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자락
8월 9일 금요일,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덥지만 여름이니까. 여름이니까 덥겠지’라고 마음 먹고 대구수목원엘 갔다.
산책길에 ‘부용, 나무수국, 백합, 꽃범의 꼬리’ 사진도 찍는다.
어제가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추요 이틀 후면 말복이다.
처서는 2주 후다.
여름을 밀어내고 가을이 올 준비를 한다.
땀을 흘리며 숲속을 한 바퀴 돈다.
수목정 가지 전 왼쪽 출입구 등산로에 반짝 노점이 열린다. 한실마을에서 농사 짓는 아주머니 3~4명이 나와서 팔고 있다.
오이, 가지, 상추, 깻잎 각 2천 원으로, 싱싱한 채소는 가족의 건강식 반찬이다.
검은 봉다리 2개를 들고 열대과일원 앞 플라타나스 아래 평상에 앉는다. 나무가 크서 그늘이 두껍고 시원하다.
젖은 속옷을 말리며 아내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시간을 보낸다.
망중한을 이렇게 표현한 작가가 있다.
“忙 바쁠망, 中 가운데중, 閑 한가할한, 퇴근 후 샤워하고 마시는 혼술이 망중한이다.
ㅡ<지극히 개인주의적 소확행(진수진 외, 치읓, 2019년 2월)>” 중에서
할 일 없는 백수의 하루지만 망중한이다.
오늘 따라 여름 매미가 애처롭게 울고 있다.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겁다. 성충이 되기까지 7년 동안 땅속 생활을 한 후에 여름 낮밤에 2주일 정도를 울고 간다.
ㅡ<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문태준, 마음의 숲, 2019년 6월)>”에서
매미 울음 소리가 그치면 내년에 만나자 인사하고 뜨거운 여름도 떠난다.
평상에 앉아 조용히 맑은 하늘을 쳐다보고 햇볕도 받는다.
스치는 바람소리도 듣는다.
여름의 끝자락에 수목원에서 보내는 한나절은 마음이 한없이 편안하다.
세상 부러울 게 없다.
돌아오는 길에 여름 별미 콩국수 한 그릇 먹으면 정말 행복하고 행복하다.
지금 머무는 그 자리에서 행복을 느껴라.
2019년 8월 9일
폭염 속의 여름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