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은 순간에 붙잡아주는 거야. 아이들이 본래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잖아. 그런 위기에 내가 나타나 아이가 떨어지지 않도록 지켜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했으면 좋겠어. 바보 같은 생각이라는 건 나도 알아. 하지만 나는 정말 그 일이 하고 싶어.”
2010년 1월27일 세상을 떠난 미국 소설가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주인공 홀든이 한 말이다. 홀든Holden이라는 이름 자체가 붙잡아준다는 뜻을 담고 있다. 홀든은 위선자들로 가득 찬 세상에 아이들이 마구 내던져져 있으므로 누군가가 잘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청소년이다.
홀든의 형은 작가입네 하며 교양인인 양 뽐내지만 실은 돈 되는 글만 쓰고, 고급 승용차에 예쁜 여자들을 번갈아 태우고 돌아다닌다. 포주 모리스와 창년 써니는 청소년에게 화대 바가지를 씌우려 한다. 교사는 아이를 성추행하고, 고등학생은 곧 학교를 그만둘 급우에게 숙제 대행을 강요한다.
소설 속 홀든은 맑고 정돈된 심성을 간직한 10대로 그려지지는 않는다. 그래도 내심 순수한 것을 좋아하고 거짓된 것을 싫어한다. 홀든은 배우들이 진짜인 척 연기한다는 점에서 영화와 연극도 싫어한다.
홀든은 매일 빨간 모자를 쓰고 뉴욕을 돌아다니면서 “총으로 위선자들을 사냥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뿐이 아니다. 소설에는 페이지마다 여러 차례 욕설이 나온다. 매춘 등 부도덕한 장면도 곳곳에 돌출한다.
그 탓에 〈호밀밭의 파수꾼〉이 1951년 7월16일 출간되자 미국 몇 주는 ‘금서’로 지정했다. 현진건 창작집 《조선의 얼굴》이 조선총독부로부터 금서로 묶인 것과 사유는 다르지만, 〈호밀밭의 파수꾼〉이 당대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킨 것만은 사실이다.
재미있고 특별한 것은 작가의 인식이다. 헐리우드가 6500만 부나 팔린 〈호밀밭의 파수꾼〉을 영화로 만들고 싶다며 제안하자 샐린저는 “홀든이 싫어할 것 같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그 뒤 샐린저는 유명세 탓에 삶이 번잡해지자 출생지 뉴욕을 떠나 뉴햄프셔 한적한 농촌으로 들어가 시골 교회에 다니면서 소박한 농민처럼 살았다.
샐린저는 홀든처럼 성적불량으로 고등학교와 뉴욕대에서 제적당했다. 그런데 콜럼비아대 문예창작 수업에 우연히 청강생으로 들어갔다가 생의 전기를 맞았다. 소설 창작이 적성과 소질에 맞다는 판단이 들었던 것이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오지만 그것을 포착하는 사람은 드물다.” 카네기가 남긴 명언이다.
[예고] 현진건문학의 밤
때: 1월 28일(토) 오후 3시
곳: 현진건학교
교재: 빼앗긴고향 제2호(참석하시면 드립니다)
회비: 1만원(농협 01051519696-08정만진)을 금요일까지 사전 입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