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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9.11
바이칼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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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칼물범이 바이칼 호수 바위에 올라앉아 있어요. /Animalia Bio
얼마 전 러시아 의회를 통과한 법이 환경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어요. 시베리아 남서부에 있는 거대한 바이칼 호수 주변 일부 지역에서 한시적으로 나무를 베고 철도 확장 공사를 할 수 있게 한 법이에요. 이렇게 되면 바이칼호 주변 환경이 파괴되고 생태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거예요.
2500만년 전에 만들어진 바이칼호는 '러시아의 갈라파고스'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동식물이 많대요. 바이칼물범도 세계에서 오직 이곳에서만 볼 수 있어요. 전 세계 30여 종의 물범 대부분은 바다에 살고, 간혹 일부가 바다와 민물을 오가며 살아가요. 그런데 바이칼물범은 드물게 한평생을 바다 구경은 못 한 채 민물에서만 살아요. 다 자란 몸길이는 1.3m로 물범 중에선 가장 작은 축에 속해요.
러시아의 라도가호와 핀란드의 사이마호도 물범이 사는 호수예요. 그런데 이 호수들이 바다와 거리도 가깝고 운하나 강을 통해서도 연결돼 있는 반면 바이칼호는 바다와 아주 거리가 먼, 대륙 깊숙한 곳에 있어요. 이런 고립된 곳에 해양 동물인 물범이 어떻게 터를 잡고 살게 됐는지는 지금도 수수께끼래요.
바이칼물범의 몸색깔은 짙은 회색이고 부분적으로 은빛이나 노란빛을 띠고 있어요. 아주 드물게 점박이 무늬를 갖고 있기도 해요. 여느 물범들처럼 새끼 때는 보송보송하고 하얀 솜털을 두르고 있죠.
물범은 물속에서 날랜 수영 선수예요. 바다에 사는 다른 물범처럼 바이칼물범도 물속을 능숙하게 헤엄치면서 물고기나 갑각류들을 잡아먹어요. 주로 해 질 녘이나 어두컴컴한 밤에 먹이 활동을 하는데요. 보통 잠수 시간은 10분을 넘지 않지만, 신변의 위협을 느껴서 물속으로 도망칠 경우 40분까지도 버틸 수 있대요.
바이칼물범은 한 지점에 진득하게 머무르지 않고 계절 변화에 따라 이곳저곳 이동해요. 과학자들이 어린 바이칼물범에게 전자 인식 장치를 부착해 이동 경로를 추적했는데 길게는 1년에 1600㎞ 넘게 이동하는 걸로 조사됐어요.
추운 겨울이 오면 바이칼호 수면은 꽁꽁 얼어붙는데요. 이때 바이칼물범들은 머리와 이빨, 발톱 등을 총동원해서 구멍을 뚫는답니다. 이 구멍으로 고개를 내밀어 숨도 쉬고 밖으로 올라가는 거죠.
얼음은 바이칼물범의 삶에서 아주 중요해요. 털갈이도 얼음 위에서 하고 번식철이면 암컷이 얼음 위에 쌓인 눈에 구덩이를 파서 보금자리를 만들고 새끼를 낳거든요. 그래서 앞으로 기후 온난화가 급격하게 진행돼 얼음이 제대로 얼지 않거나 눈이 내리지 않으면 바이칼물범의 생존도 위협받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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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섭 기자