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30.
별 보러 가자
이게 아닌데.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낄 때쯤이면 이미 돌이킬 수 없음을 안다. 별이면 별이고 일출이면 일출이어야 하는데 그 중간 어디를 대충 찍어 놓고서는 호기롭게 “별 따줄게. 가자”라고 던진 한마디가 이도 저도 아닌 꼴이 되어 버렸다.
어젯밤 하늘에는 별이 천지였다. 교육생 숙소동 위에는 북두칠성 국자가 떠 있고 국자 끝에서 북극성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천은사 쪽으로 카시오페아 별자리가 너무도 선명하게 보였다. 텃밭을 한 바퀴 돌아 별구경 하는 걸음 도중에 “나랑 같이 별 보러 가줄래?” 하며 웃었더니 그러겠다고 한다. 이젠 별 보러 노고단에 가야 할 판이다.
별이 자꾸만 사라져 없어진다. 숙소를 떠날 때만 해도 하늘에는 별천지였다. 해발 1,100m 성삼재 휴게소에 도착한 그 짧은 시간에 하늘이 훤하게 밝아 오는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었다. 머리로는 새벽 4시를 생각하고 몸은 5시에 출발한 결과다. 선잠으로 한 시간 정도 뒤척였나 보다. “별 보러 노고단에 가?”라며 아내가 묻기에 “가야지”라고 답하며 배낭을 정리했다. 마실 물과 어두운 밤길을 밝혀줄 손전등 2개도 준비했다. 방울토마토와 냉동 떡, 간식용 소시지까지 챙겨 승용차로 30분 거리의 성삼재 휴게소를 향해 달렸다.
오늘 해가 뜨는 시간은 오전 6시이다. 산행의 목표가 뭐냐고 묻는 아내가 야속하다. 죽도 밥도 아닌 상황을 뻔히 알면서 무심한 듯 던지는 말에 가시가 돋쳤다. 시계를 잘못 봤다는 변명이나 늦잠을 핑계 대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너무 초라해진다.
시간은 내 편이다. 내일부터 별이 뜨는 밤이면 모두 나의 시간이다. 아내가 만족할 때까지 별 보러 가는 치밀한 계획은 내 몫이다. “노고단 새벽하늘에 뜬 가장 작은 별 두 개를 뜰채로 따서 당신 두 손에 담아 드릴게요. 하늘이 너무 가까워 손만 뻗으면 한꺼번에 두세 개씩 낚아챌 수도 있대요. 그런데 걱정이 하나 있어요. 별이 생각보다 아주 뜨거워서 맨손으로 잡기가 곤란하다네요. 그래서 다들 별을 쳐다보기만 한대요” 아내는 “아! 그래요”라며 맞장구친다.
좋은 곳을 혼자만 갈 수 있나. 아픔이나 슬픔은 나누면 반으로 줄고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된다는데 교육생들과 함께하면 좋겠다. 용기를 내서 단체 카톡방에 공지한다.
- 알림 -
나랑 별 보러 같이 가줄래?
언제 : 2024년 8월 마지막 날 새벽 5시
어디서 : 노고단 정상
어떻게 : 새벽 3시, 귀농귀촌지원센터 출발
준비물 : 바람막이와 따뜻한 물 및 간식
첫댓글 동화같다
아기들이 하는 소꿉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