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드로의 부인 (1650)
조르주 드 라 투르
조르주 드 라 투르(Georges de La Tour, 1593-1652)는
17세기 전반에 활약한 프랑스의 대표적인 바로크 화가이다.
그의 작품에는 종교의 경지로 향하는 깊은 인간의 통찰이 있다.
또한 명쾌하고 청아한 분위기와 함께 명암의 대비와 인물의 기하학적 배치,
세련된 단채화법은 현대미술과 상통하는 부분이다.
그가 1650년에 그린 <성 베드로의 부인>은
종교적 주제를 다룬 그의 많은 작품 중 하나로,
마태오복음 26장 69-75절, 마르코복음 14장 66-72절,
루카복음 22장 55-62절, 요한복음 18장 15-18절과 25-27절이 그 배경이고,
사도 성 베드로의 고뇌를 담고 있는 그림이다.
화가의 서명과 1650년의 제작 연도가 기록된 이 작품은
낭트 시립미술관에 함께 소장 되어 있는 <요셉의 꿈>과 함께
1915년 독일 미술사가 헤르만 포스가 라 투르를 소생시킨 계기가 된
최초의 작품 중 하나이며, 제작 연도가 확실한 라 투르의 마지막 작품이다.
서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그린 사람에 대한 의문은
이른 시기부터 제기되어 왔다.
1949년 프랑수아 조르주 파리제(François-Georges Pariset)는
‘화면에 질적 차이가 있다.’고 지적해 왔으며,
1997년 피에르 로젠베르그(Pierre Rosenberg)는
‘옛 작품의 모작이거나, 라 투르의 공방 작품일 것이다.’라고 말하는 등
이에 대한 견해는 최근까지도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 작품에는 다섯 명의 병사와 베드로와 하녀가 등장한다.
병사들은 탁자 위에 주사위를 던지며 놀이를 즐기고 있다.
주사위 던지는 것을 바라보며 웃고 떠드는 병사들의 모습은
과묵함과 깊은 정신성을 특징적으로 표현하는 화가에게는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 소재이다.
하지만 이는 그림 소재의 범위를 넓히고자 했던
만년의 라 투르의 탐구심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카야파 대사제 저택 안뜰에는 숯불이 놓여있고,
왼쪽 끝에 있는 하녀 하나가 촛불로 베드로의 얼굴을 확인하고,
“당신도 저 갈릴래아 사람 예수와 함께 있었지요?”(마태 26,69) 하고 묻고 있고,
베드로는 하녀에게 손짓과 몸짓으로
“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하오.”(마태 26,70.72.74) 하고
세 번이나 예수님을 모른다고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 속에 라 투르 작품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는 부분이 있는데,
무엇보다 화면 왼쪽에 묘사된 성 베드로의 표현은
라 투르답지 않게 풍부함이 부족하다.
아마도 이 부분은 라 투르의 제자가 그렸을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하녀와 병사들의 복장이나 손의 표현 등은 매우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