및 런던 보이시스, 2010년 녹음, EMI
[DVD]아인호아 아르테타/마르쿠스 하도크/인바 물라/리처드 트록셀 등, 에마누엘 비욤 지휘, 워싱턴 내셔널 오페라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마르타 도밍고 연출, 1998년 공연 실황, Decca
[DVD]피오렌차 체돌린스/페르난도 포르타리/산드라 파스트라나/엠마누엘 자니노 등, 카를로 리치 지휘, 베네치아 라 페니체 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그레이엄 비크 연출, 2008년 공연 실황, Arthaus
[DVD]안젤라 게오르규/로베르토 알라냐/리제트 오로페사/마리우스 브렌치우 등, 마르코 아르밀리아토 지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스티븐 발로우 연출, 2009년 공연 실황, EMI
[네이버 지식백과] 푸치니, 제비 [Giacomo Puccini, La Rondine] (클래식 명곡 명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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