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구청 건축과의‘내로남불’
지난 2005년도에 종로구 숭인동 2층 주택을 매입하여 이사를 했다.
주택 1층에는 주차장도 있었지만 집 앞으로 들어오는 입구부터 폭이 좁아 차량이 들어 올 수가 없었다. 더욱이 집 앞으로 들어오는 골목길은 더 좁아서 수레도 다닐 수가 없는 상태였다. 모두가 주변에 무단 증축된 불법건축물 탓이었다. 골목길 입구부터 집 앞까지 주변에 무단 증축된 불법건축물로 인해서 길이 좁아진 경우였다. 그런 상황에서 주택의 주차장 시설은 무용지물이었다. 주차장 용도라는 생각도 없이 그냥 방치된 상태에서 생활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약 20년이 지난 후에 종로구 건축과로부터 주차장 무단 용도 변경이라는 통지서가 왔다. 불법 용도 변경이라며 12월 말일쯤에는 2천1백만 원이 넘는 이행강제금 부과 통지서도 보내왔다. 약 20년 동안 아무 일도 없다가 갑자기 수천만 원이 넘는 이행강제금 통지서가 오니까 주민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공포스러운 두려움과 함께 억울함도 생겼다. 그래서 주민은 구청 건축과를 찾아 가 하소연을 했다.
하지만 건축과는 민원인의 건축물에 주차장 용도 시설이 있는데, 그 주차장을 용도 외로 사용하기 때문에 원상 복구시키기 위해 이행강제금을 부과 처분했다고 한다. 민원인은 20년 전 이사를 왔을 때부터 주차장 용도가 있는지도 몰랐고, 현재 그 주변 골목길 상태가 차량 통행이 불가하여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싶어도 사용할 수 없는 상태인데 무슨 이행강제금이냐고 항변했지만, 건축과는 그것은 별개 문제라며 억울하면 행정심판을 청구하라고 배타적 자세였다.
주민은 할 수 없이 지난 3월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에 제소를 했고, 행정심판위원회는 지난 7월 종로구 건축과의 이행강제금 부과는 위법하다고 처분 취소 판결을 했다. 행정심판위원회는 “2004년 7월 1일 건축법이 새로 시행되기 전에는 이행강제금 부과 규정이 없는 시점에서 민원인이 그 후 주차장을 무단 용도 변경했다는 증거가 없기때문에 이행강제금 부과는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그래서 주민은 비로소 부과 예고된 이행강제금 2천여만 원을 취소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지난 10월 종로구 건축과는 다시 민원인에게 과징금(과태료) 300만 원을 부과 예고했다. 건축과는 “행정심판위원회의 결과에 따라 이행강제금은 부과는 취소하고, 2003년 12월 31일 개정되기 전 주차장 법에 의거하여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따라 300만 원을 부과한다”고 통지를 했다.
이에 주민은 다시 구청 건축과를 찾았다. 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이행강제금 부과가 취소됐는데, 왜 또 과징금을 부과하느냐고 항변을 했다.
구청 건축과는 2003년 12월 31일 개정되기 전 건축법에는 ‘건축물 부설주차장이 주차장 용도 사용 및 부설주차장 본래 기능을 유지하지 않는 경우에는 원상복구 명령을 할 수 있으며, 명령을 위반한 때는 300만 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처분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민원인은 행정심판위원회에서 이행강제금 부과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하여 승소를 했기 때문에 건축과 직원이 개정되기 전의 건축법을 적용하여 같은 상황에 대해 억지로 무리하게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직권남용이라고 항변했다. 주민은 건축과 담당자가 일종의 ‘나쁜 감정’으로 주민을 괴롭히는 경우가 아니냐고 의구심을 보이기도 한다.
사실 주민의 입장에서 현재 건축물 주변 상황을 감안하면 건축과의 행정처분은 지극히 탁상행정으로 비춰진다. 실제로 주민의 건축물 앞 도로는 주변의 건축물 무단 증축 등 불법건축물로 인해 차량 통행이 불가능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이는 별개의 사항으로 간주하면서, “도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여 차량 통행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주차장의 실효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부설주차장의 본 기능을 유지 및 관리해야 한다”는 논리는 매우 비현실적 주장으로 ‘혹세무민’에 가깝다. 법이 개정됐음에도 과거 법을 들먹이며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더욱이 그 당시 적발되어 시정명령을 받아 명령을 위반한 것도 아니고, 순전히 지난해 적발되어 이행강제금을 부과했는데 이것이 위법하다면 승복해야지, 이를 개정되기 전의 건축법으로 다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어딘지 악의적인 행정력으로 보여진다.
오히려 건축물 무단 증축을 방치하여 도로 기능을 상실시킨 것은 종로구의 책임이며, 차량 통행이 불가하게 방치시킨 것은 주민의 권리를 침해한 구청의 직무유기다. 더욱이 주차장 기능이 사실상 용도 폐기된 실제적 상황에서 무조건 주차장 기능을 유지 및 관리해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행정인가. 주민을 위해 행정이 있는 것이지, 행정을 위해 주민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구청 건축과 담당자도 입장을 바꿔서 ‘역지사지’로 생각해보면 알 일이다. 자신이 그런 경우에 처해도 그냥 법규만 고집할 것인가. 사용도 할 수 없는 주차장에 대해서 과태료를 부과하면 누가 승복하겠는가. 더군다나 이사 오기 전부터 그런 상태였고, 특히 구청이 도로 관리를 못하여 주민의 권리를 침해해놓고는 그것이 별개의 문제라고 치부하면 수용할 수 있는가.
용도가 사실상 폐기된 주차장 기능을 유지 또는 관리해야 한다며 과징금을 부과하는 처사는 다름 아닌 구청의 ‘내로남불’이다. ‘내로남불’은 인간 사이에만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주민과 구청과의 관계에서도 나타난다. 주민의 권리 침해는 누가 보상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